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문재 (문학평론가, 시인, 안양대 교수) : 강경아 시인의 시는 “생의 어긋난 통점들이/불쑥불쑥 얼굴을 내”밀고 있는 이 세상에서 하루하루를 움켜쥐고 살아내는 사람들 속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한글을 깨우치지 못했지만 “눈보라 앞세우며 장사 밑천 한 보따리 머리에” 인 어머니와 “이름표를 차고 실내화를 신고” 보호센터로 등교하는 아버지를 품는 데서 여실히 볼 수 있다. 시인의 시들은 뿌리가 깊고 단단해 비바람에 쓰러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많은 가지를 키워 올려 다른 사람들의 손을 잡는다. 대파며 양파며 “마늘 까기의 달인”이자 무한 인심을 기부하는 “주공마트의 대명사” 이웃 노인은 물론이고 전태일, 노숙자,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 아르바이트 청년들, 사라진 공구장인들, 코로나19의 폭격으로 무너지는 자영업자와 노동자 등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보도연맹사건, 여순항쟁, 제주 4·3항쟁, 5·18민주화운동, 미얀마 민주화운동 등의 역사 속으로 당당히 들어간다.
복효근 (시인, 송동중학교 국어 교사) : 시인에게 여수는 “생의 어긋난 통점들이/불쑥불쑥 얼굴을 내미는 곳”이며 “변방의 아랫목처럼 깊고도 푸른” 곳이다. 맞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어긋난 생의, 시대의 통점을 짚어내고 있다. 변방이라 말했지만 그가 짚어내는 통점은 한국의 근현대사를 꿰뚫고 지나간(혹은 지나가는) 것이라는 점에서 여수라는 공간에 한정되지 않은 보편성과 공감대를 획득하고 있다. 시인은 이 시집에서 “잊혀진 사람들, 묻어버린 진실”을 찾아 그것을 오늘의 목소리로 들려준다. 시인은 민족사의 비극인 여순사건을 그려낸다. 보도연맹사건을 소환한다. 오월 망월동으로 팽목항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작업대 문틈에 끼거나 컨베이어벨트에 껴버린” 뿌리내리지 못한 미생(未生)들의 아픔을 그려내며 전태일을 다시 우리 앞에 부른다. 비록 한 개인의 아픔을 그려내더라도 그것이 시대의 아픔을 상징하는 아이콘이라는 점을 우리는 곧 확인할 수 있다. “하늘보다 더 높다는 정규직 사원증을 떠올려보”며, “슬기롭게 소비되는 인턴들” 청년 레이는 “머니가 만들어낸 민주공화국”의 제물이다. 그처럼 우리의 고통과 절망은 구조적인 것이며 제도적인 것임을 시인은 꾸준히 환기시키고 있다. 우리가 외면하고 돌아보지 않으면 다시 그것들은 우리를 제물로 삼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시인이 아픔과 절망만을 노래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시인이 바닥을 노래할 때마저도 “바닥이 서로 기대고 맞대어/서서히 몸을 일으”키며 “견고한 성체(聖體)가 되어 다시,/걸어 나올” 것을 의심치 않는 믿음이 전제되어 있다. 모든 고통이 “스스로 빛이 되는 작은 별들이”기를 바라는 희망이 배어 있다. 시인에게 주어진 소명의식을 저버리지 않고 역사와 동시대에 보내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과 희망의 메시지가 미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