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종로점] 서가 단면도
![]() |
이태원 참사라는 비극의 밤을 마주한 지 어느덧 2년. 황망히 떠나간 이들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부모들의 한 맺힌 걸음은 지난 730일간 하루가 멀다 하고 이태원 골목길부터 녹사평 분향소, 서울시청 광장, 국회와 대통령실을 지나 전국의 온 거리를 누볐다. 행복한 일상을 함께 보내던 자식을 잃고 세계가 무너져 내린 2022년 10월 29일 이후 이들은 온갖 형태의 고통과 좌절, 혐오와 외면을 마주했고, 다짐과 변화, 연대와 투쟁을 거치며 누구보다 단단해져 왔다.
몰아치는 혹한과 혹서에도 날마다 시민분향소를 지키러 나오는 동민 아버지, 반쪽짜리 119구급일지로부터 딸의 죽음과 참사의 원인을 추적하는 애진 어머니, 딸을 잃은 서울로 딸을 보러 매일 같이 광주에서 올라오는 지연 아버지, 언어와 국경의 장벽을 넘어 참사 원인과 사후 조사 현황을 애타게 찾아 헤매는 호주 희생자 그레이스의 어머니와 이란 희생자 알리의 고모…. 사회적 재난참사의 피해자로서 가족들은 오직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만을’ 외친다. 어쩌다 이런 비극이 발생했는지, 재발을 막기 위해 어떠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인지 묻는다. 참사 직후 일방적으로 시행된 국가애도기간, 시민분향소 강제철거, 특별법 제정과 대통령의 거부권 등 참사의 변곡점마다 철야 1만 5,900배, 단식농성, 3킬로미터 오체투지, 삼보일배 행진 등에 나서며 오롯이 몸 하나로 길 위에 이야기를 새겨왔다. 세월이 가고 망각이 덮어도 결코 지워지지 않는 이태원 참사 730일간의 이야기. 안전이 실종되고 참사가 번져나가는 한국 사회를 부서지는 마음과 온몸으로 체감한 가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재난과 상실, 위험이 일상화된 오늘 우리에게 나침반이 되어줄 중요한 기록이다. ![]() : 그날 나는 지구 반대편을 거슬러 올라간 스발바르 제도의 북극 바다 한가운데에 있었다. 내가 탄 배는 암초에 부딪혀 그르렁대는 엔진 소리를 토해냈고, 나는 그 순간 세월호를 떠올렸다. 섬으로 돌아올 때까지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밤, 생소한 외국의 텔레비전을 뒤덮은 장면은 이태원이었다. 참사는 그렇게 연결되고 있었다. 삶은 때로는 경이롭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책에 담긴 이야기들을 읽으며 무척 힘들었다. 내가 이 책을 ‘추천’할 수 있을까. 그럼에도 우리에게 반드시 남겨야 할 기록이라는 마음으로…. : 이 책에는 가족을 잃은 이들의 절망이 아니라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사람들’인 유가족이 먼저 행한 ‘무엇’과 먼저 만난 사람들, 먼저 쏟은 힘이 담겨 있다. 유가족들은 진실을 찾는 괴로운 책임을 먼저 지고 나서서 용감하게 진실에 다가간다. 이들의 발걸음을 따라가며 우리가 무엇을 모르는지, 어떤 대처와 대비가 필요한지, 어디에서 진실이 오염되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또 하나 알게 된 건, 나 자신도 이태원 참사의 파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이제 내게도 용기가 생겼다. 이 책을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다면 당신은 이미 이태원 참사와 연결된 사람이다. 누구보다 이 책이 필요한 사람이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