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사람 희곡집 4권. 희곡집의 표제작인 「개를 찾습니다」는 2017년 무대에 올려져 “취업을 위해 젊은 청춘을 저당 잡힌 청년들의 쓰라린 현실을 유쾌한 해학과 풍자로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저자는 작품을 통해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은유한다. 유기견 문제, 보이스피싱, 권력자의 집 애완견이 사람보다 더 귀한 대우를 받는 세태, 전지적으로 참견하지만 자기들의 이야기만 하는 방송 등이다.
이 희곡집 속 등장인물들을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혼란’이다. 「개를 찾습니다」의 경우, 청년실업자 준철은 ‘생명을 가지고 그런 일을 하면 안 된다’고 자책하면서도 돈 앞에서 흔들리며 갈피를 잡지 못한다. 수연은 준철에게 200만 원을 송금하고 개를 찾았지만, ‘월세를 면하고 전세서 살아보겠다고 아등바등 모은 돈’ 생각에 그렇게 예뻐하던 개를 남에게 줘버린다. 준철에게 ‘샴푸도 사람용을 쓰면 안 된다’고 말하며 안타까워하던 애견인의 모습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개를 찾습니다 : 오진희 희곡의 출발점은 현실이다. 현실의 익숙함이다. 오진희는 그 익숙함을 비틀어 틈을 만든다. 너무나 익숙해서 당연했던 것들이 조금씩 엇나가는 데서 생기는 틈이다. 미세한 틈은 처음에는 관객을 웃게 만들지만, 틈이 커지면 웃음은 당혹감으로 변한다. 배우들의 행동이 익숙함을 깜빡한 실수가 아니라, 익숙함 자체가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던 문제의 본질이자 근원임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것이 오진희가 만드는 연극적 긴장이다.
오진희 작가는 문제만을 던져주고 해결책은 주지 않는다. 주장(主張)도 없고 선동(煽動)도 없다. 익숙함을 비튼 지점에 빛을 비추었으니, 갈라진 틈새로 길을 찾아가는 것은 관객 각자의 몫이라는 뜻이다. 문학과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관객 각자가 찾아가는 길이 그 시점, 그 상황에서 관객 각자에게는 최선의 선택일 터이다. 선택에 대한 책임은 관객이 져야 한다. 콤플렉스와 히스테리 탓만 해서는 길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오진희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오 작가의 정진(精進)과 대성(大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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