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시인, 음악가, 사진가, 만화가, 번역가, 저술가, 큐레이터까지 열한 명의 작가들이 22세기에 사라질 언어를 골라 서술한 책이다. 어떤 이는 지금에 서서 오랜 후를 예상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22세기라는 가상의 시기에 도달하여 지금과 그때를 이어내기도 했다. 각자가 가진 언어의 저울에 스무 단어를 올려놓고 미리 안녕을 고한다. 180개의 단어 중 어떤 것이 실제로 죽거나 사라질지 누구도 알 수 없지만 그러한 '예측 정확도'와 무관한 책이다.
사어(死語)는 단순히 한 단어가 사라진 흔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있던 언어가 없어지는 것은 사건이기보다 흐름에 가까워서 각 작가들이 꼽은 스무 개의 단어들은 '이전-지금-이후'를 판단하는 그들만의 기준이자 일종의 선언으로 보인다. 수집가처럼 자신의 이름으로 묶인 스무 사어를 가벼운 오동나무 서랍에 모아 넣을 수도, 언어의 장의사처럼 사어에 베를 곱게 둘러 염(殮)을 할 수도, 만담꾼처럼 숱한 농담을 부채처럼 펼치고 서늘한 웃음을 선사할 수도 있다.
-한국일보 : 기사 보러가기
-YTN : 기사 보러가기
-연합뉴스 : 기사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