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프로페셔널 시리즈.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위한 스마트하고 유용한, 그리고 도움이 되는 마이크로카피를 작성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도구를 제공한다. 여기에는 원칙, 실전 팁 및 기업, 신생 기업, 중소 기업의 실제 사이트 및 앱에서 제공되는 수십 개의 스크린샷이 포함돼 있다. 결코 카피라이터 또는 콘텐츠 라이터일 필요는 없다. 언어와 인터페이스에 대한 소질이나 적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마이크로카피를 작성할 수 있다. 필요한 모든 것들은 이 책 안에 담겨 있다.
변상희 (옮긴이)의 말
이 책을 처음 만난 것은 2017년 봄으로 온전히 개인적인 관심에 의해서였다. SK테크엑스에 다니는 정슬 매니저로부터 주변에 UX Writer가 있으면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후였다. 'UX Writer가 뭐지?'라는 궁금증이 생겨 웹을 뒤지다 보니 아마존, 페이팔, 구글, 드롭박스와 같은 회사에서 UX Writer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회사들이 관심을 가진다니…
UX Writing에 대해서 더 알아봐야지.' 하는 생각으로 관련 자료와 책을 찾다가 아마존에서 이 책을 발견하게 됐고 『Microcopy』라는 제목에 이끌려 바로 구매하게 됐다.
사실 UX Writing이라는 개념이 생기기 전부터 UI 디자이너들은 메뉴와 버튼의 이름인 레이블Label을 붙이고 팝업창의 메시지를 썼으며 입력폼의 가이드 문구를 정리해 왔다. 이러한 단어와 문장은 개발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스트링(String)이라고 불렸는데, 사용자가 제품 및 서비스를 사용할 때 실수하지 않고 원하는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하는 데에 도움이 돼야 하기에 사용성의 기본 원칙과 디자인 스타일 가이드에 따라 충실하게 만들어졌다.
과거 UI 디자이너로서 UI 문서를 리뷰할 때 버튼 레이블을 쓸 때 띄어쓰기가 맞는지, 메시지의 인칭과 시제가 통일돼 있는지, 메뉴 레이블이 너무 길어서 읽을 때의 호흡이 가쁘지 않은지 등등, 강박증처럼 오류를 잡아냈는데, 시각디자인 및 인간공학 출신의 인력들이 우글거리는 회사에서 평범한 문과 출신이 그나마 잘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몇 년 전 회사를 그만둘 즈음, Voice UX 컨셉 과제가 진행됐다. 처음에는 음성 인터페이스에 필요한 대화를 개발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는 나의 착각이었다. 주요 포인트는 음성 인터페이스의 톤앤매너, 즉 말투와 화법뿐만 아니라 맥락에 맞는 화제 등, 사람들 사이에서 오가는 대화처럼 말할 때 필요한 요소들을 정의하는 것이었다. 이때 간략하게나마 실제 음성 인터페이스가 제공할 원고도 썼는데, 그래픽 기반의 눈으로 보기 위한 문장에서 소리 내어 말하고 듣기에 적절한 문장으로,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의 글로, 사람과 시스템이 아닌 사람과 사람의 대화를 쓰게 됐다. 이 과제를 통해 UX Writing에 대한 나의 관심은 깊어졌고 때마침 만났던 이 책의 많은 부분이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대한 내 생각과 닿아 있어서 무척 반가웠다.
이제 이 책의 주인공인 '마이크로카피'에 대해 얘기해 보자.
마이크로카피는 말 그대로 아주 작은(Micro) 카피(Copy)다. 마이크로카피는 카피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지만, 광고에서 말하는 카피라이팅(Copywriting)과는 다르다. 또한, 사용자 매뉴얼 같은 길고 전문적인 자료를 작성하는 eTchnical writing과도 다르다. 마이크로카피는 디지털 디바이스 및 온라인 서비스의 UI 요소에 포함된 모든 텍스트로, 사용자의 행동과 직접 관련된 단어 또는 문구를 일컬으며 UX Writing의 결과물을 말한다. 그렇다면 마이크로카피는 어떤 특징을 가질까?
마이크로카피는 글이지만 말이다.
마이크로카피는 기본적으로 글이다. 이 책에 소개된 마이크로카피의 사례는 웹 사이트나 모바일 앱에 포함된 버튼 레이블, 에러 메시지, 입력 필드의 플레이스홀더 등의 텍스트들로 전통적인 GUI 디자인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사례 속에 있는 마이크로카피를 읽다 보면 글로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눈으로 보고 있지만, 누군가 말하는 것 같다. 그런 목소리 톤과 말투를 가진 어떤 인물이 마치 실제 존재하는 것처럼 머릿속에 구체적으로 그려진다.
마이크로카피는 GUI이자 VUI다.
앞서 말했듯이, 마이크로카피는 그래픽에 포함된 텍스트로서 GUI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본질은 VUI(Voice UI)와 다르지 않다. 일상적으로 오갈 것 같은 대화들을 인터페이스에 녹여 넣었기 때문이다. 사례의 많은 부분을 소리 내어 읽어보면 바로 VUI로 사용할 수 있다. 최근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전통적인 GUI를 벗어나 VUI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에서 마이크로카피는 과도기적 인터페이스, 즉 두 인터페이스의 접점에 있다. 언어적 요소와 비언어적 요소, 그래픽 요소와 비 그래픽 요소, 그리고 GUI와 VUI가 잘 조화된 인터페이스가 있다면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전달력과 호소력을 갖춘 훌륭한 발표자가 완성도 높은 PT 문서를 설명하는 것을 들으면 시각과 청각이 동시에 충족되는 것처럼 말이다.
마이크로카피는 단순한 UI String이 아니다.
마이크로카피는 UI 요소에 필요한 텍스트만은 아니다. 마이크로카피는 사용성의 원칙과 디자인 스타일 가이드에 충실한 스트링과는 조금 다르다.
사용자의 행동을 가이드할 수 있어야 하지만, 그 전에 행동에 대한 동기를 부여해야 하며 결국 행동을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스트링이 철저히 제품과 서비스 제공자 중심으로 작성되고 그들이 원할 때만 선택돼 임무를 수행하는 피동적인 텍스트라면, 마이크로카피는 회원 가입, 구매, 뉴스레터 신청 등, 제공자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사용자를 유도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텍스트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마이크로카피는 UX 디자인과 마케팅의 DNA를 모두 가지고 있다.
마이크로카피는 재미있고 재치가 넘친다.
마이크로카피는 사용자의 태스크를 돕기 위한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UI String과는 다르다. 사용성 원칙과 룰에 따라 작성됐기 때문에 너무 반듯해 다소 지루했던 기존의 UI String과는 달리, 마이크로카피는 엉뚱하지만 신선하다. 위트와 유머가 넘치며 여유가 느껴진다. 마이크로카피는 사용자가 어떤 것을 시도할 마음이 생기도록 일부러 만만하고 어수룩하게 굴기도 하고 허세를 부려 궁금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또한, 사용자가 실수해도 정색하지 않고 그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가볍게 넘긴다. 그래서 당황했던 사용자는 긴장을 풀고 나쁜 기억을 툭툭 털어내며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에 수록된 사례들도 재치가 넘치는 것이 많아서 번역하는 동안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었다.
마이크로카피는 브랜드가 타깃 고객에게 하는 말이다.
마이크로카피가 말이라면 브랜드는 그 말을 하는 사람이다. 말은 그 사람의 성격과 성향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브랜드의 성격과 메시지를 정의하는 보이스앤톤 디자인이 마이크로카피보다 더 우선돼야 한다.
이 책은 브랜드의 보인스앤톤을 디자인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완성 후 웹 사이트와 앱을 위한 마이크로카피를 작성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방법론을 제시한다. 브랜드의 톤앤매너를 정의하기 위해 브랜드를 대표할 수 있는 가상 인물로 페르소나(persona)를 정의한다. 나이는 몇 살일까? 어떻게 옷을 입고 있을까? 결혼은 했을까? 신문을 펼쳐 든다면 가장 먼저 어떤 섹션을 읽을까, 스포츠, 예술, 뉴스? 등, 다양한 질문에 대한 답을 통해 페르소나를 만들어 낸다. 이미 아마존의 에코(Echo), 구글의 홈(Home), 애플의 시리(Siri), IBM의 왓슨(Watson) 등 주요 음성 인터페이스들은 모두 사전에 페르소나를 정의한 후 그에 맞는 보이스톤을 선정하고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설계하고 있다.
오늘날 기술은 고도화되고 있지만, 반면에 더 쉽고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우리의 삶에 통합되고 있다. 아마존의 에코, SKT의 누구(NUGU), 카카오의 카카오미니(Cacao mini) 모두는 최근에 등장해 우리와 대화하기 시작한 음성 인터페이스 기반의 대표적인 서비스들이다. 왜 이들은 그래픽이 아닌 음성 인터페이스 방식을 채용했을까? 말은 가장 오래된 자연스럽고 원초적인 상호 작용 방식으로, 우리 뇌는 음성에 자동으로 반응해 말을 걸어오는 대상을 사람으로 인식한다. 따라서 우리는 음성 인터페이스 기반의 서비스가 실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나와 같은 인격체로 느끼게 된다. 또한, 우리는 대화를 통해 상대방의 많은 부분을 파악하는데, 대화 기반의 음성 인터페이스를 통해서 디지털 디바이스와 온라인 서비스의 아이덴티티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마이크로카피는 인간과 인터페이스의 관계를 인간 대 기계가 아닌, 인간 대 인간의 관계로 바꾸며 서비스의 개성을 잘 전달해 줄 수 있다.
끝으로 이 시간에도 좋은 사용자 경험을 만들기 위해 밤샘을 불사하는 모든 UXer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부디 이 작은 마이크로카피가 UX에 큰 힘을 실어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