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준 (문학평론가) : 미디어가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사람들이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를 견디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과거와 달리 현대적 미디어는 쌍방향성이 특징이라고 말하지만, 정보의 양이 일정한 범위를 넘어서면 그와 같은 쌍방향성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 이 지점에 이르면 우리에게 세상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그 사건들에 연루된 타인의 삶은 한낱 정보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삶의 지속성을 위협함으로써 단기적인 사고만을 가능하게 하는 현대적 삶의 방식은 우리를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무감각하게 만든다. 『어떤 곳에서도 안녕하기를』에 수록된 글들은 이러한 개인화된 감각에서 벗어나 상처투성이인 우리 시대를 성찰하려는 몸짓이며, 구체적으로는 상처받은 삶을 향해 내미는 연대의 손짓이다.
문소영 (서울신문 기자) : 간밤에 별고 없으십니까? 여전히 물어야 하는 시절입니다. 코로나 팬데믹 3년간 공감과 연대, 안전과 평온에 대한 소망이 어느 때보다 더 커졌습니다. 특히 평화와 안전, 번영은 인류가 당연히 누리는 행복이 아니었습니다.
독일 본에서 음악가로 활동하며 한국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예민하게 감지하는 김지혜, 청소년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분투하는 교사 이의진, 삶의 터전을 제주로 옮겨 소수자의 삶을 개선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한정선 등 3인의 여성작가가 ‘21세기형 시민의 자격과 역할’에 대해 묻고 따지고 우리를 설득하고 있습니다.
더 성숙한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한국사회가 더 고려해야 할 다양한 지점을 3명의 여성이 아프게 가리키고 있습니다. 어떤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더라도 사고의 확대를 위해,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