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트 앤더슨은 중국 쿤밍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와 아일랜드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영국에서 수학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코넬 대학교 대학원에서 당시 부상하던 동남아시아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로 재직했다.
1965년 인도네시아의 좌익 쿠데타 시도에 군이 개입되어 있음을 폭로한 후 수하르토 정권으로부터 입국 금지 조치를 당했다. 당시 백만 명에 달하는 좌익 인사가 쿠데타 혐의로 피살되었다. 앤더슨은 35년이 지나서야 인도네시아에 돌아갈 수 있었고, 그 사이 태국, 필리핀 등을 연구하고, 필리핀의 소설가 호세 리살 등 19세기 무정주부의자들을 다룬 역작『세계화의 시대』를 펴내기도 했다.
이 책은 앤더슨의 외국어 공부의 즐거움, 현장 연구의 중요성, 번역 작업의 희열, 신좌익이 전 세계 학계에 끼친 영향, 후학 양성의 보람, 세계 문학에 대한 애정 등, 세상을 향해 열린 마음으로 살아온 생애를 묘사한다. 그의 저작 중 가장 유명한 『상상의 공동체』집필의 동인이 된 몇 가지 개념과 영향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예리하고 독창적인 논의는 민족주의 연구의 틀을 바꾸어 놓았다.
역자 서문
서문
제1장 이주(移住)의 연속
제2장 지역 연구
제3장 현장 연구
제4장 비교의 틀
제5장 학제간 연구
제6장 은퇴와 해방
후기
찾아보기
첫문장
나는 일본의 대병력이 중국 북부를 공격하기 직전이며, 유럽에서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딱 3년 전인 1936년 8월 26일, 쿤밍(昆明)에서 태어났다.
: 앤더슨은 내부인들만 아는 농담, 개성 넘치는 여담, 은근한 유머를 섞어 가며 자신의 특별한 이력과 감성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학계에 대한 신랄한 비판도 담겨 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그는 주로 국제주의를 소개하고, 지리, 역사, 언어,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 2015년에 타계한 베네딕트 앤더슨은 민족주의의 반제국주의적 기원에 대해 본능적으로 공감했고, 이런 경향은 보기 드물게 특이한 시각에서 비롯된 역사관을 통해 더 강화되었다. 『상상의 공동체』를 집필할 당시 그는 동남아시아를 연구하는 작은 서구인 집단의 중심에서 일하는 정치학자였다. 사후에 출간된『경계 너머의 삶』이 잘 보여 주듯이 앤더슨은 학문적 배경뿐 아니라 집안의 내력 덕분에 민족주의가 지닌 이런 혁명적 매력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 앤더슨은 전 세계가 국제적인 연대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계속 강조한다. 이 책이 우리의 사고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앤더슨의 논의는 우리로 하여금 세계화에 대한 지나치게 단순한 시각을 지양하고, 그의 표현을 빌자면 ‘민족주의와 국제주의의 해방적 잠재력’을 이해할 도구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