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주연, 비(非)로맨스 만화 앤솔로지 『여명기(女命記)』가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여명기』의 시작은 펀딩이었다. 지난 2020년 1월, 텀블벅을 통해 독자들에게 공개되어 약 한 달간의 기간 동안 후원자 4,455명, 후원금 142,693,900원을 달성하며 애초에 목표하였던 3백만 원에 4,756% 웃도는 지지를 받았다. 여성 서사의 저변을 넓히고자 한 청년 여성 작가들의 도전과 새로운 시도에 많은 이들이 주목한 결과이다.
『여명기』는 AJS, HOSAN, 꾸마, 남수, 마노, 마빈, 뻥, 서각, 앵몬, 이요, 코익, 하토 등 열두 작가의 단편 열두 편이 수록되어 있다. 여기에는 드라마, 코미디, SF, 판타지, 역사물까지 고루 포진되어 있다. 공통점이라면 여성을 낭만적 관계라는 틀 안에 가둬두지 않고 삶이라는 모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한 것이다. 시대적 배경의 범위도 넓고, 비좁은 고시원에서부터 광대한 우주에 이르기까지 인물들은 자신이 발을 딛고 서 있는 그곳에서 꿈을 꾸고 스스로를 찾아간다.
기획의 글 004
AJS _ 플랑크톤의 귀향 011
코익 _ 아구 속에는 무엇이 있나 037
앵몬 _ 어떤 날 071
HOSAN _ 시스터후드 095
서각 _ 이스파라의 마녀 137
마노 _ Teller 185
남수 _ 몽해 215
하토 _ 세상은 거대한 거짓말 253
뻥 _ 최저 임금을 위하여 283
마빈 _ 노아의 방주 325
꾸마 _ 태양이 뜨지 않는 도시 361
이요 _ 소쩍새의 울음소리 405
여명기를 읽고
여성이 주인인 여성만화의 선언적 의미로서 『여명기』 / 홍난지 475
우리는 어떻게 기억되는가 / 이다혜 480
: 무엇이 여성 서사인가를 묻는 이에게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여성이 상자 밖으로 몸을 뻗어내는 이야기일 것. 조각나지 않은 채 이야기의 이쪽저쪽을 가로질러 뛰어다닐 것. 『여명기』의 여자들은 생명력 넘치는 몸을 가지고 열두 가지 이야기를 자유롭게 활보한다. 무엇보다, 만화를 읽는 여성들 스스로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도록 만든다.
: 여명기는 사회에서 ‘여성상’이라 부르는 하나의 획일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열두 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노동부터 자아 성찰, 신념까지 다루는 주제가 다양해 골라 보는 재미가 있다. 책을 덮을 때 드는 생각은 하나다. 더 많은 더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우리 곁으로 오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