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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구월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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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장애인들이 한평생의 삶을 시설에서 보내는 사회, 장애인이 시설에 사는 것을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에서 시설을 나와 자립을 선언한 사람들이 있다. 이상분, 유정우, 김범순, 신경수, 최영은, 김진석, 홍윤주, 정하상, 김은정, 남수진, 이종강 열한 명이 바로 그들이다.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탈시설을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이후에 자립 생활을 꾸려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매우 첨예한 사회적, 정치적 문제들을 포함한다. 근본적으로 이는 그동안 자신을 ‘인간’으로 인정하지 않은 사회에 온몸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투쟁이다. ‘탈시설’이라는 문제의식은 여태껏 비장애인의 ‘정상성’의 관점에서 장애인이라는 한 인간 존재를 배타적으로 규정해온 역사를 바탕으로 한다. "이들은 자신의 삶을 폭력적으로 좌지우지해온 국가나 사회의 결정을 거부하고 탈시설을 감행했다. 이들과의 만남은 2005년부터 장애인 ‘탈시설 자립 생활 운동’을 통해 탈시설을 돕고, 시설 비리 척결을 위한 시설 조사를 진행해온 단체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이 기획한 인터뷰에서 시작되었다.1년에 걸친 인터뷰 과정에서 이들은 탈시설 이후의 자립 생활은 물론 시설 문제를 비롯한 국가와 사회 제도에 대한 생각을 담담하고도 유쾌하게 털어놓았다." 기획의 말 시설의 존재 이유를 질문하지 않는 사회 | 7 : “이 책에서 발견하고 너무나 기뻤던 단어 하나를 적어두고자 한다. 시설이 끝나는 곳에서만 가능한 말, ‘초대’이다. 내 삶이 없는 곳에서는 초대가 불가능하다. 초대란 당신을 나의 공간, 나의 시간, 나의 식탁에 부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초대란 내게 마련된 당신의 자리이다. 당신에 대한 유혹이자 당신을 맞는 준비이며, 당신과 함께하고 싶다는 근사한 열망이다. 그런데 이 책에 초대가 있다. 아니, 이 책 전체가 초대이다. 이제야 시설이 끝나가나보다. 이 책, 시설의 끝을 예고하는 초대장이 날아왔으므로!” : “오직 시설에서 몸으로서 살아가는 삶만이 허용되었던 사람들이 사회로 나올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듣는 귀이다. 더듬더듬 이어지는 이야기를 차분히 듣는 귀 말이다. 효율의 안경을 벗어던지면 단어 하나하나가 새롭고 귀중하게 들려온다. 경청의 힘은 놀랍다. 말하는 사람을 자꾸자꾸 말하게 하니 말이다. 나는 당신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고 진지하게 귀 기울이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얼마나 두근거리는 일인가. 기록자의 ‘듣고 싶다’는 마음과 구술자의 ‘말하고 싶다’는 마음이 만나 만들어진 문장들에는 새로움이 가득하다. 새로움을 빚어내는 것은 망설임이다. 내가 살아보지 않은 남의 삶을 청해 듣는 사람의 망설임, 얼굴 모르는 이들에게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의 망설임. 진심 어린 망설임의 순간들이 가만가만 이야기를 침묵 너머에서 데려온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한겨레 신문 2018년 7월 5일자 - 경향신문 2018년 7월 6일자 '책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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