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솔 (시인, 문학박사) : 김재호 시인의 첫 시집 아내는 시인이다는 삶과 여행에서 느끼고 깨달은 것들과 현재의 시간을 함께 살고 있는 아내에 대한 사랑, 사물과 대상에 대한 발견 등의 주제를 형성하고 있다. 익숙한 것 즉 일상의 삶에서 삶과 노동의 신성성을 보여준다면 여행시에서는 낯선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여성으로서의 아내와 아내로서의 여자에 대한 균형적인 감각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또한 사물과 대상에 대한 발견의 시선으로 다양한 상상력을 구사하기도 한다.
한편 이번 시집에서 자주 등장하는 아내의 이야기는 매우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동안 미투운동으로 시끄러웠던 한국 문단에서 아내에 대한 이야기를 정면에 부각시키는 시인의 등장은 이례적이다. 이는 이전 세대들로부터 전승해온 가부장적 사고로 인해서 여성에 대한 인식과 평가가 부정적이었던 것과 상반되는 것이다. 원로 시인들이 자신과 함께 살아온 아내에 대한 소회를 시로 남겨놓은 것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은 과거에 대한 애처로움이고 안쓰러움이 바탕에 깔려있기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창 주도적으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젊은 남성 시인이 자신의 아내를 공정하게 인식하거나 훌륭한 여성으로 간주하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이번 시집은 참으로 새롭고 참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