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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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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는 건축가 오기사가 살고 걷고 숨 쉬며 사랑하는 도시 대한민국 서울의 건축과 지문, 도시와 사랑, 삶에 관한 이야기. 서울은 오기사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지구 곳곳을 방랑하기를 즐겨 하는 그이지만 결국 다시 찾아오는 종착지는 늘 고향 서울이었다. 이 책은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의 섬세한 지문을 오기사 특유의 감성과 시선을 담아 8가지 키워드로 읽어 낸다.
자신의 건축 설계 사무실이 있는 신사동 가로수 길과 시끌벅적한 종로 거리에서부터 청와대, 국회의사당, 서울 광장, 한강의 다리들, 고궁과 미술관, 일상적인 공간 아파트에 이르기까지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에 사는 이들의 터전을 '건축'과 '도시'라는 프레임 속에서 새롭게 그려냈다. 서울에 관한 다소 불편한 진실에서부터 무분별한 도시 개발에 관한 건축가로서의 애정 어린 걱정, 그리고 서울에서 살아가는 이로서의 삶과 사랑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담아내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문양은 각양각색이고 다채롭다. 때론 느슨하게, 때론 엄격하게 그러나 결국 사랑할 수밖에 없는 도시 서울. 건축가 오기사가 보는 도시 서울은 흔적과 장소, 집합, 기호, 상징, 미학, 기억 그리고 상상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모습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지난 추억을 닮아 있다. : 오영욱의 명쾌한 그림을 볼 때마다 나는 이탈로 칼비노가 쓴 『보이지 않는 도시들』을 늘 생각하곤 했다. 재기 넘치는 그의 그림 속에서 도시의 일상이 주는 아름다움을 조우하기 때문이었는데, 이제 그가 글로도 도시의 일상을 그렸다. 특히 우리의 서울에 대한 그의 섬세한 시선이 그림만큼 아름다운데, 그 이유가 이 젊은 건축가는 누구보다 서울을 사랑하기 때문임을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알게 되었다. : 오랜 여행에서 돌아온 오기사가 자신의 집에 나를 초대한다. 여행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에 과장을 더하지 않았던 그가 이제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거대 도시 서울에 대한 마음의 온도를 전해준다. 오기사의 체온을 생각해본다. 서울을 대하는 그의 체온은 약간은 따뜻하고 어느 정도 관조적이고 어느 정도 무심하고 한편 냉정하다. 오기사의 서울에 대한 체온은 온도를 잴 때마다 달라지는 서울의 모습을 닮았다. 서울이 표준체온을 말하기 힘든 도시임을 그는 잘 알고 있으리라. 그래도! 서울을 좋아하기로 정한 오기사가 보여주는 서울에 대한 이야기들은 마치 오랜 친구를 마지막 연인으로 결정한 친구의 단단한 고백 같아 기쁘게 축원해주고 싶다. : 어느 날부터인가 오기사는 조용히 내 주위를 포위해왔다. 빨간 모자를 쓴 슬픈 듯 귀여운 듯 묘한 캐릭터가 여기저기서 보이기 시작하더니,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씩 그의 팬이 되기 시작했다. 문득 궁금해져 그의 책을 읽어보니 알 수 있었다. 왜 이 빨간 모자 청년이 사람들을 잡아끄는지. 그리고 질투심에 사로잡히게 됐다. 오기사가 나보다 젊고, 잘 생기고, 그림도 잘 그리는 것이야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니 그저 부러울 뿐이었다. 하지만 글로 먹고 사는 나보다 글을 훨씬 더 잘 쓰니 이 어찌 샘이 나지 않겠는가. 그러나 그의 책을 읽고 나면 어느새 그런 투정은 사라지고 매번 그의 팬으로 감탄하게 된다. 그의 부드럽고 섬세한 눈길 때문이다. 어느 작가는 자기가 사는 도시를 좋아하지 않을 때 우리는 불행해진다고 했다. 오기사는 우리에게 서울을 사랑하는 법을, 그래서 행복해지는 비결을 가르쳐준다. 옥의 티로 알았던 건물이 티의 옥일 수 있다고 뒤통수를 때리고, 제멋대로처럼 보이는 다세대 주택에도 도시의 법칙이 숨어 있음을 일깨워준다. 결코 목청 높이는 법 없이 조용히 펼쳐놓는 그 이야기를 읽고 나면 어느새 서울이 달라 보인다. 그의 말처럼 분명 서울은 그래도 좋아할 만한 도시다. 아는 만큼 사랑하게 되는 도시로 서울만 한 곳도 없을 것이다. 많은 분들이 이 책으로 오래된 친구 서울을 재발견하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 건축가들의 책이 많다. 승효상 민현식 김봉렬 같은 중진그룹은 물론 임형남 황두진 함성호 서현처럼 중견급 건축가들도 글을 곧잘 쓴다. 그리고 서점에서 잘 팔린다. 이들의 책이 읽히는 이유는 시각의 개방성 때문이라고 본다. 그들은 인간과 자연, 기술과 예술을 두루 다룬다. 집을 공부하면서 철학적 소양을, 아름다움을 추구하면서 예술가적 감각을, 그리고 직업으로서의 공간을 구축하면서 공학적 지식을 쌓았다. 그런 과정을 통해 종합적 사고력이 축적되고 인문과 과학이 결합된 그들의 이야기가 요즘 같은 통섭 혹은 융합의 시대와 곧잘 어울리는 것이다. 이 책을 쓴 오영욱도 그렇다. 책날개에 소소한 이력을 쓰지 않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신촌의 한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했고, 바르셀로나에 유학해 지금은 건축사무소를 꾸리는 30대 중반의 건축가라는 신원을 알 수 있다. 물론 저자의 이력이 중요하진 않지만 적어도 일에 탐닉해 있을 30대 건축가가 이 정도의 개활된 시선을 확보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끝임 없이 보고 읽고 사색하고 성찰한다는 이야기다. 오영욱 글의 특징은 건축에 대한 엄숙주의나 근본주의에 빠지지 않고 쿨하다는 것이다. 이 책 또한 거대도시 서울을 흔적, 장소, 집합, 기호, 상징, 미학, 기억, 상상 등 8개의 키워드로 가볍게 읽어낸다. 이 가운데 가장 나의 눈길을 끈 항목은 ‘서태지 건축 유감’이다. 집이 주인을 닮는다는 사실을 전제할 때 그의 건물은 그의 음악과 그의 존재와 어울리지 않아 실망스럽다는 것이다. 웨딩홀 건축의 기괴함, 수많은 교회 건축이 경동교회 하나를 넘지 못한다는 지적에도 동의한다. 국립민속박물관에 대한 대안을 찾다가 자포자기하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나온다. 종로타워와 세운상가에 대한 긍정과 연민의 입장이 폭넓은 공감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저자의 분신이랄 수 있는 빨간 모자 캐릭터가 책의 가이드처럼 따라 다닌다.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 조선일보 Books 북Zine 2012년 05월 04일자 '한줄 읽기' - 동아일보 2012년 05월 05일 새로나온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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