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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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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우리의 모든 일상을 바꿨다. 특히 외부활동이 단절되자 사람들은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공원이나 숲, 둘레길, 강변을 찾았다. 아무런 방해 없이 마음껏 공기를 마시며 몸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자유로운 쉼이자 안전한 여행이 '산책'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매혹된 아침 산책 역시 하루를 무사히 견뎌내기 위해 떠오르는 빛을 가득 담는 의식이자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출근 전 1년을 걷다 보니 어느새 814킬로미터. 이 책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다는 생각으로 매일 아침 산책하며 그 속에서 발견한 삶의 의미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 산문집이다. 여성으로 산다는 것, 혼자 살아가는 기쁨과 슬픔, 나이 듦, 걷기에 대한 성찰 등 여성이라면 공감하며 함께 사유할 만한 고민과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 열세 번째 글이 유달리 눈에 들어왔다. 봄이기도 하겠거니와 ‘The Show Must Go On’이라는 제목이 마음에 남았다. 머릿속도 몸도 무겁기만 했던 겨울을 이제는 날려보낼 때가 되었다.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삶 속에 다시 뛰어들어야겠다. 나처럼 무기력해진 사람이 각오 없이도 슬쩍 넘겨볼 수 있는, 페이지 페이지마다 꽃향기가 느껴지는 예쁜 책이다. : 오원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상상하며 800km를 걸었다. 매일 반복되면서 산책은 단순히 걷는 일에서 일상을 내 쪽으로 끌어당기는 일이 된다. 이 시간은 걸으면서 생각을 긷는 시간이다. 생각을 길으면서 깊어지는 시간이다. 무엇보다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나의 소리를 들어주는”, 스스로에게 다가가는 시간이다. 혼자를 긍정하는 시간이다. 사계절의 산책이 다 다르듯, 조금씩 나아지고 싶은 이에게 매일의 산책은 새롭기만 하다. 나아지고자 하는 바람은 나아가는 발걸음으로 수놓아진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나를 조금 더 사랑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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