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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야탑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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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쓴 아나운서 신동진의 첫에세이집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4남매를 키우신, 오직 헌신과 희생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의 삶을 돌아보면서, 저자는 당신과 공유했던 그 모든 시간들과 감정들을 하나하나 핍진하게 떠올린다. 유년 시절, 중고등 시절, 대입과 군대 시절, 그리고 아나운서 입사 후의 삶들을 따라가다 보면, 손석희의 표현대로, 씩씩함과 다정다감이 함께하는 그의 품성도 바로 어머니에게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소박한 필체에 진정성이 담긴 글 속에는 삶과 사회에 대한 저자의 유연하고 성숙한 시선이 내재해 있다. 아나운서라는 이름 뒤에서 어려움과 고난이 적지 않은 시간들이었지만, 저자는 좌절과 원망보다는 극복과 희망을 보며 동료와 이웃을 끝까지 믿는 따뜻한 시선을 줄곧 유지하고 있다. 수식과 조미료가 없는 글이지만, 그래서 순정하고 여운이 이어진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나 자신의 어머니를 계속 떠올리게 된다. 그야말로 '그토록 오래고 아름다운 이름'을. 저자의 말 · 4
: 그의 씩씩함과 다정다감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나는 궁금했다
그는 씩씩하면서도 다정다감하다. 그 두 가지가 함께하기란 쉽지 않은 것인데 그는 그렇다. 선배들에게도 후배들에게도 공히 그렇다. 그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 품성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궁금했는데 책을 보니 답이 나와 있다. 그는 어머니를 닮아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아들로서 쓸 수 있는 당연한 사모곡이 아니라, 어머니와의 시간여행 기록이자 어머니를 통한 자신에 대한 성찰의 기록이다. : 나의 아이들이 동진 선배가 어머니를 추억하는 만큼만 나를 기억해 준다면!
동진 선배의 가지런한 눈썹 같은 반듯함, 셔츠를 끝까지 채운 듯한 단정한 마음, 탄탄하게 어깨를 받치고 있는 자존감 같은 것들. 어머니의 유산임을 느낀다. 나이를 먹고 아이를 낳아보니, 이 세상에 내던져진 생명체를 건사해 온전한 한 사람으로 길러내는 일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그 무게감에 새삼 마음이 짓눌릴 때가 있다. 내가 나의 아이들을 동진 선배만큼의 동그랗고 단단한 사람으로 키워낼 수 있다면 나도 마지막 순간 만족한 웃음을 지을 수 있겠지. 나의 아이들이 동진 선배가 어머니를 추억하는 만큼의 미소로 나를 기억해 준다면 내 생의 의미를 다 했노라 말하며 눈 감을 수 있겠지.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중앙SUNDAY 2020년 3월 7일자 '책꽂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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