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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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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골목길을 밝히는 호롱불 몇 개를 빼고는 도시 전체가 암흑 속에 빠져들고, 하루가 멀다 하고 사형수들의 몸뚱이가 교수대에 대롱대롱 걸려 있던 중세 도시. 그곳에 주식투자 열풍이 불었다. 옵션, 선도 거래, 리스크, 작전, 무차입 공매 등 현대 증권가에 쓰이는 용어들이 줄줄이 등장했고, 마켓 메이커, 브로커, 트레이더라는 전문직도 있었다. 주식을 사고팔아 대박을 친 사람도 있었고, 쪽박을 찬 사람도 있었다. 이것은 뉴욕 월스트리트가 아닌 17세기 암스테르담의 풍경이다.
자본주의의 꽃이자 현대인들이 가장 큰 관심을 기울이는 금융 산업인 주식투자. 금융의 본질, 투자의 원리는 무엇인가. 주식시장은 어떻게 구성되고 작동하는가. 이 책은 주식투자와 증권거래소가 처음 생겨났던 17세기 암스테르담, 세계 최초의 주식거래소가 있던 그곳으로 우리를 데려간다. : 경제나 경제사에 대한 이야기는 딱딱하게 기술되거나 분야 전문가들만 알 수 있는 용어들로 되어 있어서 일반인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읽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은 17세기 패권의 중심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살았던 인물들과 주식거래, 선물, 옵션, 파생상품 등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렘브란트의 그림 속 인물들이 그대로 살아나 카이저 거래소 회랑을 거닐며 동인도회사 주식을 거래하고, 장부에 멋들어진 서명을 날리거나 사기죄로 법정에 서 있는 장면을 연출한다랄까. 역사와 경제에 관심 있는 사람으로서 한번쯤은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다. : 책을 읽는 내내 자연스럽게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주식거래를 생각하게 했다. 비단 증권거래소가 형성된 과정뿐 아니라 브로커, 사무수탁, 마켓 메이커 같은 현존하는 직업의 탄생에 흥미를 느꼈다. 투자 및 증권업에 종사하며 밥을 먹고 살고 있는 이들에게, 역사에서 투자의 교훈을 얻고 싶은 투자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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