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대학로점] 서가 단면도
|
우주 행성을 배경으로 한 소현수의 SF소설. 먼 미래, 좁아진 터전과 인구의 폭증으로 우주개척사업이 시작된다. 차원이동기술로 미지의 은하계를 탐사하던 중 마침내 지구와 매우 흡사한 행성이 발견된다. 행성의 이름은 프린테라. 허나 프린테라에는 야후라 이름 붙여진 토착종이 살며 파괴적인 힘으로 인간을 도륙한다. 이에 범지구적 차원우주개척군이 출범하여 야후와의 대대적인 전쟁이 시작된다.
prologue :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경쾌한 문체에 꼼꼼한 디테일, 살아있는 캐릭터들 등등. 게다가 중반부의 스토리텔링이 소강상태에 접어드나 싶더니 이내 국면 전환을 통해 새로운 독서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구성도 꽤 정교한 편이다.
사실 밀리터리SF는 워낙 국내외의 괜찮은 작품들이 다수 소개되어 있기 때문에 신작을 쓰는 작가에게는 꽤 부담스런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 흔히 말하는 ‘잘해야 본전’이라는 평을 듣기 십상인 장르인 셈이다. 그런데 <프린테라>는 오히려 기존 작품들을 적극적으로 오마쥬하여 독자로 하여금 아는 만큼 더 즐기게 만드는 미덕이 충만하다. 흔히 클리셰를 진부함의 대명사처럼 얘기하고들 하지만 사실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하고 친근한 요소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소설이나 영화, 만화 등 매체를 불문하고 거장으로 추앙받는 스토리텔러들의 공통점은 가장 많은 독자들이 익숙해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내 보인다는 것이다. 소재, 설정, 스토리, 캐릭터, 문장 등등 작품을 이루는 모든 구성요소들이 일반 독자의 눈높이에서 너무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계속 앞으로 끌어간다. 이런 정공법은 작가라면 누구나 기본적으로 연마해야 할 길이고 이런 기초가 탄탄해야 다른 실험적 시도들도 비로소 빛을 발한다. 그런 점에서 <프린테라>는 성공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게다가 상상력을 자극하는 후반부의 반전 설정도 SF로서 품격을 지녔다. 밀리터리SF에 입문하려는 독자에게 추천작으로 꼽기에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전반부의 경쾌한 진행과 후반부의 주제를 향한 고조, 그리고 일독을 끝내면서 묵직하게 남는 여운까지. <프린테라>는 밀리터리SF로서 갖춰야 할 여러 요소들을 골고루 잘 버무려 연출해 내어 ‘읽는 재미’를 경험하게 하는 좋은 작품이다. 작가의 기본기가 탄탄해서 앞으로 또 어떤 후속작들로 SF의 파노라마를 엮어낼지 기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