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가장 빛나는 시와 시인에게 주어지는, 67회를 맞은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 문학상인 '현대문학상'의 올해의 수상자와 수상작으로 이제니의 「발견되는 춤으로부터」 외 6편이 선정되었다. 심사는 2020년 12월호~2021년 11월호(계간지 2020년 겨울호~2021년 가을호) 사이, 각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수상후보작으로는 김기택 「오지 않은 슬픔이 들여다보고 있을 때」 외 6편, 김승일 「2차원의 악마」 외 6편, 김언희 「밤의 가두리에서」 외 6편, 문보영 「모르는 게 있을 땐 공항에 가라」 외 6편, 박연준 「재봉틀과 오븐」 외 6편, 이장욱 「생물 공부의 역사」 외 6편, 임지은 「감정교육 뉴스」 외 6편, 진은영 「종이 외」 외 6편이 선정되었다.
: 현상학적 지각의 최소 지점에도 이르지 못한 잡문의 문장이 요란한 오늘의 현실에서, 이제니의 시는 그 갈래를 달리하기 때문에 빛난다. (……) 이제니는 롤랑 바르트의 푼크툼 Punctum과 같은 이미지로부터의 ‘찌르기’, 찔린 자국, 작은 구멍, 작게 베인 것들을 거느리며, 나만을 찌르는 미미한 것들과 함께 결국 일반적인 내용과 결별한다. 그런 결별 지점이 바로 시적 언어의 생성 지점이다.
(……) 「발견되는 춤으로부터」는 앞서 언급한 특징들이 집약적으로 빼어나게 드러난 매력적인 작품이다. 사물의 표면을 물질적으로 드러내면서도 현상학적 지각의 장field을 뒤흔드는 시선, 즉 “발생하는 눈” “바라보는 눈, 바라보면서 알아차리는 눈, 알아차리면서 흘러가는 눈, 흘러가면서 머무르는 눈, 머무르면서 지워지는 눈, 지워지면서 다시 되새기는 눈”을 통해 경험의 시선에서 시적인 언어의 시선으로 이동한다. ‘기이한 착각, 비어 있음으로 가득히 비어 있는 것’을 통한 차원의 변화, 그리고 “빛과 어둠의 경계 위에서 흩날리는 입자와 입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춤, 눈, 땅’으로 나아가는, 물러서지 않는 언어의 동력이 눈부시다.
(……) 이렇게 의식의 눈을 찌르는 언어, 발견되는 언어를 통해 이제니의 시는 ‘시적’으로 ‘시답게’ 빛난다.
: 언어를 음률적으로 쓰는 데 이제니는 독보적이다. 앞말이 뒷말을 밀고 뒷말이 앞말을 받으면서 섞이고 스미고 흘러가는 그의 시는 언어의 운동성, 리듬으로 독자를 시인의 기도, 혹은 주술에 홀리듯 합류시킨다. 시각 이미지에 기울어져 있는 현대시에 익숙한 독자에게 시의 기원이 주술과 음악임을 새삼 깨닫고 만끽하게 하는 시.
2008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아마도 아프리카』『왜냐하면 우리는 우리를 모르고』『그리하여 흘려 쓴 것들』『있지도 않은 문장은 아름답고』를 출간했다. 편운문학상 우수상, 김현문학패,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표면의 언어로써 세계의 세부를 쓰고 지우고 다시 쓰는 작업을 통해 이미 알고 있던 세계와 조금은 다른 세계, 조금은 넓고 깊은 세계에 가닿기를 바란다.
1957년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나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태아의 잠』 『바늘구멍 속의 폭풍』 『사무원』 『소』 『껌』 『갈라진다 갈라진다』 『울음소리만 놔두고 개는 어디로 갔나』 등이 있으며 김수영문학상, 현대문학상, 미당문학상, 지훈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인. 2009년에 현대문학 신인추천으로 데뷔하였으며, 시집으로는 『에듀케이션』, 『여기까지 인용하세요』, 『항상 조금 추운 극장』이 있다. 기계에 대한 시를 쓰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그 결심을 지키지 못하면서 살고 있다. completecolle?ion.org에 자신이 쓴 모든 글을 게시한다.
1970년 대전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 『문학과사회』에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우리는 매일매일』 『훔쳐가는 노래』와 저서로 『순수이성비판, 이성을 법정에 세우다』 『니체, 영원회귀와 차이의 철학』 『문학의 아토포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공저) 등이 있다. 대산문학상, 천상병 시문학상, 현대문학상, 김달진문학상 젊은시인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문학상담 및 인문상담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제니 (지은이)의 말
시를 써오는 15년 가까운 시간 동안 저는 저의 안팎에 이미 있어왔던 색채와 형태와 목소리들을 향해 다시 새롭게 열리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한낱 먼지에 불과할지라도 각자 고유하게 아름다운 자리가 있었습니다. 발견된 뒤에야 비로소 날아오르기 시작하는 먼지의 춤에는 보편적이고 관습적인 문법 언어로는 드러낼 수 없는 언어적 공간 혹은 언어적 결락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비어 있는 공간, 그곳에서 울려오는 얼굴과 목소리와 함께 무언가 써 내려가는 것. 입 없는 입이 되기 위해서 문맥 속 낱말의 쓰임과 움직임을 다시금 궁리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순간 순간 충만히 존재하는 한 방식이라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쓸 수 없다고 생각했던 한때의 문장들이 실은 시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는 뒤늦은 깨달음과 함께. 이 시편들은 이미 썼던 것에서 아주 작은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려 했던 부단한 마음의 기록입니다. 어쩌면 저의 시는 점점 더 전형적인 시의 형식으로부터 멀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완전히 멀어진 뒤에야 비로소 제가 쓰려는 그것에 가까워질 수 있으리라 저는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내내 시가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물으면서. 시라고 말해지는 그것으로부터 벗어나고 벗어나면서. 저는 여전히 제가 쓰는 시가 아무것도 하려고 하지 않고, 아무것도 되려고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것 그대로 온전히 존재하고 스스로의 운동으로 어딘가에 가닿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