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운을 내게 하는 음식, 용기를 주는 음식, 용서하게 만드는 음식, 기쁨을 주는 음식…. 사람들은 음식을 통해 추억을 공유하고, 그리움을 향유하며, 소통한다. 그래서 음식은 위로이자 나눔이며, 화해이자 평화이다. 오늘 당신에게 필요한 음식은 어떤 음식일까? 14인의 작가가 차려내는 치유의 밥상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곽재구 시인의 '호롱불 빛 속의 삶은 콩 한 접시', 최은숙 시인의 '나를 불러 앉히던 고마운 밥상', 분쟁지역 전문 피디 김영미의 '나에게 다큐를 알려 준 돌마', 정치인 소병훈의 '평등의 밥, 계란 비빔밥', 푸드 스타일리스트 최승주의 '고단한 하루를 소화시키는 단맛', 김용택 시인의 '8년 동안 다슬기 국을 끓이신 어머니', 허수경 시인의 '잘 차린 한 상' 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곽재구 호롱불 빛 속의 삶은 콩 한 접시
황인철 매워서 우는 것이란다
최은숙 나를 불러 앉히던 고마운 밥상
김영미 나에게 다큐를 알려 준 돌마
소병훈 평등의 밥, 계란 비빔밥
서명숙 천상 제주 여자
최승주 고단한 하루를 소화시키는 단맛
서형숙 내 나라 향기는 모르겠는데, 고향 음식은 진짜 그립더라
최익현 뜨거운 잔치 국수에 떨군 눈물
박경태 닫힌 사춘기를 보내던 아들의 창문을 두6드린 노크 소리
최성현 어김없이 찾아온 봄의 기적
강량원 젊은 날의 삶을 잘라 내며
허수경 잘 차린 한 상
김용택 8년 동안 다슬기 국을 끓이신 어머니
수상 :1996년 동서문학상, 1992년 신동엽문학상 최근작 :<전라도 가는 길> ,<매일, 시 한 잔> ,<삶은 그렇게 물길 따라 흐르고> … 총 84종 (모두보기) 소개 :1981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사평역에서」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사평역에서』, 『전장포아리랑』, 『한국의 연인들』, 『서울 세노야』 등이 있고, 산문집 『곽재구의 포구기행』, 『곽재구의 예술기행』, 『우리가 사랑한 1초들』 등이 있다. 동화집으로는 『아기참새 찌꾸』, 『낙타풀의 사랑』,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짜장면』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동서문학상, 대한민국문화예술상 등을 받았다.
수상 :1997년 소월시문학상, 1986년 김수영문학상 최근작 :<꽃밭> ,<바우솔 우리 시 그림책 + NEW 풀과바람 세계 그림책 세트 - 전45권> ,<그때가 배고프지 않은 지금이었으면> … 총 278종 (모두보기) 인터뷰 :작가는 자연이 주는 말을 받아 적는다 - 2008.10.07 소개 :전라북도 임실 진메마을에서 태어나 스물한 살에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고, 교직에 있는 동안 임실 덕치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시를 썼습니다. 그의 글 속에는 언제나 아이들과 자연이 등장하고 있으며 어김없이 그들은 글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정년퇴직 이후 고향으로 돌아가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시골 마을과 자연을 소재로 소박한 감동이 묻어나는 시와 산문들을 쓰고 있습니다.
윤동주문학대상, 김수영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시집으로 《섬진강》, 《맑은 날》, 《그 여자네 집》, 《울고 들어온 너에게》, 《나비가 숨은 어린나무》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섬진강 이야기》 8권 등이 있습니다. 이 밖에도 동시집 《콩, 너는 죽었다》, 《너 내가 그럴 줄 알았어》, 그림책 《김용택 시인의 자갈길》, 《할머니 집에 가는 길》, 《나는 애벌레랑 잤습니다》, 《사랑》, 《지구의 일》 등 많은 저서가 있습니다.
최근작 :<난 참 잘했다> ,<옆을 돌아보다> ,<웃으면서 기다리자> … 총 27종 (모두보기) 소개 :충남 공주시 우성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시집 『집 비운 사이』, 『지금이 딱이야』, 산문집 『세상에서 네가 제일 멋있다고 말해주자』, 『미안, 네가 천사인 줄 몰랐어』, 『성깔 있는 나무들』, 『웃으면서 기다리자』 등이 있고, 『열세 살, 내 인생의 첫 고전 노자』, 『열세 살, 내 인생의 첫 고전 장자』를 썼습니다. 엮은 시집으로 『착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시』, 『내일부터 빡공』, 『반짝일 거야』, 『닮았네 닮았어』, 『한창 예쁠 나이』, 『와, 드디어 밥 먹는다』가 있고 10대 청소년의 우리 동네 아카이브 『다 같... 충남 공주시 우성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시집 『집 비운 사이』, 『지금이 딱이야』, 산문집 『세상에서 네가 제일 멋있다고 말해주자』, 『미안, 네가 천사인 줄 몰랐어』, 『성깔 있는 나무들』, 『웃으면서 기다리자』 등이 있고, 『열세 살, 내 인생의 첫 고전 노자』, 『열세 살, 내 인생의 첫 고전 장자』를 썼습니다. 엮은 시집으로 『착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시』, 『내일부터 빡공』, 『반짝일 거야』, 『닮았네 닮았어』, 『한창 예쁠 나이』, 『와, 드디어 밥 먹는다』가 있고 10대 청소년의 우리 동네 아카이브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처음 뵙겠습니다! 청춘 공주』를 펴냈습니다.
수상 :2018년 육사시문학상, 2016년 전숙희문학상, 2001년 동서문학상 최근작 :<빛 속에서 이룰 수 없는 일은 얼마나 많았던가>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가로미와 늘메 이야기> … 총 85종 (모두보기) 소개 :1964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그곳에서 자라고 대학 역시 그곳에서 다녔다. 오래된 도시, 그 진주가 도시에 대한 원체험이었다. 낮은 한옥들, 골목들, 그 사이사이에 있던 오래된 식당들과 주점들. 그 인간의 도시에서 새어나오던 불빛들이 내 정서의 근간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밥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고 그 무렵에 시인이 되었다. 처음에는 봉천동에서 살다가 방송국 스크립터 생활을 하면서 이태원, 원당, 광화문 근처에서 셋방을 얻어 살기도 했다.
1992년 늦가을 독일로 왔다. 나에게는 집이라는 개념이 없었다. 셋방 아니면 기숙사 방이 내 삶의 거처였다. 작은 방 하나만을 지상에 얻어놓고 유랑을 하는 것처럼 독일에서 살면서 공부했고, 여름방학이면 그 방마저 독일에 두고 오리엔트로 발굴을 하러 가기도 했다. 발굴장의 숙소는 텐트이거나 여러 명이 함께 지내는 임시로 지어진 방이었다. 발굴을 하면서, 폐허가 된 옛 도시를 경험하면서, 인간의 도시들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았다. 도시뿐 아니라 우리 모두 이 지상에서 영원히 거처하지 못할 거라는 것도 사무치게 알았다.
서울에서 살 때 두 권의 시집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혼자 가는 먼 집』을 발표했다. 두번째 시집인 『혼자 가는 먼 집』의 제목을 정할 때 그것이 어쩌면 나라는 자아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독일에서 살면서 세번째 시집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를 내었을 때 이미 나는 참 많은 폐허 도시를 보고 난 뒤였다. 나는 사라지는 모든 것들이 그냥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짐작했다. 물질이든 생명이든 유한한 주기를 살다가 사라져갈 때 그들의 영혼은 어디인 가에 남아 있다는 생각을 했다.
뮌스터 대학에서 고고학을 공부하고 박사학위를 받으면서 학교라는 제도 속에서 공부하기를 멈추고 글쓰기로 돌아왔다. 그뒤로 시집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산문집 『그대는 할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 『나는 발굴지에 있었다』 『너 없이 걸었다』, 장편소설 『모래도시』 『아틀란티스야, 잘 가』 『박하』, 동화책 『가로미와 늘메 이야기』 『마루호리의 비밀』, 번역서 『슬픈 란돌린』 『끝없는 이야기』 『사랑하기 위한 일 곱 번의 시도』 『그림 형제 동화집』 『파울 첼란 전집』 등을 펴냈다. 동서문학상, 전숙희문학상, 이육사문학상을 수상했다.
2018년 10월 3일 뮌스터에서 생을 마감했다. 유고집으로 『가기 전에 쓰는 글들』 『오늘의 착각』 『사랑을 나는 너에게서 배웠는데』가 출간됐다.
최근작 :<세상을 바꾼 열 개의 책상> ,<위로의 음식> ,<아들에게 보내는 갈채> … 총 11종 (모두보기) 소개 :연극 연출가입니다. 〈비밀경찰〉,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등의 연극 작품을 무대에 올렸고, 동아연극상 작품상·연출상, 대한민국연극대상 무대예술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나의 예술 인생》을 우리말로 옮겼고, 《위로의 음식》, 《아들에게 보내는 갈채》를 여러 작가들과 같이 썼습니다. 어린이책으로는 《찰리 채플린》, 《조명이 꺼지면 공연이 시작돼요》, 《한바탕 신나게 놀아요》 들을 썼습니다.
최근작 :<한살림 첫마음> ,<위로의 음식> ,<엄마학교에 물어보세요 : 초등학생편> … 총 15종 (모두보기) 소개 :1989년 한살림을 시작하여 오래도록 이 세상 모든 생명체가 언제 어디서나 손 닿는 대로 먹어도 탈이 없는 세상을 꿈꾸며 역동적인 참여로 한살림 활동의 기틀을 마련하였다. 사단법인 한살림 부회장, 소비자 대표를 역임했고, 2006년엔 한살림처럼 아이 기른 책 《엄마 학교》를 펴내 많은 엄마들에게 ‘달콤한 육아·편안한 교육·행복한 삶’을 전하고 있다.
최근작 :<[큰글자책] 세계는 왜 싸우는가? > ,<전쟁터에서 만난 사람들> ,<세계의 분쟁> … 총 17종 (모두보기) 소개 :한 아이의 엄마로 다큐멘터리 PD로 전 세계 80여 개국을 취재했다. 서른 살이 되던 해, 꽃다운 나이의 동티모르 여대생이 내전으로 희생당한 기사를 읽고 무작정 동티모르로 떠난 것이 계기가 되어 다큐멘터리 PD가 된 이후 지금껏 20여 년간 세계 분쟁 지역을 취재해 왔다. 동원호가 해적 에게 납치되었을 때는 가방 하나 달랑 메고 혼자 몸으로 독점 취재했다. 현재는 스텔라 데이지호 침몰 사고를 추적 취재 중이며, 《시사인》 국제문제 편집위원으로 기사를 쓰고 있다. SBS 특집 다큐멘터리 〈동티모르 푸른 천사〉(2000)를 시작으로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중동 및 아프리카의 내전 지역을 20여 년간 취재하며 50여 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 지상파에서 방송했다.
이 밖에도 아프가니스탄과 카슈미르를 다룬 특집 다큐멘터리 20여 편이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일본 니혼TV에서 방송되었다. 여성 인권 디딤돌상, MBC 방송대상 공로상, 2011년 이달의 PD상 등을 수상했으며, 2018년에는 스텔라데이지호 취재로 이달의 기자상과 인권상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바다에서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 《히말라야의 선물》, 《평화학교》, 《아들에게 보내는 갈채》(공저) 《위로의 음식》(공저) 등이 있다.
최근작 :<위로의 음식> ,<아들에게 보내는 갈채> … 총 4종 (모두보기) 소개 :대학원에서 공부할 때는 식민체제와 글쓰기 문제에 관심이 많았지만, 지금은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책 읽기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교수신문」 편집국장으로 있으며, 2012년부터는 「경향신문」의 ‘책읽는 경향’ 필진으로도 참여하고 있다.
기운을 내게 하는 음식, 용기를 주는 음식, 용서하게 만드는 음식, 기쁨을 주는 음식, 지금 내게 필요한 음식은 무엇일까?
몸이 아파 기운이 없고 입맛이 없을 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어렸을 적 먹었던 어떤 음식의 기억, 큰일을 앞둔 자식이나 친구에게 먹이고 싶어 하는 한 끼의 든든한 밥상,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에게 있을 법한 세월의 벽을 단번에 무너뜨리는 그들만의 소통의 음식, 자신에게 위로가 필요할 때 기꺼이 찾는 호젓한 위로의 밥, 함께 나누고자 하는 떠들썩한 잔치 음식상까지, 사람들은 음식을 통해 추억을 공유하고, 그리움을 향유하며, 소통합니다. 그래서 음식은 위로이자 나눔이며, 화해이자 평화입니다. 오늘 당신에게 필요한 음식은 어떤 음식입니까?
14인의 작가가 차려내는 치유의 밥상!
호롱불 빛 속의 삶은 콩 한 접시-곽재구(시인)
저물 무렵 랄반 호수가 바라보이는 그 작은 노... 기운을 내게 하는 음식, 용기를 주는 음식, 용서하게 만드는 음식, 기쁨을 주는 음식, 지금 내게 필요한 음식은 무엇일까?
몸이 아파 기운이 없고 입맛이 없을 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어렸을 적 먹었던 어떤 음식의 기억, 큰일을 앞둔 자식이나 친구에게 먹이고 싶어 하는 한 끼의 든든한 밥상,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에게 있을 법한 세월의 벽을 단번에 무너뜨리는 그들만의 소통의 음식, 자신에게 위로가 필요할 때 기꺼이 찾는 호젓한 위로의 밥, 함께 나누고자 하는 떠들썩한 잔치 음식상까지, 사람들은 음식을 통해 추억을 공유하고, 그리움을 향유하며, 소통합니다. 그래서 음식은 위로이자 나눔이며, 화해이자 평화입니다. 오늘 당신에게 필요한 음식은 어떤 음식입니까?
14인의 작가가 차려내는 치유의 밥상!
호롱불 빛 속의 삶은 콩 한 접시-곽재구(시인)
저물 무렵 랄반 호수가 바라보이는 그 작은 노천 식당에서 아이로부터 나뭇잎 한 그릇의 식사를 받아들고 내 허름한 영혼이 조금씩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로부터 건네받은 나뭇잎 위의 삶은 콩을 천천히 먹으며 내 남은 시의 시간들이 어떻게 밥값은 할 수 없을까 생각하는 동안 색색의 반딧불이들이 천천히 호숫가의 마을을 떠돌았다.
매워서 우는 것이란다-황인철(산부인과 의사.아기받는 남자의 아주 특별한 레시피 블로거)
차례를 지내고 잘 구워진 조기의 살은 아이에게 모두 주고 머리가 맛있다고 그것만 드시던 모습이 측은하셨나 보다. 모든 이웃들이 가족과 고향을 찾아 멀리 떠난 명절 오후 술안주로 드시는 조기찌개만큼은 아무한테도 방해를 받지 말고 드시라는 어머니의 깊고 따듯한 배려였다.
나를 불러 앉히던 고마운 밥상-최은숙(교사.시인)
삼십 년 후의 나는 그냥 할머니가 아니고 따순 내가 나는 부엌을 가진 착한 할머니다. 채소밭은 같이 밥을 먹기 위한 것이다. 그때는 살림이 몸에 배어 있을 것이다. 누가 불현듯 찾아오더라도 반가이 맞아들여 고추를 따고 상추를 씻고 가지를 볶아서 조촐하고 따뜻한 한 끼를 편안하게 나눌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다큐를 알려 준 돌마-김영미(분쟁지역 전문 피디)
그동안은 이라크 전쟁터라는 특수한 안경을 쓰고 이들을 바라봤다. 하지만 나는 돌마로 인해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라크나 한국이 아니라 그냥 그들은 주부들이고 엄마들이었다. 이라크라는 전쟁터로 그들에게 접근하지 않고 우리네 이웃으로 나의 카메라가 접근하기 시작했다.
평등의 밥, 계란 비빔밥-소병훈(정치인.도서출판 산하 대표)
아이들이 어느 날 문득 삶에 허기질 때 아빠가 만들어 주던 밥을 떠올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계란노른자가 태양처럼 떠오르듯이 또다시 희망이 떠오를 것이라는 것을 믿어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내가 언제나 어머니의 그 소박한 음식에서 곤궁한 세상과 맞설 큰 용기를 낸 것처럼.
천상 제주 여자-서명숙((사)제주올레 이사장)
거의 기다시피 빌빌거리면서 들어갔다가도 김이 무럭무럭 나는 몸국이 나오면 눈이 번쩍 뜨였다. 아, 바짝 마른 논바닥에 찰랑찰랑 물이 고이는 느낌으로 그 국을 퍼마셨다. 시쳇말로 땀을 뻘뻘 흘리면서 ‘폭풍 흡입’을 했다고나 할까. 그러고 나면 비로소 허리가 곧추세워지고, ‘그래, 한번 끝까지 붙어 보자’ 세상과 직면할 용기가 솟곤 했다.
고단한 하루를 소화시키는 단맛-최승주(푸드 스타일리스트)
아버지는 달착지근하면서 향긋한 식혜를 유난히 좋아하셨다. ‘나는 감주 배 따로 있다!’며 밥 한 그릇 다 비우고도 식혜 한 대접은 거뜬히 드셨던 아버지. 49년 함께한 남편을 생각하며 만든 식혜를 집에서 처음 지내는 기제사 상에 올리지 못했으니, 늘 정확하고 꼼꼼했던 어머니는 그런 실수가 믿기지 않는지 한동안 말씀이 없었다.
내 나라 향기는 모르겠는데, 고향 음식은 진짜 그립더라-서형숙(엄마학교 대표)
오늘 먹고 있는 것은 그저 그렇다. 너무 넘쳐나서 식상해한다. 주변에 있는 게 당연해서. 반대로 지금 먹지 못하는 것은 어찌 그리 그리운 것일까? 아이들의 타향살이 먹을거리 타령 덕에 우리는 오늘, 이 순간을 누리고 사는 법을 아주 잘 배울 수 있었다. 아, 맛있는 것, 훗날 그리울 것, 오늘도 누린다, 한껏 음미하며…….
뜨거운 잔치 국수에 떨군 눈물-최익현(교수신문 국장)
어떤 말로도 부끄러움을 사죄할 수 없었던 그 시절, 나는 뜨거운 잔치 국수를 먹으면서 하염없이 울고 말았다. 삶의 방향을 선명하게 잡지 못해 조바심 피우던 못난 아들이, 어버이를 멀리 떠나 가슴 가득 부끄러움의 회한을 안고 있었던 그 시절의 못난 자식이, 비로소 용서를 구하는 울음 말이다.
닫힌 사춘기를 보내던 아들의 창문을 두드린 노크 소리-박경태(성공화대학교 사회학부 교수)
가까워지고 싶은 누군가와 살고 있는 동네를 벗어나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나갈 수 있는 기회만 만들 수 있다면, 그래서 매일 먹던 밥과 아주 조금 다른 음식을 맛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충분할 것 같다. 그곳에 당신의 ‘오믈렛’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어김없이 찾아온 봄의 기적-최성현(농부)
우리 마을에서는 3월에만 땅 주인이 없어지는데, 왜 그럴까? 그 까닭은 단순하다. 3월에는 아직 논밭에 농작물이 없고, 그곳 여기저기에 난 봄나물은 어느 집 땅이나 자유롭게 가서 캐고 뜯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젊은 날의 삶을 잘라 내며-강량원(연극연출가)
세상에 의지할 곳이 없었던, 그래서 자신이 스스로에게 견고한 기둥이 되어야 했던 청년은 마침내 일어나 무거운 발을 끌고 고향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버스가 천천히 움직일 때 나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울려다보았다. 어두운 밤하늘에 별이 떠 있었던가.
잘 차린 한 상-허수경(시인.고고학자)
가끔 생의 한순간은 그냥 한순간이 아니라 ‘마술적인 순간’으로 마음속에 깊이 남을 때가 있다. 나에게는 누군가가 나를 위해 밥 한 상을 잘 차려 주던 순간들을 그렇게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더구나 그 한 상을 차려 주었던 사람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8년 동안 다슬기 국을 끓이신 어머니-김용택(시인)
우리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다. 간이 좋지 않으셨다. 간이 좋지 않다는 말을 들은 어머니는 이른 봄 깊은 산골짜기 논에 가서 돌미나리를 캐다가 아버지를 먹이셨다. 봄 내내 그렇게 아버지의 건강을 챙기셨다. 그러다가 날이 풀리고 다슬기들이 나오기 시작하면 어머니는 논밭 일을 끝내고 돌아오며 날마다 다슬기를 잡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