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로주점》은 에밀 졸라의 대작 ‘루공마카르’ 총서의 일곱 번째 작품으로, 제2제정시대 아래 파리 서민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낸 자연주의 소설이다. 1876년, 이 작품이 급진적 공화주의 신문 《르 비앵 퓌블릭Le Bien Public》에 연재되었을 당시엔 좌익과 우익 모두로부터 극심한 비판을 받았다. 빅토르 위고, 플로베르, 공쿠르 등 당대 위대한 작가들마저도 초기에는 이 작품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에 대해 1877년 《목로주점》을 출간하면서 에밀 졸라는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나는 스스로를 변호할 생각은 없다. 내 작품이 나를 변호해줄 것이다. 《목로주점》은 진실을 담은 작품이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 민중의 향기를 머금은 최초의 민중 소설이다.” 그의 말을 증명하듯 《목로주점》은 3년 만에 100쇄를 찍은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에밀 졸라는 이 소설로 부와 명성을 동시에 얻었다. 19세기의 걸작으로 꼽히는 《목로주점》은 에밀 졸라의 작품 중에서 《제르미날》과 더불어 가장 많이 읽힌 소설이다.
최근작 : … 총 47종 (모두보기) 소개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프랑스로 건너가 낭트시립대학 대학원에서 공부했습니다. 현재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하며 프랑스어 책을 한국어로 옮기고 있습니다. 옮긴 책으로 《퀀텀》 《인피니티》 《만화로 배우는 와인의 역사》 《나는 니체처럼 살기로 했다》 《세상의 모든 수학》 《청소년이 정치를 꼭 알아야 하나요?》 《각방 예찬》 등이 있고, 함께 옮긴 책으로 《아르센 뤼팽 전집》이 있습니다.
19세기 최초의 베스트셀러로 기록된 에밀 졸라의 대표작
삶의 비극을 신랄하게 보여주는 위대한 통속!
세월의 비평을 이겨내고 수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살아남은 세계의 명작들만을 엄선하여 소개하는 ‘모던 컬렉션’ 시리즈의 열한 번째 책으로 《목로주점》이 출간되었다.
전 20권으로 기획된 ‘루공마카르’ 총서의 일곱 번째 작품인 《목로주점》에서 졸라는, 가난과 알코올로 야기되는 광기와 패악을 당대 파리 교외 노동자들의 언어로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출간 당시 후배 작가인 말라르메나 휘스망스 같은 작가들은 대담하고 파격적인 이 작품에 대해 찬사를 보냈으며, 작가 폴 부르제는 졸라에게 “이 작품은 당신 최고의 소설입니다. 이런 강력한 작품을 더 써 주십시오, 그러면 금세기 말에 당신은 발자크와 같은 위대한 작가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라며 극찬하였다. 당대 서점가의 최고 베스트셀러가 된 이 소설로 에밀 졸라는 대중적인 인기와 부를 모두 얻게 되지만, 1876년 《르 비앵 퓌블릭Le Bien Public》에 소설이 연재되었을 때부터 우익 인사들은 “악취가 난다”, “사실주의가 아닌 외설”이라고 비난했으며, 좌익은 졸라가 민중을 더럽히고 노동자 계급의 나쁜 측면만을 부각시켰다고 비판했다.
에밀 졸라는 《목로주점》 서문에서 “파리 근교의 타락한 환경 속에서 한 노동자 가족이 운명적으로 쇠락해가는 모습”을 그려냈다고 스스로 밝혔다. 이전에도 민중의 삶을 그린 소설이 존재했지만, 졸라는 《목로주점》을 통해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처음으로, 낭만주의 소설에서 이상화시켰던 민중과 다른, 있는 그대로의 민중을 그들 고유의 언어를 사용해 소설의 중심에 등장시켰다. 삶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끝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마는 제르베즈, 한때 성실했으나 부상으로 인한 좌절과 게으름을 이기지 못하고 알코올에 빠져드는 청년 쿠포, 이집저집 기생하며 단물을 빨아먹어 파국으로 내모는 남자 랑티에, 이기적이고 질투심 강한 구두쇠 로리외 부부, 끝까지 품위를 지키는 선량한 구제 모자, 남의 말 하기 좋아하는 이웃 등 파리 하층민을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인물 군상과 그들의 생활상, 심리 등을 생생한 언어로 묘사해냈다. 소설 초반에 제르베즈가 랑티에가 다른 여자와 떠난 것을 알고 그 여자의 자매인 비르지니와 세탁장에서 싸움을 벌이는 장면은 그 대담한 묘사의 서막과도 같다. 습기가 가득한 세탁장의 분위기 속에서 여자들이 소매를 걷어붙이고 빨래를 하는 역동적인 분위기, 두 여자가 옷이 찢어지고 피가 흐를 만큼 처절하게 싸움을 벌이고 급기야 옷을 들추고 볼기를 때리는 장면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그뿐 아니라 이른 아침에 노동자들이 출근하는 광경, ‘목로주점’의 거대한 증류기, 못 제조소의 대결 장면 등 소설 전반에 걸쳐 인상적인 묘사가 이어진다. 전체적인 광경부터 세부적인 부분까지 눈앞에 보일 듯 세세하게 훑어 내린 작가의 시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당대 파리 근교 노동자의 삶과 환경, 그들의 언어에 대한 꼼꼼하고 방대한 자료 조사를 통해 노동자 계급 서민들의 일상을 사실에 입각하여 냉철하게 그려내고자 한 《목로주점》에는 “진실을 앎으로써만이 보다 나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에밀 졸라의 소설 《로마》에서 인용)라는 작가의 신념이 깃들어 있다. “나는 상처를 보여주었을 뿐이다……. 이것에 대한 치유책을 찾는 것은 입법자들의 몫이다.”(졸라가 《목로주점》에 대해 1877년 2월 22일에 《비앵 퓌블릭》에 보낸 편지에서 인용)라는 졸라의 말에는 당시 제2제정 아래 프랑스 사회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 순수하던 사랑은 무너지고, 근면한 노동은 나태에 이르고, 난잡한 동거 생활을 하며 도덕성을 잃어가고, 독이라 여겼던 술에 절어 하루를 탕진하며 차츰차츰 나락으로 떨어져 무너지고 마는 극단적인 파국의 광경을 드러냄으로써, 작가는 독자들로 하여금 삶의 고통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파리 근교 하층민 가족의 몰락을 그린 자연주의 소설
근면함으로 간신히 일궈낸 안락한 생활을 서서히 무너뜨리는 비극적 운명
쿠포는 입술을 악물고 아내를 떠밀었다. 그리고 혼자 침대로 가면서 제르베즈에게 주먹을 쳐들었다. 쿠포는 저 위에서 실컷 주먹을 휘두르다 지쳐 코를 골고 있는 주정뱅이 남자를 닮아 있었다. 제르베즈는 문득 온몸에 한기를 느꼈다. 그리고 남자들, 남편과 구제, 랑티에를 떠올리며, 자신은 결코 행복해질 수 없을 거라는 절망감에 심장이 갈라지는 것 같았다.
―본문 중에서
제르베즈는 어린 나이에 랑티에를 만나 결혼도 하지 않은 채 두 아이를 낳고, 고향을 떠나 파리로 상경한다. 하지만 랑티에가 다른 여자와 눈이 맞아 돈을 모조리 가지고 떠나버리자, 제르베즈는 다시는 남자를 만나지 않겠다고 마음먹고 세탁부로 일하며 홀로 두 아이를 키운다. 같은 건물에 살던 함석공 쿠포는 성실한 제르베즈에게 반해 끈질기게 구혼하고, 제르베즈는 몇 번이나 거절하지만 마침내 그의 청혼을 승낙해 결혼하기로 한다. 결혼 후 몇 년간 두 사람은 열심히 일해 저축을 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제르베즈는 저축이 늘어가는 것을 보며 세탁소를 열고 싶다는 꿈을 품는다. 마침내 쿠포와 함께 점찍어둔 가게 자리를 보러 가기로 한 날, 불행한 사고가 그들을 덮치고 만다. 함석공 쿠포가 그만 지붕에서 떨어져 크게 다친 것이다. 제르베즈는 모아두었던 돈을 털어 쿠포를 극진히 보살핀다. 그런 그녀를 지켜보던 이웃 청년 구제는 어머니를 설득해 제르베즈에게 가게 차릴 돈을 빌려준다. 그 덕분에 제르베즈는 번듯한 세탁소의 주인이 된다. 제르베즈의 세탁소에는 일감이 밀려들었고, 이웃들은 그런 그녀를 질투 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쿠포는 몸이 회복되었지만 점차 게으름에 빠져들면서 술을 입에 대기 시작한다. 제르베즈는 먹고 생활하는 데 아낌없이 돈을 쓰고, 남편의 게으름도 눈감아준다. 제르베즈의 생일을 맞아 거하게 잔치를 열던 날, 오래전에 제르베즈를 버린 랑티에가 나타나 그들의 집에 얹혀살게 되면서, 불행은 제르베즈의 삶에 서서히 스며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