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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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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 수상자 임솔아는 2013년 중앙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바로 그 시인이다. 이미 시인으로서 인지도를 쌓고 자신만의 시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던 임솔아가 다시 신인으로 되돌아가는 모험을 감행하면서까지 써내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오직 소설이라는 형식으로만 온전히 담아낼 수 있었던 이 이야기는 열여섯 살 이후로 끈질기게 작가를 찾아왔던 악몽에 관한 것이다.
가족과 학교에 대한 불신, 친구를 향한 배신감을 빨아들이며 성장한 인물이 친구를 찾아가 살해하려는 꿈. 물론 이런 서사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선의 삶'은 가출 청소년이자 학교폭력 피해자인 한 인물의 삶을 지극히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 개성적인 인상을 각인시키는 데까지 나아간다. 이 작품이 ‘낯선’ 성장소설로 읽히는 까닭은 임솔아가 보여주는 감정의 절제에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자신에게 가해지는 폭력 앞에서 혼란스럽고 두려울 것이 분명할 내면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다. 차라리 그는 제가 처한 상황을 특유의 간명한 문체로 정의한 뒤, 그저 더 나아지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일에 몰두한다. 형용사나 부사의 세계가 아니라 그저 움직이는, 동사의 세계. 그 속의 주인공을 보는 독자에게 문득 섬뜩함이 엄습하게 되는데, 우리는 삶에 서툰 영혼의 성숙을 그리며 ‘미숙했던 그 시절’에 대한 애틋함과 그리움을 불러일으키는 보통의 성장소설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선의 삶'은 극한의 상황에 놓인 인물을 연민할 틈을 주지 않는다. 최악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 나아가는 과정을 덤덤하게 쓸 뿐이다. 돌이켜보면 작가가 등단할 당시 받았던 “서늘하도록 선명하고 넓으며, 위태로우면서도 태연하다”는 평이 임솔아의 독특한 문학세계를 정확히 짚어낸 셈이다.
: 좋은 소설은 특별하지 않은 소재를 특별하게 만든 이야기다. 이 소설이 바로 그렇다. 보통 심사평을 쓰면서 수상작의 줄거리나 작품 소개를 곁들였지만 이번엔 생략한다. 왜냐하면 이 소설을 아무런 정보 없이 꼭 한 번씩 읽어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 임솔아씨의 『최선의 삶』은 ‘체급’ 자체가 다른 소설이었다. 이것이 소설에 할 만한 칭찬으로 적당한 말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소설이 서술하고 있는 이 모든 슬프고 아픈 일들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믿는다. 나는 이 작가를 만나고 싶지 않다. : 작가는 소녀들의 세계에 드리워진 잔혹한 폭력을 보여준다. 알몸으로 하나되어 낄낄대던 아이들이 상대방에게 폭력을 행하고, 옷을 벗겨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장면은 마침내 세계의 본모습을 보고 몸을 가린 태초의 인간을 떠올리게 한다. 그것은 불합리와 모순, 그리고 분노를 느끼며 경험하는 잔인한 성장의 일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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