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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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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놓기는 분주하고도 무료한 우리 삶의 수행이자 예술 활동이다. 스님은 수 작업을 오색 실 놀이, 천 조각 안에서 마음껏 내 꽃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한다. 꽃술에 파랑 실을 쓰거나 알록달록 여러 색으로 매화를 본 즐거운 마음을 담기도 하는 등 주어진 색실 번호를 따르기보다 자기 나름대로 색을 골라 보면 수작업이 더욱 창의적이고 즐겁다.
정위 스님의 수에는 자연의 생동감이 깃들어 있다. 하늘거리는 꽃잎, 줄기 휘어진 모습, 각기 다른 초록 잎의 변주를 보고 있으면 생명력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색실을 골라 그저 면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한 땀 한 땀 자연의 모습을 살핀 수행자의 마음이 무명 위에 드러난다. 마땅한 색이 없어 이리저리 맞추다 뜻밖의 아름다움을 발견한 이야기, 잎을 메울지 비울지, 어떤 색을 고를지 하며 허송세월한 에피소드, 바람 결에 꺾어진 가지 주워온 이야기 등 스님의 수 이야기를 읽으며 잔잔한 위로와 삶의 지혜를 얻는다. ![]() : 정갈한 무명 위에 꽃들이 피어났다. 봄을 알리는 노란 산동백, 민들레와 붉은 매화가 피어났나 했더니 푸른 나팔꽃, 모란과 은방울꽃, 무꽃, 오이꽃까지 가세했다. 파릇한 새싹과 물들어가는 잎까지 자연에서 온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천진한 색상이 더해져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매일 지나다니는 길가에, 주택가 화단에, 베란다 한쪽 옹기종기 모인 작은 화분에 피어난 생명에 감탄하며 마음에 넣어둔 이미지를 차곡차곡 꺼내어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표현했다. 수많은 색색의 실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한 땀 한 땀 놓는 시간은 스님에게는 수행과 같은 순간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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