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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상인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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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무언 장편소설. 한국 대형교회의 민낯을 '유다창문'으로 포착한 문제적 소설이다. 간수가 죄수의 행동을 엿볼 수 있도록 설치한 구멍을 '유다창문'이라고 한다면, 작가는 한국 기독교의 원죄라는 시선, 즉 유다창문으로 목회자와 대형교회의 빛과 그림자를 정면으로 추적한다.
아주 길고 뜨거운 여름날 오후, 한 사내가 마침내 아파트 베란다를 넘었다. 한순간 비상하는가 싶더니 이내 아래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한 대형교회의 수석장로였다. 그는 동생의 아파트에서 뛰어내렸고, 대형교회인 대성교회의 인근이었으며, 대성교회의 명수창 목사의 집무실 앞이었다. 그러나 수석장로의 자살사건은 교회 사람들의 움직임으로 인해 지병으로 별세한 것으로 처리된다. 유서는 공개되지 않는다. 이야기는 대성교회 담임목사인 명수창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른다. 30년 동안 비약적으로 발전한 대성교회는 명수창 목사의 선언으로 한국 최고의 성전을 짓기로 결정한다. 발단은 특별 초청한 미국 목사들이 직접적이고 공개적으로 명수창을 칭찬하면서 시작되었다. 수석장로인 김일국은 3번째로 이어지는 대대적인 건축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진다. 김일국 수석장로는 명수창 목사의 측근인 심종수 장로로부터 스페셜 오퍼링(Special Offering, SO), 즉 비자금 장부를 넘기라는 압박을 받기 시작한다. 명수창 목사의 지시를 받고 위험한 투자를 감행했던 김일국은 횡령혐의를 받자,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것이었다. 대성교회 김일국 수석장로의 죽음에 의문을 품은 H신문사 사회부 우종건 기자는 취재를 시작한다. 작가의 말
: 기독교의 신앙은 두 개의 진리, 즉 인간의 자연성의 ‘타락’과 예수 그리스도의 ‘속죄’를 양립시키는 데 있다고 말한 사람은 철학자 파스칼이다. 권무언의 『신의 대리인, 메슈바』는 기독교 목회자의 타락을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는 측면에서 문제적 작품이다. ‘메슈바’는 ‘등을 돌리다’라는 뜻을 담고 있는 히브리어인데, 하나님과 맺은 언약을 배신하고 믿음을 저버리는 행위를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성경에는 ‘반항하다’라는 뜻이 담긴 히브리어 ‘마라드’라는 표현도 나오는데, 이는 배신하는 차원을 넘어 적극적으로 하나님께 도전하는 불신앙적 행위자를 가리킨다. 결국, 작가 권무언은 『신의 대리인, 메슈바』에 등장하는 명수창 목사를 통해 메슈바에 머물러 있는 인간들이 속죄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마라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신의 대리인, 메슈바』는 한국 기독교의 타락의 핵심은 일제강점기의 ‘신사참배’에서 출발한다고 진단한다. 성경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와 성찰이 돋보이고, 오래 다져진 듯한 탄탄한 문장력과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도록 몰아가는 사건의 구성력도 놀랍다. 문학적 정진이 ‘마라드’에 이르기를 바라며, 묵직한 작가의 탄생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경향신문 2018년 9월 14일자 '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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