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혜정 (문화인류학자, 하자 학습공동체 주민,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 정부는 여전히 일자리 늘리기에 급급한 듯하다. ‘노동’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갖지 못한 채 일자리 정책을 펼친다면 국세만 낭비하고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일까? 미래가 희망이 아니라 빚이며 불안이 되어 버린 시대를 직시하고 새롭게 노동과 일, 그리고 자율 활동과 삶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일이 아니라 쉼에 대해, 일자리가 아니라 일거리에 대해, 승자 독식이 아니라 소통과 공생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야 한다. 이 책의 저자,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이 바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엄기호 (사회학자, 『단속사회』『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저자) :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한몫하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그래야 존재감이 생긴다. 지금까지는 ‘노동’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노동으로 존재감을 갖는 것이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 없는 일자리를 두고 싸우고 미워하려고 한다. 이 각자도생의 전쟁터에서 아예 튕겨 나간 사람들이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니트라는 ‘청년’들이다. 이들은 그저 사회에 부적응하여 도태된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은 오히려 이 책을 통해 니트가 아닌 척 살아가는 다수에게 질문한다. 당신은 니트가 아닌가라고. 노동이 불가능해지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니트는 이제 미리 보는 다수의 운명이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니트의 ‘재활’이 아니라 사회의 ‘전환’이다. 노동이 아닌 존재 그 자체가 존재감의 근원이 되는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이 책은 그 논의를 시작하자는 비노동 청년들의 초대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