|
|||||
[대구동성로점] 서가 단면도
|
4월을 영원히 잔인한 달로 만든 <황무지>의 시인 T.S. 엘리엇은 열네 살 때 처음 오마르 하이염의 시집 <로버이여트>를 읽은 일을 떠올렸다. 그에게 그때의 경험은 "갑작스러운 개종과 같았다"고 표현할 정도로 강렬한 기억이었다. 그리고 그때는 이미 영국의 시인 에드워드 피츠제럴드가 <로버이여트>를 영어로 번역한 지 40여 년이 지난 시점이었고, T.S. 엘리엇 외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오마르 하이염의 시에 빠진 후였으며, 그 이후로도 많은 작가들이 계속 하이염의 4행시에 매혹될 운명이었다.
<로버이여트>가 19세기 중후반에 서구 세계에 소개된 이후 그에 영향받은 작가들의 목록은 그 자체로 시대와 장르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긴 목록이다. 윌리엄 모리스, 마크 트웨인, 오 헨리, 사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유진 오닐, 아가사 크리스티, H.P. 러브크래프트, 렉스 스타우트, 아이작 아시모프 등등의 작가들은 <로버이여트>에 영감을 얻은 작품을 만들거나, 직접 번역하거나, 그에 관해 평을 쓰거나, 시를 자신의 작품에서 모티프로 활용하거나, 아예 자신의 이름을 <로버이여트>에서 따오기도 했다. 오마르 하이염의 시들은 간결하고 직관적이다. 그는 숫자를 통해 세계를 해석함에 있어 가장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 봤던 사람다운 개념으로 삶과 세계를 들여다보고 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시 속에 자연스럽게 담기게 된 허무와 탐미주의, 냉소와 페르시아적 신비주의가 섞인 독특한 면모는 시대정신과 절묘하게 부합하였다. : 『로버이여트』는 나를 새로운 세계로 거세게 끌어들였다. 세계는 새롭게 여겨졌으며 밝고, 값지면서도 고뇌로 가득찬 색으로 그려졌다. : 『로버이여트』를 읽음으로써 우리는 우주의 역사가 신이 상상하고 무대를 만들어 관람하는 광경임을 알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