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촌점] 서가 단면도
|
끊임없이 쓰러지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스스로 다시 일어서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50페이지 걸쳐 빨간 주먹과 검은 주먹의 권투 장면만 클로즈업된다. 링 밖에서 응원하는 관객 한 명 화면에 없다. 오로지 둘뿐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빨간 주먹과 검은 주먹의 사투가 더욱 사실적으로 드러난다.
작가는 마치 실제 경기를 보는 느낌으로 두 선수만의 치열한 싸움을 거친 목탄으로 튀어나올 듯, 튕겨 나갈 듯 속도감 있게 그려 낸다. 그림을 보는 내내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하다. 작가는 쓰러지고 일어서는 권투 선수의 모습을 산을 오르며 정상에서 부는 바람을 기대하는 사람의 마음에 비유했다. 중심을 잃고 쓰러지거나, 강한 주먹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거나, 애써 뻗은 주먹이 빗나가는 좌절의 순간에도 다시 일어서 가드를 올리는 모습은 산에서 길을 잃은 사람처럼 절박하다. 3분의 절박함은 마치 젖 먹던 힘까지 쏟아 내며 냉혹한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절묘하게 겹친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