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잠실롯데월드타워점] 서가 단면도
|
‘재일교포 실업인 간첩단 조작 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하다가 사망한 고(故) 김추백 씨의 딸이 간첩단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고, 무죄 판결을 받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간첩단 조작사건의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과거사’가 아니라 ‘지금, 여기’의 이야기로,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누구나’의 이야기로,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아픔들과 손잡는 이야기로 기억하길 바라며 발부리 아래에 ‘걸림돌’ 하나를 놓는다.
“저는 많은 사람들이 길을 걷다가 이 걸림돌 때문에 발을 헛디디길 바랍니다. 그리고 잠시나마 그들의 삶을 생각해 보길 바랍니다.” - 귄터 뎀니히(Gunter Demnig) 추천사 : 너무나 갈망해온 무죄라는 한마디. 막상 손에 쥐고 보니 허망하기 짝이 없었다. 한을 품고 돌아가신 분들의 육신은 이미 스러졌고, 남은 이들은 여전히 파괴되고 훼손된 삶을 살아내야 한다. 그 폭격 맞은 땅 에 도착한 “미안해, 오폭이었어.”라는 통지서. 아홉 살 때 아버지와 헤어진 딸은 스무 살이 넘어서야 아버지가 간첩 사건으로 끌려갔다는 것을 알았고, 아버지의 나이를 훌쩍 넘겨 애끓는 사부곡(思父曲)을 펴냈다. 너무 많은 조작 간첩 사건이 있었다. 『발부리 아래의 돌』은 그 피해자들을 국가폭력의 피해자 일반으로 두는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 이 책은 사부곡에 머물지 않는, 뒤늦게 쓰는 아버지들 한 분, 한 분의 부고장이다. 발신지는 오폭의 현장, 수신인은 여전히 고개를 뻣뻣이 들고 다니는 가해자와 그들의 무심한 이웃들이다. : 1977년. 날조된 간첩죄로 사형 판결을 받은 재일동포 사업가 강우규와 공범으로 중형을 선고받았던 김추백 등 그 친지들은 2016년 대법원의 재심 무죄판결로 누명에서 벗어났다. 이 책은 그에 이르기까지 10년 여 땀 흘려 애써온 저자의 집념의 산물이다. 작고한 부친 김추백이 불법 체포되었을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저자는 노구의 생존 피고인들과 그 가족들을 위한 따듯하고 지혜로운 심부름꾼, 안내자이자 구심점으로서 오랜 기간 지침없이 진실규명을 위한 싸움을 이끌어왔다. 이 책이 그 인내의 기록이다. 저자의 그때그때 빠짐없는 노트와 기억의 도움으로 이 책에서 독자들은 그 과정 모두를 생생하게 되풀이 공감할 수 있다. 재심 과정의 말석에 참여했던 변호사로서 높은 도덕적 이상과 정의의 승리라 할 이 기록물에 경의를 표한다. : 『발부리 아래의 돌』은 김호정 선생님이 ‘재일교포 실업인 간첩단 사건’의 피해자와 유족들과 함께 재심을 신청하고 무죄를 받기까지 그 모든 과정에 앞장선 당사자이기에 엮을 수 있는 글입니다. 김호정 선생님은 아버지들이 억울한 누명을 벗어내기까지의 긴 시간을 갈무리하며 만 장 이상의 수사 기록과 재판 자료를 읽고 또 읽었습니다. 아버지들을 ‘간첩’으로 만들어낸 기록은 저자의 손끝에서 아버지들이 살아 계실 때 자식들에게 미처 못한 말, 오랜 세월이 지나 재심을 하면서도 자식들에게 미처 못한 말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그저 당사자라고 해서 쓸 수 있는 글이 아닙니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로 일본으로 건너가야 했던 제주인들의 삶, 해방 후 제주4.3과 남북분단 속에 일본과 제주도에서 이산가족으로 살아야 했던 삶, 국가권력의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자기를 책망해온 세월을 쓰는 일은 김호정 선생님만의 깊은 고민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 책에는 재심을 통해 함께 누명을 이겨낸 평범한 사람들의 10년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