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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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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 장편소설. 라비다 행성에서는 본래 농작물이 저절로 자랐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라비다 행성이 행성감기에 걸려버렸고, 농작물은 더 이상 자라지 않게 된다. 설익은 농작물, 딱딱해진 농작물 등으로 인해 라비다 행성에는 식량 부족 사태가 벌어진다. 라비다인들은 식량 소비를 줄이기 위해 하나의 육체를 여럿이서 나눠 쓰기로 하지만 그 효과는 미미했고, 다른 대책이 필요해졌다.

라비다 행성의 농업사령관인 띵은 오랫동안 지구의 TV프로그램을 시청해왔는데, 그 중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농사의 전설'이다. 양동마을 사람들이 농사를 지으며 생활하고, 서로 잘 지내는 모습이 보기 좋았기 때문이다. 띵은 이들에게 농사 비법을 전수받아, 라비다 행성의 식량난을 해결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라비다 행성으로 지구인들을 모셔, 아니 납.치.해왔는데, 이게 웬일. 지구인들은 자신들은 배우이지 농업전문가가 아니라고 한다. 연기만 했을 뿐 실제 농사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른다는 지구인들. 띵은 난감하기만 하다. 이미 많은 예산이 투자된 만큼, 지구인들의 직업이 무엇이든 무조건 농사를 성공시켜야만 한다.

프롤로그 013
chapter 1. 농사의 전설 017
chapter 2. (소군) 농사 097
chapter 3. 데리다 행성 215
chapter 4. 고노게나오 농사 243
chapter 5. 농사쇼 347
에필로그 : 우쿠부지의 여름 370
작가의 말 374
추천의 글 377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오멜라스 대표)
: 한국형 뉴웨이브SF의 실험

‘커트 보니것이 한국에 태어났다면 이런 소설을 썼을까? 2차 세계대전의 아픈 경험들이 쌓이기 전의 청년 보니것이 그 특유의 블랙유머 감각으로 21세기 한국 사회와 대중문화를 재료 삼아 SF를 쓴다면 이 작품과 비슷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을까?’
책을 읽는 내내 들었던 생각이다. 그와 함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영화도 자꾸 떠올랐다. <행성감기에 걸리지 않는 법>을 일독하는 일은 이제껏 접해 왔던 한국산 SF들과는 여러 면에서 색다른 경험이었다.

농업의 위기를 맞은 외계인들이 대책 회의 끝에 지구인 ‘농사 전문가’들을 데려오기로 한다. 이미 그들은 지구의 TV를 몰래 즐기고 있었는데, 그중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 이야기를 보고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본 것은 사실 ‘전원 드라마’였다.

제각기 개성 충만한 외계인과 지구인 캐릭터들(생생하게 그려진다), 그들 각각의 환경이나 히스토리와 유기적으로 얽힌 다층적인 스토리 전개(설정의 디테일을 즐기는 재미가 쏠쏠하다), 적절하게 배어들어 있는 풍자와 유머 코드(일단 적응되면 흥미진진하다), 씨줄과 날줄로 교직되는 정교한 플롯(복선 찾는 재미가 있다) 등등. 이 작품의 미덕은 꼽으면 꼽을수록 자꾸 떠오른다. 그리고 그 모든 요소들이 융합되어 발산하는 시너지도 독특한 미학을 이룬다.

제일 먼저 돋보이는 것은 작품의 주인공인 라비다인들과 그들의 행성, 그들의 생태에 대한 설정이다. 작가가 가장 공들인 부분으로 짐작되는데, 사실 SF라면 흔히 기대하게 되는 과학적 정합성을 애초부터 배제하고 철저하게 은유와 풍자로 승부를 건 듯한 태도라서 자칫 SF애호가에 따라서 호오가 갈릴 수도 있다. 하지만 열린 마음으로 장르의 드넓은 스펙트럼을 즐기려는 독자라면 충분히 즐기고도 남을 만큼 세심하고 정교하다. 최소한 그 노력만큼은 객관적으로 일정한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외계 생태의 설정에서 교과서적인 치밀함으로 정평이 나 있는 작품이라면 흔히 프랭크 허버트의 <듄>을 떠올리게 된다. 비록 <행성감기에 걸리지 않는 법>은 그런 고전의 품격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작품 자체의 내적 토대가 되는 블랙유머와 풍자의 정서에 충분히 값할 만한 수준에는 오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런 성취는 쉽게 도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이따금 등장하는 우리말 언어유희(pun)가 꽤 성공적이라는 것이다. 타율이 준수한 편이라서 작가의 이 분야 센스 내공은 단기간에 쌓인 것이 아닌 듯하다. 이를테면 멍한 아름다움을 ‘멍미’라고 표현한 것은 우리말 속어가 갖는 중의적 페이소스를 적절하게 구사한 재미있는 예이다.

서구SF에서는 1960년대 즈음부터 ‘뉴웨이브SF’라고 하는 새로운 흐름이 등장했다. 그전까지는 과학기술적 묘사의 엄정함을 강조하는 하드SF적 정서가 기본 바탕에 깔려 있었지만, 뉴웨이브SF는 마치 그에 반기를 드는 듯한 형이상학적, 추상적 관념의 묘사가 특징이었다. 베트남전쟁 반대와 히피 운동 등 당시의 사회적 배경을 짚는 분석과 더불어 기존 SF 자체의 한계를 돌파하려는 실험적, 파격적인 시도의 성격도 컸다. SF를 ‘Speculative Fiction(사색소설)’이라고 새롭게 풀이하자는 제안이 꽤 유효했을 정도였다.

<행성감기에 걸리지 않는 법>을 읽으면서 문득 한국형 뉴웨이브SF라면 이와 비슷한 느낌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대중문화와 연관 지어 흥미롭게 분석해볼 만한 텍스트로 꼽힐 자격이 있다.

그동안 여러 SF공모전 심사를 맡아 오면서 <행성감기에 걸리지 않는 법>과 유사한 스타일의 경쾌하고 신랄한 블랙 유머 SF들을 더러 접해 왔지만, 대부분 아쉬움이 컸었다. 게다가 그런 스타일을 중단편도 아닌 장편 스케일에 걸맞게 구사한 경우는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소설이 더 반가운지도 모르겠다. <행성감기에 걸리지 않는 법>과 같은 작품이 더 많이 나와야 우리나라 SF의 창작 역량이 더 넓고 깊어질 것이다. 작가의 다음 작품들이 기대된다.

최근작 :<앨리스 앤솔로지 : 거울 나라 이야기>,<굿 피플 프로젝트>,<행성감기에 걸리지 않는 법> … 총 7종 (모두보기)
소개 :청소년 SF 장편소설인 『우리 집 뒤는 세상의 끝』으로 2013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원작소설 창작과정에 선정되었다. 2017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스토리작가 데뷔 프로그램 우수작으로 선정되어 2018년 SF 코미디 장편 소설인 『행성감기에 걸리지 않는 법』을 출간했으며, 경장편 『굿 피플 프로젝트』를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