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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입구역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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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우리를 속일지라도 열렬하게 자기 삶을 사랑한 이유로 사람들의 찬사를 받는 예술가. ‘자기 앞을 가로막는 불행부터 사랑해야 했던’ 화가 천경자. 이 책은 1979년부터 천경자 작가가 뉴욕으로 이주하기 전인 1998년까지 20여년의 시간을 함께한 천경자의 첫째 며느리가 쓴 것이다. 그는 천경자의 삶 가장 안쪽에 있었던 사람의 관점에서 천경자를 묘사하고 있다.
예술과 삶을 분리하지 않았던 천경자를 시어머니로 두었기에, 예술적 관점이 아닌 삶의 관점에서 천경자를 이야기한다 해도, 예술가 천경자에 대한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다. 천경자 작가는 그간 예술 전문가들의 시각에서 묘사되어 왔다. 물론 작가 스스로가 자서전을 통해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밝여왔기에 우리는 그의 예술과 삶, 두 가지를 모두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미인도 위작 사건’을 둘러싸고 예술 전문가들과 작가 천경자가 벌인 팽팽한 줄다리기가 말하는 바는 명확한 것으로 보인다. 둘다 더 이상 ‘천경자’를 논할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천경자는 사후 미술사학자들에 의해 재조명받고 있다. 이 책에 해설을 보탠 미술사학자 이주은의 말대로, 천경자는 학계가 관심을 두고 연구해온 작가군에 속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학자들의 연구와 일반인들의 애정이 우리나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여성 예술가를 씁쓸한 위작 사건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선행되어야 하는 일은 천 작가에 관련된 드라마틱한 사건이 아니라 가장 보통의 이야기를 수집하여 알리는 것이다. 천경자 작가와 일상적인 시간을 보냈던 사람의 이야기를 말이다.
: 1976년 맨해튼 아리랑 식당에서 선생님을 처음 뵈었다. 영화를, 영화배우를, 얼마나 좋아하시는지를 알게 됐고, 전라도 사투리가 그렇게 어울리는 멋쟁이를 처음 봤고, 대단한 이야기꾼이라는 것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날 선생님 얘기에 너무 빠져서 식당 문 닫을 때까지 버티다 그것도 모자라서 며칠 더 만났다. 그때 선생님을 또 보고 싶고 또 보고 싶고 했던 것은 주로 사는 얘기들과 선생님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시는 사랑 얘기들이어서 무슨 다큐멘터리 영화 보는 것 같이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선생님은 얘기가 많으신 분이었다. 내가 선생님 그림을 왜 좋아하는지도 그때 알았다. 선생님 그림에는 얘기가, 매력이, 다른 게, 있었다. 선생님이 그러셨다. 천경자라는 사람이. “선생님! 지금까지도 제겐 선생님이 최고의 화가, 최고의 멋쟁이십니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19년 10월 9일자 - 서울신문 2019년 10월 11일자 '책꽂이' - 조선일보 2019년 10월 12일자 '한줄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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