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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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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경 시인의 산문집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2003년 2월에 나온 <길모퉁이의 중국식당>의 개정판이다. 제목을 바꾸고 글의 넣음새와 책의 만듦새를 달리하여 15년 만에 다시 출간하게 된 것은 시인의 요청에 의해서였다. 산문집은 시인이 쓴 총 139개의 짧은 산문과 9통의 긴 편지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 자연과 우리 음식과 우리 사람과 우리 시를 그토록 뼈저리게 사랑했던 시인이 이 땅을 떠나 우리 자연이 아닌 우리 음식이 아닌 우리 사람이 아닌 우리 시가 아닌 막막한 독일땅에 혼자 던져지게 되면서 제 안에 고이게 된 이야기들을 특유의 시와 같은 사유로 풀어놓고 있다.

첫문장
만일 서울에서 계속 살았더라면, 이 많은 이야기를 나는 친구들에게 했을 것이다.

: 나는 그의 시집을 통째로 외우고 다녔다. 그러나 ‘스승’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빈 바람처럼 쓸리던 마음이 어느새 다다라 문을 두드리면, ‘왔어!’ 하고는 대수롭지 않은 듯 문을 열어주는 시. 아무것도 묻지 않고 제 몫의 술잔을 비우는 시. 그것으로 한 사람이 한 사람에게 종교이고 한 편의 시가 어떤 마음에게 신앙이라는 것을 알려준, ‘사원’이라고 하면 어떨까. 그는 한 사람이 자라 성인이 되고 가족을 이루고 한 세대를 완성하고는, 그저 저녁을 보고 있어도 좋을 만큼의 시간을 먼 마을에서 보냈다. 그의 표현대로라면, 여기서도 거기서도 서로를 그리워했던 시간. 모든 일들을 꿈으로 돌려놓아도 좋을 시간. 기어이 시작도 끝도 없는 시간을 말이다. 나는 내가 만난 가장 아름다운 ‘사원’의 오랜 예배였던 그 ‘시간’을 이 책에서 만난다. 이런 기억과 함께.

어느 여름날, 그는 바닥까지 끌리는 긴 우산을 한쪽 팔에 걸고서 뮌스터역 플랫폼에 서 있었다. 우리는 바빌론의 폐허에서 발굴한 ‘진흙개’의 기록이 남아 있을 연구실 창문을 함께 올려다보았고, 아픈 날 벗들의 이름을 앉혀놓고 혼자 밥을 먹었다는 중국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택시를 타고 그의 집으로 향하며 토끼가 자주 출몰했다는 기숙사를 멀찌감치 지나치기도 했다. 마치 모든 이유가 그 이름을 모국어로 불러주기 위함이라는 듯, 마당에 심어놓은 고향의 꽃과 채소들 앞에 나를 세워놓았던 저녁. 그리고 어둠 속으로 퇴화해가는 존재를 이야기했던 밤. 아침엔 가는 길에 먹으라며 새벽부터 만 김밥이 식탁 위에 동그랗게 올려져 있었다. ‘늙은 산들의 마을’을 떠나올 때, 밀밭에서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까마귀떼는 검은 물방울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연합뉴스 2018년 8월 14일자
 - 한국일보 2018년 8월 16일자 '새책'
 - 한겨레 신문 2018년 8월 17일 문학 새책
 - 문화일보 2018년 8월 22일자

수상 :2018년 육사시문학상, 2016년 전숙희문학상, 2001년 동서문학상
최근작 :<빛 속에서 이룰 수 없는 일은 얼마나 많았던가>,<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가로미와 늘메 이야기> … 총 85종 (모두보기)
소개 :

허수경 (지은이)의 말
내가 누군가를 ‘너’라고 부른다.
내 안에서 언제 태어났는지도 모를 그리움이 손에 잡히는 순간이다.

불안하고,
초조하고,
황홀하고,
외로운,
이 나비 같은 시간들.

그리움은 네가 나보다 내 안에 더 많아질 때 진정 아름다워진다.
이 책은 그 아름다움을 닮으려 한 기록이다.

아무리 오랜 시간을 지나더라도……

2018년 7월 1일

난다   
최근작 :<초록을 입고>,<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달걀은 닭의 미래>등 총 154종
대표분야 :에세이 13위 (브랜드 지수 475,561점), 한국시 23위 (브랜드 지수 38,267점),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24위 (브랜드 지수 108,167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