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트라우마를 정면으로 마주하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하고 시적인 산문”이라는 선정 이유와 함께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의 신작 『빛과 실』(2025)이 문학과지성사 산문 시리즈 <문지 에크리>의 아홉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노벨문학상 수상 강연문 「빛과 실」(2024)을 포함해 미발표 시와 산문, 그리고 작가가 자신의 온전한 최초의 집으로 ‘북향 방’과 ‘정원’을 얻고서 써낸 일기까지 총 열두 꼭지의 글이, 역시 작가가 기록한 사진들과 함께 묶였다.
삼십 년 넘게 ‘쓰는 사람’의 정체성으로,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라는 “두 질문 사이의 긴장과 내적 투쟁”을 글쓰기의 동력으로 삼아온 작가가 그 숱한 질문들 속 “가장 깊은 겹”이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던 게 아닐까, 그것이 바로 “내 삶의 가장 오래고 근원적인 배음”이 아닐까 묻고 답하기까지, 시차를 두고 쓰인 시와 산문, 일기와 사진이 새롭게 제 자리를 잡았다.
“북향의 사람”(「북향 방」)으로 읽고 쓰는 동안, 종일 빛이 들지 않는 정원에 음지에서도 견뎌내는 식물들의 뿌리를 내리고 탁상용 거울 여러 개의 방향을 옮겨가며 햇빛을 붙드는 작가의 작고도 간절한 일상을 따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음의 구절이 떠오른다. “이 행성에 깃들인 사람들과 생명체들의 일인칭을 끈질기게 상상하는, 끝끝내 우리를 연결하는 언어를 다루는 문학에는 필연적으로 체온이 깃들어 있습니다.”
빛과 실 7
가장 어두운 밤에도 31
출간 후에 37
작은 찻잔 59
코트와 나 65
북향 방 68
(고통에 대한 명상) 70
소리(들) 72
아주 작은 눈송이 81
북향 정원 85
정원 일기 99
더 살아낸 뒤 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