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경 (시나리오 작가, <물고기 자리> <꽃피는 봄이 오면> 작업) 
: 트위터에서 감자와 보리를 처음 본 게 언제였더라. 그게 “11월”이 아니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내 고양이들뿐 아니라 얼굴도 모르는 다른 집 고양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궁금해하는 이상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하면서 우리의 범위는 무한대가 된다는 것을. 한 사람의 고양이가 이내 모두의 고양이가 되고, 길 위의 이름 모를 고양이도 어느새 우리 고양이가 되는 신비로운 경험. 동물과 같이 살고 있지 않다고? 당장 이 책을 펼치면 된다. 누구든 당장 “우리”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될 테니까.
트위터에서 익히 보았던 “우리 감자와 보리”의 사랑스러운 사진들에 두 고양이에 대한 11월 님의 애정을 담은 짧은 글이 덧붙여진 화사한 화보집일 것이라는 나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 책은 끝이 어딘지 모를 어두운 터널의 끝에서 만난 두 고양이와 한 사람이 서로를 구원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들이 어떻게 서로에게 기대 자신들의 세계를 구축하고 그 세계를 확장시켜 갔는지에 관한 분투의 역사이기도 하다. 안온함이, 애틋함이 담긴 사진들 하나하나, 그 속에서 건져 올려진 세밀한 애정의 표현들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울고 웃으며, 그들의 여정을 함께 하고 나니 이 가족에게 이 말을 꼭 건네고 싶어졌다.
“그리하여 어느 날, 당신들을 알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목정원 (미학자) : 어떤 아픔들은 말로 전할 수 없다. 그 때문에 우리는 종종 타인의 아픔을 의도치 않게 지나친다. 몇 해 전 겨울, 내 노래를 처음 듣던 날, 그녀는 맨 뒷자리에서 울고 있었고, 그때 나는 그 슬픔의 이유를 채 알지 못했다. 그러므로 혹 위로가 발생했다면 그것은 나의 일이 아니라 노래의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노래처럼, 끝 간 데 없는 아픔의 깊이를 오직 사람의 언어 바깥에서 이해하고 보듬는 존재들이 있다. 이 책은 그 존재들에게 다시금 사람의 언어로 감사와 사랑을 건넨다. 그리고 인사를 전한다. 절망의 순간에 반드시 제때 찾아오는 사랑을 오늘도 기다리는 우리들에게. 그것이 생명을 가졌다면 손을 뻗어 안아 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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