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PTSD 등을 연구하는 정신의학자이자 의료 인류학자 미야지 나오코가 상처를 껴안고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학술 논문에는 실리지 못하고 흘려보내 버린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려낸 따뜻한 에세이다.
발리의 사원,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어느 교외 성당, 겨울날 가나자와의 미술관, 영감과 통찰을 가져다준 책과 영화들, 환자들과의 임상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섬세하고 따뜻한 필치로 써내려간 문장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치유와 행복을 기원하는 기도와도 같다.
“상처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 상처의 언저리를 가만히 어루만질 것. 몸 구석구석을 보살필 것. 딱지와 흉터를 감싸고 보듬어줄 것. 더 깊은 상처를 입지 않도록 치료하고, 호기심의 눈길로부터 가려주고, 그렇지만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 상처와 함께 앞으로의 남은 삶을 살아갈 것.”
아무리 의료가 발달해도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하는 약은 없다. 슬픔을 껴안은 피해자의 회복을 위해 의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상처가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약함을 껴안은 채 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도록 돕는 것이 아닐까.
첫문장
딸아이가 꽤 어렸을 때, 밖에 나갔다가 계단에서 굴러 넘어진 적이 있다.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던 나는 아이가 넘어지는 모습을 그냥 지켜보고 있었다.
최근작 :<상처를 사랑할 수 있을까> ,<트라우마 마주보기> … 총 2종 (모두보기) 소개 :정신과 의사, 의학박사. 1986년 교토부립 의과대학 졸업 후, 1993년 동대학원을 수료하고 1989년부터 1992년까지 하버드 대학원 의학부 사회의학교실 및 법학부 인권강좌에 객원 연구원으로 유학했다. 1993년부터 긴키대학 의학부 위생학 교실에서 근무하다가 2001년부터 히토쓰바시 대학원 사회학 연구과 조교수로, 2006년부터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전문 연구 분야는 문화정신의학, 의료인류학, 트라우마와 문화, 젠더와 섹슈얼리티론, 생명윤리이다. 저서로 《이문화를 살다》, 《트라우마의 의료인류학》, 《트라우마의 지정학》, 《트... 정신과 의사, 의학박사. 1986년 교토부립 의과대학 졸업 후, 1993년 동대학원을 수료하고 1989년부터 1992년까지 하버드 대학원 의학부 사회의학교실 및 법학부 인권강좌에 객원 연구원으로 유학했다. 1993년부터 긴키대학 의학부 위생학 교실에서 근무하다가 2001년부터 히토쓰바시 대학원 사회학 연구과 조교수로, 2006년부터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전문 연구 분야는 문화정신의학, 의료인류학, 트라우마와 문화, 젠더와 섹슈얼리티론, 생명윤리이다. 저서로 《이문화를 살다》, 《트라우마의 의료인류학》, 《트라우마의 지정학》, 《트라우마와 젠더》, 《성적 지배와 역사》 등이 있다.
최근작 :<다자이 오사무 내 마음의 문장들> … 총 30종 (모두보기) 소개 :도쿄외국어대학교 대학원에서 일본어학을 전공하고 통번역사로 일했다. 전문 번역가로 좋은 일본 문학을 찾아 소개하고 있다. 번역서로 《풀꽃》, 《책은 시작이다》, 《봄은 깊어》, 《심호흡의 필요》, 《세상은 아름답다고》, 《나쓰메 소세키 - 인생의 이야기》, 《다자이 오사무 - 내 마음의 문장들》 등이 있다.
저자 미야지 나오코는 트라우마, PTSD 등을 연구하는 정신의학자이자 의료 인류학자로, 대학 졸업 후 하버드 대학원 의학부 사회의학교실 및 법학부 인권강좌 연구원을 거쳐 히토쓰바시 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의료인류학, 트라우마와 문화, 생명 윤리 등을 연구하며 《트라우마의 의료인류학》, 《트라우마와 젠더》, 《성적 지배와 역사》 등의 여러 저작물을 발표하는 한편, 오랫동안 임상의학자로서 가정 폭력이나 성폭력 피해자들의 치유와 예방에 힘쓰고 있다.
《상처를 사랑할 수 있을까》는 트라우마 연구자인 저자가 트라우마 연구와 함께 겪어온 일상의 소소한 체험에서 얻고 깨달은 생각들을 섬세하고 따뜻한 필치로 써내려간 에세이다. 늘 학술 연구와 그와 관련된 저작에만 전념해온 저자에게 어느 날 “에세이를 한번 써보지 않겠습니까?” 하고 어느 편집자의 제의가 들어왔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일상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가 나오게 되었다.
“상처를 껴안고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학술 논문에는 실리지 못하고 흘려보내 버린 이야기를 담아보자. 우리 모두 말로는 하지 못하는 아픔을 껴안고 살아가는 시대에, 여행지에서 생긴 소소한 일이나 영화와 예술 작품에서 뭔가를 볼 수 있지는 않을까. 누군가가 상처를 주고, 서로 상처를 입으며 살아가는 속에서 생기는 지혜, 상처를 껴안고 있기에 깨닫는 것이 있지 않을까.”
발리의 사원, 부에노스아이레스 교외의 어느 성당, 베트남 참전 용사 기념비 등의 여행지, 영감과 통찰을 가져다준 책과 영화, 그림들, 그리고 환자들과의 임상 현장.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부드럽고 섬세한 문체로 써내려간다. 굳어 있던 마음을 천천히 풀어주는 것만 같은 그녀의 문장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치유와 행복을 기원하는 진심어린 기도이기도 하다.
상처 입은 사람은 누구나 갑옷을 껴입은 채 살아간다. 약한데도 강한 척, 침착한 척하며 살아간다. 상처 입은 채 살아가는 괴로움은 당사자가 아니면 알 수 없다. 약함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은 괴롭다. 상처를 감추고, 잊으려고 애를 쓴다. 할 수 있으면 없었던 일로 하고 싶고, 그때의 풍경을 지워버리고 싶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쓴다 해도 상처 입은 자신으로부터 도망칠 수는 없다. 기억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그런 상처 입은 사람들의 치유를 위해 의학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약함을 극복해낸 강한 인간을 만드는 것일까. 상처 입은 이들은 갑옷을 몇 겹이고 껴입으며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일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상처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 상처의 언저리를 가만히 어루만질 것. 몸 구석구석을 보살필 것. 딱지와 흉터를 감싸고 보듬어줄 것. 더 깊은 상처를 입지 않도록 치료하고, 호기심의 눈길로부터 가려주고, 그렇지만 부끄러워하지 않을 것. 상처와 함께 앞으로의 남은 삶을 살아갈 것.”
상처 입은 사람이 자신의 약함을 껴안은 채 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는 것. 의료가 해야 할 일은 상처 입은 우리가 자신의 약함을 받아들이고 어루만지며 또한 동시에 그것과 계속해서 싸워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아닐까.
“가끔 내가 쓴 문장에서 위로를 받을 때가 있다.”
늘 폭력과 피해, 그에 따른 트라우마를 다루는 저자는 가끔 세상이나 인간을 믿지 못할 때가 있다고 말한다. 그런 그녀에게 글쓰기는 상처 입은 이들의 치유와 행복을 기원하는 기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상처 입은 이들을 보며 힘들고 지쳐가는 자신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위로이기도 하다. 책을 읽는 독자도 그런 기분을 조금이라도 얻기를 바란다고 한 저자의 바람처럼, 그런 그녀의 문장은 이 책을 읽고 옮기는 동안 내게도 따뜻한 힘과 위로가 되어주었다. 자신이 준 상처, 남에게 받은 상처, 상처 받았다는 상처, 상처 주었다는 상처. 상처와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저자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가닿을 수 있다면 기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