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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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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작가의 자전적 성장 만화. 과장도 없고, 판타지도 없고, 유머도 없다. 책 전체에 절절하게 흐르는 진솔함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넘어 울컥하게 만든다. 한 칸 한 칸 공들여 그린 그림 속의 주인공 표정과 심리 묘사는 마치 한 편의 비밀스런 일기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이름은 김송이, 열세 살, 6학년이다. 노래면 노래, 응원이면 응원, 그림이면 그림, 수학은 1등. 적당히 잘 놀고, 적당히 재밌고, 인기 많고 공부 잘하는 아이. 송이가 노력해서 만든 ‘나’이다. 여름 방학에 집이 망하고 아빠는 집을 나가고, 송이는 결국 엄마와 엄마 친구가 알려 준 빈 가게에서 생활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다. 자기가 사는 곳이 지하 술집이라는 것도, 온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다는 것도. 술집 무대 뒤에 창문하나 없는 창고가 송이가 살고 있는 방이라는 사실도 말이다. 밤이 되면 그다음 날 새벽까지 송이는 방에서 나올 수 없다. 송이 방 앞을 가로막은 반달 모양의 지하 무대에서 사람들은 밤새 술에 취해 쿵짝쿵짝 노래를 부른다. 아무도 그 무대 뒤에 그런 공간이, 그 공간 안에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알지 못한다. 송이는 지하 깊은 곳 술 취한 사람들을 피해서 숨어 있는 도깨비니까.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18년 5월 31일자 '책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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