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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온갖 사물에 둘러싸여 살아가고,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사물이 삶의 일부로 추가되고 있다. 테크놀로지를 흔히 생각하는 정보기술에 한정하지 않고 그 범위를 넓혀서 본다면 테크놀로지가 아닌 사물은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므로 테크놀로지를 들여다보는 것은 추상적이고 난해한 전문 지식을 탐구하는 게 아니라, 일상을 채우는 수많은 사물에 애정을 품는 태도에서 시작된다.

<그것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순간>은 우리의 일상과 이 시대를 만든 테크놀로지를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에서 보려는 시도이다. 저자 최형섭은 '테크놀로지', '기술', '물건'처럼 차갑고 공학적인 단어들로부터 꿈틀대는 역사를 연구하고 살아 있는 인간을 발견한다. 사물을 주인공 삼은 30여 편의 글들은 지금껏 보지 못하던 테크놀로지의 세계로 독자를 초대할 것이다.

첫문장
2020년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테크놀로지를 꼽는다면 보건용 마스크를 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유지원 (타이포그래피 전문가)
: 한 사람의 글은 그의 전 생애가 쓰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하나의 작은 제품도 전 사회의 경험이 집결되어 만들어진다. 우리 눈에 보이는 조그만 단서들은 그 배후에 거대하고 복잡한 구조를 품고 있다. 이 구조들이 과학사학자의 잘 가다듬어진 정연한 문장으로 한 올 한 올 풀려나온다. 그렇게 짜인 단단한 글들은 보풀 하나, 빈틈 하나 없는 직물처럼 한 편 한 편 단정하게 아름답다.
그런 글들이 삼십 편 차곡차곡 깨끗이 쌓인 모습에는 흐트러짐이 없다. 이 사유와 통찰의 집적물을 ‘테크놀로지’라는 키워드가 일관되게 관통한다. 그것은 렌즈가 되어서 그 너머 테크놀로지로 구축된 우리 사회를 엑스레이처럼 투시하여 눈앞에 드러낸다. 그것은 또한 나를 마주 비추는 거울이 되어 있기도 했다. 처음 몇 편의 글만 읽고도 저자의 시점과 나의 시점 사이에는 세 살의 시차가 있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었다. 한 사람이 겪어온 근과거의 역사는 해상도가 커서 일 년도 퍽 큼직하다. 동년에 가까운 저자의 경험 위로 나의 경험을 포개게 되고, 이때 세 살의 시차는 유년기가 처한 80년대에 비스듬하게 커 보이다가 현재로 다가오면서 점점 미미해진다. 특별한 독서 경험이다.
거울을 본다는 것은 성찰적인 일이고, 뜻밖에 심리적인 효과를 주기도 한다. 왜 달려야 하는지도 모르고 방향도 모른 채 모두가 달려가야만 했던 한국 현대사를 거쳐온 독자에게 이 거울은 고요하게 멈춰서는 명상적인 순간을 준다. 그 거울은 나의 과거와 현재를 비추면서, 테크놀로지의 사회가 나를 어떻게 형성하고 둘러싸 왔는지 보여준다. 기술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거기에는 언제나 의도가 있다. 그 의도를 어떻게 올바르게 대해야 할지, 이 책은 렌즈와 거울을 독자의 손에 들려주며 눈을 뜨게 한다. 나는 이 선물들을 손에 들고는, 내가 지금 있는 지상 30m 높이의 발밑을 디뎌본다. 이 발밑이 무너지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위해 얼마나 거대한 기술과 정치가 작동하는지, 얼마나 많은 사회 구성원들의 노동이 분투하며 이를 지탱하고 있는지, 어딘가 무리는 없는지, 사려 깊게 헤아려보게 된다.
하미나 (작가, 《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저자)
: 7년 전 그의 수업을 처음 들었을 때 내가 받은 인상은 두 가지였다. '어쩜 저렇게 느긋한 교수가 다 있지?' 그리고 '어떻게 저런 것에 진지한 관심을 가지지?'. "인간"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진 대학 수업 사이에서 유일하게 "사물"에 중심을 둔 수업이었다. 수업은 원자력 발전소부터 자전거까지 일상 속 다양한 기술의 역사와 철학을 다루었고, 나는 그를 통해 처음으로 피임 기술이 여자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들여다볼 수 있었다.
글쓰기의 짜릿함은 주어를 “나”에서 “너”로 바꿀 때 온다. 이 책은 더 나아간다. 나도 너도 아닌 "그것"이 주어가 된다. 무대의 배경으로만 여겨졌던 사물들에게 조명을 비춘다. 등장인물을 치워버리고 주인공의 자리로 앉힌다. 얼마나 짜릿한 역전인지!
인간에게 주체의 지위를 빼앗긴 자들을 중심으로 역사를 다시 쓸 때에서야 비로소 알게 된다. 우리의 의도대로 쓰인다고 생각했던 사물이 반대로 우리를 얼마나 바꾸어놓았는지를. 또 이것이 자연과 사회, 과학기술과 문화, 안전과 위험, 사실과 가치 등 빠져나올 수 없는 소용돌이 같은 이분법에 빠지지 않고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라는 것을.
그의 문장이 짓는 느긋한 표정 안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젊은 여성이 마음 졸이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중년 남성의 글은 얼마나 희귀한가. 그래서 내 또래 여자들과 이 책을 함께 읽고 싶다. 여성의 분야가 아니라고 여겨졌던 분야에 함께 말을 얹기 위해서 말이다. 찬란한 기술의 시대, 인간의 본질은 크게 변하지 않을 시대, 이 책은 어떻게 기술을 말하고 다루어야 하는지를 안내하는 좋은 지도가 될 것이다. 그 지도를 가지고 함께 미래를 만들어가자. "그것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순간", 우리는 전보다 근사한 태도로 세상을 바라보게 될 테니까.
: 1970년대 중반 한국에서 태어난 한 소년은 아파트 단지에서 딱지치기를 하고 친구들과 라면을 끓여 먹으며 자란다. 아이는 남산1호터널 안의 주황색 나트륨 조명을 보며 흥분하고, 지하철 2호선의 널찍한 플랫폼에서 미래세계를 상상한다. 서울의 하늘이 마천루 스카이라인으로 채워지기 시작할 무렵, 그는 아버지의 전축 바늘을 부러뜨리고 멀리 미국에서는 챌린저호가 폭발한다. 라디오를 듣고 농활을 가고 삐삐를 사용하던 그는 컴퓨터로 작업한 원고를 날리기도 하고 월급을 모아 자동차를 구입하는 일상을 살아가는 어른이 된다.
책 속 서른 편의 에세이를 아우르는 큰 틀은 이처럼 평범하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친숙하고, 아기자기한 교훈이 뒤따라 나올 듯 단정하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은 그 혼자가 아니라 그의 눈길을 사로잡는 일상의 물건들이자 일상의 테크놀로지이며, 그 테크놀로지를 뒷받침하고 거기에 영향을 받는 수많은 사람들의 존재이다. 저자 최형섭에게 존재를 들켜버린 유형, 무형의 것들이 『당신이 그것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순간』의 주인공이 되어 진짜 이야기를 들려준다.
‘테크놀로지’라는 말에 사람들이 떠올릴 차갑고 메마르고 나와는 상관없을 것 같은 추상적인 이미지는 이 책에서 일상과 연결되며 생생하게 뒤바뀐다. 저자가 (마스크와 전기밥솥부터 원전사고와 세월호 침몰에 이르는) 각종 테크놀로지의 복잡한 역사와 사회적 상황을 매끄럽게 풀어내어 준 덕분일 것이다.
『당신이 그것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순간』은 20세기 후반의 기억을 가진 사람들에게 추억어린 웃음과 함께 새로운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볼 시간을, 21세기의 청소년들에게는 고정된 것처럼 보이는 주변에 대한 상상의 폭을 넓히는 기회를 줄 것이다. 그리하여 또 다른 물건이나 또 다른 테크놀로지에 대해 스스로 궁금해진다면, 그 이야기를 이끌어갈 주인공은 바로 당신이 될 수도 있겠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21년 4월 2일자
 - 문화일보 2021년 4월 2일자
 - 조선일보 2021년 4월 3일자 '한줄읽기'

최근작 :<고양이>,<나의 축제는 거칠 것이 없어라>,<그것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순간> … 총 19종 (모두보기)
소개 :과학기술사 연구자다. 과학기술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현재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융합교양학부교수로 재직하며 해방 후 한국의 기술 학습과 토착화에 대해 집필 중이다. 일상 사물에서부터 이 시대를 만든테크놀로지와 역사를 연구한 『그것의 존재를 알아차리는 순간』(2021)을 출판하였으며, 역서로 『처형당한엔지니어의 유령』(2017),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2010) 등이 있다. 과학비평잡지 『에피』 창간 이래지금까지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