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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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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돌봄을 말한다. 급속한 고령화에 따른 돌봄 필요 증가, 코로나 팬데믹이 드러낸 돌봄 공백은 돌봄을 한국 사회의 뜨거운 화두로 만들었다. 이런 논의들은 대개 간병비 지원, 돌봄노동자의 처우 보장 등의 제도 개선과 서비스 확충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그런데 이것들이 정말 위기의 돌봄을 구할 수 있을까?
스무 살 때 쓰러진 아버지를 10여 년간 돌본 경험을 바탕으로 《아빠의 아빠가 됐다》 《새파란 돌봄》 등을 쓴 ‘영 케어러’ 조기현, 국내 최초의 방문진료 전문병원 ‘건강의집 의원’ 원장이자 《처방전 없음》의 저자인 홍종원은 그렇지 않다고 강조한다. 돌봄은 제도화된 서비스를 넘어 “우리가 일상에서 맺는 관계의 이름이 되어야 한다”(330쪽)고, 우리 모두가 취약한 존재이며 항상 돌봄을 주고받으며 살아왔다는 ‘상호의존’의 감각을 되살리는 것이야말로 돌봄의 위기를 넘어설 방법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오랫동안 돌봄 현장을 경험하고 목격하며 돌봄의 가능성을 사유해 온 두 사람이 나눈 다섯 번의 대화를 엮은 결과물이다. 저자들은 우리에게 깊이 각인된 ‘각자도생’의 논리에 저항하며 일상에서부터 서로를 돌보는 관계를 맺자고, 그렇게 ‘돌봄 위기 사회’를 함께 ‘돌봄사회’로 만들어가자고 독자들에게 손을 내민다. 추천사 ![]() : 나는 우리 부모님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입원해야 한다면 좋은 간병인을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우리 부모님이 요양시설에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만약 요양시설에 가야 한다면 친절한 곳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우리 부모님이 기적처럼 병에서 회복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이 쓸쓸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 모든 것이 운에 달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돌봄은 운이나 기적이 아니다. 운이 따르지 않거나 기적을 기대할 수 없는 사람들, 유한한 존재인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아주 구체적인 단어다. 이미 돌봄을 삶의 가장 중요한 문제로 사유해온 저자들은 우리가 맺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관계를 원하고 상상하고 고민하고 만들어보기를 권한다. 각자도생의 늪에 빠져 손 뻗을 곳, 발 디딜 곳, 마음 줄 곳을 잃은 우리가 원하고 내용을 재구성해야 할 단어, ‘돌봄’일 것이다. 아직 살아 있는 우리, 삶의 많은 것이 ‘돌봄’에 달려 있다. : 돌봄노동에 대한 ‘희미한 앎’과 그로 인한 두려움은 ‘아픈 나’ ‘늙은 나’ ‘무력한 나’를 불온한 대상으로, 때로는 이 사회에서 추방시켜야 할 대상으로 폄하시킨다.
홍종원과 조기현은 이 대담집에서 각자가 목격하고 경험한 생생한 돌봄의 현장을 증언한다. 누군가를 질책하거나 단죄하지 않고 돌봄노동 현장에서 필요한 것과 우리 사회에서 결여되어 있는 것들을 짚으며 우리가 미래의 우리를 혐오하지 않고 환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돌봄이 순환하기에 우리는 서로에게 의존하며 살아갈 수 있다’라고 말하는 두 사람은 소외된 이들을 위한 선명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면서도 끊임없이 공감과 연대, 그리고 공동체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촉구한다. 그들이 변화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은 실용적이지도, 효율적이지도 않지만 더없이 진실하고 성실하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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