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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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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 루슈디의 2022년 피습 이후 첫 목소리. 오랜 기간 도피생활을 하면서도 『분노』 『조지프 앤턴』 『무어의 한숨』 등을 펴내며 작품활동을 활발히 펼쳐온 저자는 죽음의 순간에 가까이 갔으나 끝내 살아남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벌어진 사건을 정면으로 마주한 회고록 『나이프』를 세상에 내놓으며 다시 한번 자유와 사랑의 힘을 역설한다.
1부 죽음의 천사 ![]() : 우리를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게 만드는 ‘어떤 일’이 있다. 살만 루슈디는 한 청년이 휘두른 칼에 온몸을 공격받았다. 그러나 적의와 공포와 고통의 순간이 지나간 뒤 상처투성이가 된 루슈디는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를 사랑하는 가족과 친절한 의료진, 그의 쾌유를 위해 기도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덕분에 루슈디는 처음 알려졌을 때와 달리 이 ‘어떤 일’이 칼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의 이야기임을 깨닫는다. 작가는 다시 쓰는 사람이다. 칼의 이야기를 사랑의 이야기로, 죽음의 이야기를 생명의 이야기로. 이건 니체와 베케트와 카버가 먼저 한 일이다. 그리고 이제 루슈디가 또하나를 보탰으니 앞으로 ‘어떤 일’을 겪고 괴로워할 누군가에게 이 책이 큰 위안이 될 것이다. : 이 책을 읽는 일은 그가 쓰러진 무대로 달려가 칼에 찔리고 베여 벌어진 목과 뺨을 함께 지혈하는 것과 같다. 손톱이 검붉게 물들고 두려움으로 눈 밑이 떨려도 이 정열적인 응급조치는 멈출 수가 없다. 엄지로 상처를 강하게 누르는 동안 찌를수록 타올랐던 그의 불꽃 한 점이 독자인 우리의 심부에도 옮겨붙는다. 그는 잃어버린 오른쪽 눈으로 낡고 병든 세상을 더 또렷이 볼 수 있게 되었다. 세상 모퉁이에서 잘못된 신념이라는 괴물의 가죽을 벗겨낸 그의 드라마를 응시하며, 한때 들었던 장막 뒤의 포효가 더는 우리를 할퀴지 못할 것임을 문학의 망루와 종탑에 올라 감각한다. 이 책은 출간 자체가 하나의 성전(聖戰)이다. : 재치 있고 담백하며 구체적이고 명료하다. 이 책은 자유가 직면한 위협을 상기시켜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싸워야 할지 알려준다. : 루슈디의 승리는 바로 이것에 있다. 끔찍한 부상과 잔존하는 위협에도 예술과 언론의 자유에 대한 그의 열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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