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대 여성이 직장을 그만두고 시골로 내려가 엄마와 함께 밥집을 운영하며 사는 이야기를 담았다. 엄마와 딸이 조금은 낭만적인 마음으로, 그러나 절실한 생계를 위해 자영업으로 뛰어드는 과정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들이 적혀 있다.
밥보다 중요한 것이 없다고 말하는 엄마와 음식이라곤 라면밖에 끓일 줄 모르는 딸이 밥집을 운영하며 서로의 삶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매달 손해를 메우며 버티다 보니 단골손님도 생기고, 엄마의 손맛을 인정해주는 손님도, 아플 때 찾아와 죽 좀 만들어달라는 자식 같은 손님도 생겼다. 시골 농어촌 마을의 풍경, 농사짓고, 배를 타고, 장사하고, 회사를 다니는 손님들의 사는 이야기, 버티며 사는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함께 담았다. 제철메뉴와 정성 가득한 음식이야기는 읽는 이의 마음을 함께 채워준다.
첫문장
2015년 6월 13일. 큰 우여곡절 없이 개업일이 되었다.
결국 우리는 하루하루 버티며 살고 있다
낭만과 생존 사이, 다음 달은 괜찮아지겠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우리 식당에서 밥을 먹고 조금이라도 따뜻한 사람이 된다면,
내일을 살아갈 힘이 생긴다면, 그걸로 우리가 버틸 이유는 충분하다. - 본문 중에서
밥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니?
“손님 음식을 무슨 내 식구 음식 하듯 해? 누구 사위라도 오는 줄 알겠어.”
“음식은 정성이야. 정성껏 만든 음식을 먹어야 기분도 좋고 살도 붙지.” - 본문 중에서
예약제 밥집을 운영하며 손님들이 먹고 싶은 음식은 무엇이든 만들어준다. 공사 현장에서 일하며 밥을 대 먹는 아저씨들, 기운 차리기 위해 고기를 먹으러 나왔다는 백발의 할머니, 입덧이 심해 밥을 못 먹는 새댁, 점심시간만 기다리는 직장인들, 퇴근 후 끼니를 때우기 위해 밥집을 찾는 혼밥족들, 명절에 먹을 반찬까지 주문하는 단골손님들.
배와 마음까지 따뜻하게 채우고 나가는 그들을 보며, 각기 다른 모습으로 열심히 사는 이야기를 들으며 밥이 주는 감동을 함께 전한다. 여름에는 열무비빔밥, 가을에는 게장 백반, 겨울에는 김치만두. 마음과 정성을 담은 계절 메뉴는 음식으로 전하는 진심을 보여준다. 원재료 값이 올랐다고 음식 값까지 올릴 수 없다며 남기는 것도 없이 장사를 하기도 하고, 밥값 겨우 천 원 올리는 것도 손님에게 미안해한다.
그럼에도 아슬아슬하게 적자를 메우며, 조금씩 빚을 갚으며, 한 달 벌어 한 달을 버티며 밥집이 굴러간다. 밥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냐는 엄마의 말은 밥의 소중함을 넘어 먹고사는 일의 의미까지 되묻는 듯하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골 인심을 책 속에 꾹꾹 눌러 담았다.
견디는 게 이기는 것
우리 모두는 기특하다!
자영업을 하다 보면 힘든 일도, 기쁜 일도 고스란히 자기 몫이 된다. 누구를 탓할 것도 없고, 분풀이할 것도 없다. 그나마 다행인 건 자영업을 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 기쁜 날이나 슬픈 날, 동네 친구들은 우리끼리 회식을 한다. - 본문 중에서
고향에 내려와 밥집을 오픈하고 보니 동네 친구들이 눈에 들어온다. 슈퍼를 하는 친구, 물고기를 잡는 친구, 배 엔진을 고치는 친구, 회사를 다니는 친구 등 다양하다. 자영업을 하는 친구들이 많으니 함께 술을 마시며 푸는 일도 많다. 들고 나는 돈에 일희일비하는 삶을 살다 보면, 거의 모든 가치는 돈으로 매길 수밖에 없다.
함께 술을 마시며, 서로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며, 오늘 하루 정말 힘들었다고 위로하며, 간단하게 기울이는 술 한두 잔에 내일도 버틸 힘이 생긴다. 자영업뿐만 아니다. 학업에 지친 학생, 일에 치이는 직장인, 가정을 돌보는 주부, 하다못해 다섯 살 꼬마도 하루하루가 녹록지 않다. “다음 달은 괜찮아지겠죠?” 어쩌면 이 말은 내가 나에게, 우리가 서로에게 하고 싶고 또 듣고 싶은 말이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모두 버티면서, 견디면서 하루를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럼에도 곧 나아지겠지. 내일은 괜찮겠지, 다음 달은 괜찮겠지 자신을 위로하면서.
인생에 노하우가 없듯 장사도 노하우는 없다
“시골에서 장사하는 거 힘들어?”
“엄청 힘들어.”
“손님도 별로 없고, 동네 장사라 괜찮을 것 같은데.”
“그래서 힘들어. 노하우도 없고.” - 본문 중에서
갑작스럽게 가장이 된 ‘엄마’는 자신의 노후와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육십이 넘은 나이에 생애 첫 장사를 시작한다. 서울에서 열심히 직장 생활을 하던 삼십대 딸은 엄마를 돕기 위해 시골로 내려왔다. 손님이 없어 문밖만 하염없이 바라보기도 하고, 메뉴를 몇 번이나 다시 고쳐 만들기도 했다. 피크타임에 밥이 떨어져 온 동네에 밥을 얻으러 뛰어다니고, 냉장고를 옮기다 몸살이 나 하루 장사를 공치기도 하고, 2만 6000원을 26원으로 잘못 계산하기도 했다.
모두 장사가 처음이라 그렇다. 인생에도 노하우가 없듯 장사에도 노하우는 없다. 처음 하는 밥집 운영이 서툴듯 오늘을 처음 살아보기에 우리의 인생도 실수 연발이다. 이렇게 하루만, 한 달만 더 버텨보자는 마음으로 살고 있는 그들의 삶이 어쩐지 낯설지 않다.
밥과 인생이 담긴 따뜻한 이야기들. 엄마와 딸이 시골에서 밥집을 운영하는 치열한 생존 일기가 아니라 조금은 낭만적인, 그러나 현실이 담겨 있는 솔직한 일상. 여전히 돈과 시간을 줄기차게 까먹고 있지만 견디다 보면 괜찮아질 것이다. 하루하루 버티며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밥과 사람과 정이 있는 따뜻한 에세이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