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종로점] 서가 단면도
|
독특한 주제의 여행기를 써온 저자 윤정인이 여행작가로서의 강점을 발휘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 특별한 책방 탐방기다. 동네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서점이 눈앞에서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을 목격한 저자는 소중한 것들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하나씩 없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전국의 책방을 찾아다니기로 마음먹는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은 헌책방과 동네서점을 지나 전문 서점 및 도서관을 거쳐서 마침내 책마을에 다다른다. 책이 있는 곳을 찾아 떠난 이 여정의 선명한 순간들이 본문 곳곳에 오래된 보물처럼 은은한 빛을 발하며 머무른 채 독자들의 가슴속에 오래된 책 냄새와 같은 향취를 남긴다. <책들이 머무는 공간으로의 여행>이 최근 쏟아져 나오는 작은 책방 관련 책들과 차별화되는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히 책방을 소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여행 에세이처럼 책방에 이르기까지의 노정과 책방을 둘러보며 받은 인상을 여행자 특유의 섬세한 감성으로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한 명의 책방 순례자가 되어 책방으로 향하는 길을 걷는다. 주변의 풍광을 보고, 책들이 머무는 공간을 감상하며, 그곳에서 책과 함께 머무는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책을 꿈꾼다. 이 모든 생생하고도 몽상적인 체험을 이 책은 가능케 한다. 들어가며_책마을 가는 길 : 이따금 그런 생각을 한다. 나와 세상 사이에는 책이 놓여 있다고. 탱글탱글한 밥알을 삼키고, 한 줌의 눈물을 쏟고 난 후에도 세상은 기어코 그대로니까. 나를 둘러싼 세상을 새로이 바라보게 하는 것. 세상을 포기하지 않게 하는 것. 그리하여 저 산과 달과 창문과 식탁을 다시금 사랑할 수 있게 해준 것. 그것은 결국 책이었다고.
《책들이 머무는 공간으로의 여행》에 책이 있는 모든 곳이 있다. 서점, 헌책방, 도서관, 그리고 책마을까지. 이 모든 ‘책들이 머무는 공간’이 내게 어서 세상과 만나보라고 손짓한다. : 내 딸아이와의 가장 행복했던 기억은 손을 잡고 동네서점에 갈 때였다. 딱히 무슨 책을 사겠다는 목적 없이, 딸아이는 서점을 거닐면서 책을 구경하고 나는 서점 주인과 차를 마시던 때가 그립고 또 그립다. 《책들이 머무는 공간으로의 여행》이 책방을 다룬 책들 가운데 돋보이는 점은 서점을 ‘지식 소매상’이 아닌 ‘책과 함께 노는 공간’으로 여기고 그에 걸맞은 책방, 그리고 도서관과 책마을을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이 책을 들고 책방을 여행하고 싶은 욕구를 참기 힘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