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가슴 속에든 간절한 기도가 들어 있다. 절대적인 것을 신앙하던 시대는 이제 지나간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기도마저 소멸한 것은 아니다. 종교에 의지하는 사람들의 저마다의 속내는 다른 듯 닮았다. 자기 삶의 중심을 찾아 세우려는 노력들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종우는 전문 종교인과 각 종교의 일반 신도들을 만나 인터뷰하며 그 신앙의 속내를 들여다보았다.
경전에 쓰여진 말씀들을 조심스럽게 모시며 사는 방식이 아니라 일상에서, 사회에서, 역사에서 자기의 신앙과 더불어 살아가는 진중한 방법들을 듣고 기록하였다. 애초에 이 책은 프란체스코 교황의 이야기에서 기획되었다. 그는 신앙이 없다면 양심에 따라 행동하라고 말했다. 개인의 양심과 사회의 양심이 신앙을 가진 이들 안에서 어떻게 갈등하고 화해하는지 그 풍경을 엿본다면 신앙을 가진 이들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을 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 인터뷰에는 성공회의 사제도 있으며 점을 치는 무당의 이야기도 포함하고 있다. 기독교, 대순진리회, 불교, 원불교, 천주교의 전문 종교인들과 신자들의 목소리도 들어 있다. 당신 혹은 우리가 믿는 것들의 지형을 그렇게 모두 모여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첫문장
성공회가 발 딛고 있는 대중적 인지도는 사실상 정치적 환경과도 관련이 있다.
최근작 :<당신이 믿는 것들> ,<쇼! 개불릭> … 총 2종 (모두보기) 소개 :사학을 공부하던 중 불교 조각의 의미와 변화, 기독교 경전(성경)을 읽었을 때의 감동과 의문을 받은 것을 계기로 종교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조선전기 종교정책 연구-불교정책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팟 캐스트 <이이제이>의 이박사, 팟 캐스트 <쇼! 개불릭>, 원음방송의 <소수의견> 등의 진행자로 활동했다. 종교사에 관한 각종 연구논문과 『쇼! 개불릭』 등의 공동저서를 집필했다. 현재 상지대학교 교양과 조교수.
■ 당신이 믿는 것들
누구의 가슴 속에든 간절한 기도가 들어 있다. 절대적인 것을 신앙하던 시대는 이제 지나간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 기도마저 소멸한 것은 아니다. 종교에 의지하는 사람들의 저마다의 속내는 다른 듯 닮았다. 자기 삶의 중심을 찾아 세우려는 노력들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종우는 전문 종교인과 각 종교의 일반 신도들을 만나 인터뷰하며 그 신앙의 속내를 들여다보았다.
경전에 쓰여진 말씀들을 조심스럽게 모시며 사는 방식이 아니라 일상에서, 사회에서, 역사에서 자기의 신앙과 더불어 살아가는 진중한 방법들을 듣고 기록하였다.
애초에 이 책은 프란체스코 교황의 이야기에서 기획되었다. 그는 신앙이 없다면 양심에 따라 행동하라고 말했다. 개인의 양심과 사회의 양심이 신앙을 가진 이들 안에서 어떻게 갈등하고 화해하는지 그 풍경을 엿본다면 신앙을 가진 이들이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을 알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 인터뷰에는 성공회의 사제도 있으며 점을 치는 무당의 이야기도 포함하고 있다. 기독교, 대순진리회, 불교, 원불교, 천주교의 전문 종교인들과 신자들의 목소리도 들어 있다. 당신 혹은 우리가 믿는 것들의 지형을 그렇게 모두 모여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 그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성공회*
- 민김종훈 자캐오 신부
“이 땅의 보수 개신교회가 말하는 ‘정교분리’만큼 정치적인 주장도 없다고 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얼마 전 원불교에서 운영하는 원음방송의 한 프로그램에 초대받아 말한 적이 있는데요. 보통 정교분리라고 표현할 때는, 역사적, 사회적, 정치적 맥락이란 게 있습니다. 저는 그런 것들을 뺀 기계적 정교분리를 말하며 금과옥조의 담론으로 삼는 것을 경계합니다.”
“안팎으로 질문하는 교회라야 합니다." 내게 정답이 있으니 알려주겠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거죠. 서로 깨달아 알고 있는 것들을 함께 공유하고 소통한다는 입장과 태도로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그리고 정의에 입각해 평등과 평화가 왜 필요한지, 온몸으로 살아내야 하겠죠. 서로 돕고 연대하는 삶이 이 사회의 공공성에 어떻게 기여할지 고민해야 하고, 토론을 피하지 말아야 하죠. 저는 본질주의적 입장과 태도를 갖는 신학과 신앙에서 구성주의적 입장과 태도를 갖는 신학과 신앙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걸 위해서 사회의 언저리에서 다양한 맥락 안에서 가난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편드는 신학과 편드는 신앙으로 재구성해야 합니다.”
- 신자 홍혜은
“개신교가 가톨릭에서 분리되어 나올 때 어땠나요? 교회가 교회다움을 잃고 여러 가지 만행을 저지르는 현실을 비판했어요. 종교개혁이 그렇게 일어났다는 점을 회고해 보면, 오늘날 우리 교회의 모습은 정말 옳지 않죠. 개신교회는 현실의 부패를 직시하고 개혁하는 데에 누구보다 앞장 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재미가 있어야죠! 세상에 재미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요! 하다못해 집에서 밀린 잠을 자더라도 교회에 가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을 하죠. 그러니까 교회에 가면 뭐라도 재미있는 게 있다는 걸 알게 해줘야죠. 내용적으로는 이 사회에서 절멸되다시피 한 ‘공동체’라는 것을 복원시키는 일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원래 교회는 공동체잖아요. 거기에서 재밌는 무언가를 같이 해 보는 거죠. 주거 공동체도 해보고, 생활협동조합도 해보고, 지역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만들어 보고요. 가톨릭처럼 교구 단위로 엄밀히 관리되고 예산을 배분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은 정말 장점이잖아요. 그러니까 그런 시도들을 조금 더 수월하게 해볼 수 있다고 봐요. 교회에 앉아서 사람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교회가 필요한 대상을 찾고 직접 선교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무교*
- 무당 정연정, 정수민
“사람들은 우리에게 초를 켜고 기도를 해달라고 청하죠. 바라는 바가 이뤄지도록 굿을 하고 부적도 써달라고 하고요. 그게 어떤 식으로든 해결될 것이라는 마음은 한결같지만, 기도 하는 방법도 굿 하는 방법도 다 달라요.”
“성직자들이든 무당들이든 자기 윤리를 잘 지키고 사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에요. 인간의 도리가 신의 도리잖아요. 이걸 못 지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 무교 신자 장 사장
“신의 위로와 인간의 위로 둘 다 필요합니다!”
“다 잘 될 거라는 확신이 필요하니까요. 마음도 편해지고요. 믿음도 경험이에요. 경험 없는 사람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믿음이죠. 나 자신도 믿고, 정 보살도 믿어요. 물론 천신도 믿고요. 그런 믿음이 위안이 되고, 미래를 좀 더 희망적으로 내다보게 만들어주죠.”
*대순진리회*
- 박상규 소장
“대순진리회의 여러 전통과 문화는 매우 한국적인데 그걸 낯설고 이질적으로 여깁니다. 대순진리회는 음양합덕(陰陽合德), 신인조화(神人調化) 같은 것들을 내세워요. 현대화된 문명사회를 살고 있지만 동양적이고 한국적인 섭리도 존중받았으면 합니다.”
“대순진리회는 거리포교를 하지 않습니다!”
“대순진리회는 증산이라고 하는 인간을 하느님, 즉 구천상제로 신봉하고, 그분의 해원상생, 보은상생의 진리를 실천하고 수도하는 조직입니다!”
- 이재원
“대순진리회에서는 이 상극의 세상이 끝나고 상생의 세상으로 천지가 개벽하며, 그때 개벽된 세계에는 지상천국이 세워지는데 이때 상생의 원리에 입각해 수도한 사람들만이 그 세상에서 살 수 있고 이 세상에서 악을 행한 모든 이들은 모두 멸망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불교*
-도제스님
“승려가 제일 거처하기 좋은 곳이 어디인지 압니까?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죠. “마을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릴 정도의 거리가 딱 좋다”. 그런 의미에서 세속을 철저하게 여의라고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바로 마음의 문제일 겁니다. 승려도 먹고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하루 한 끼라도요. 공양을 받으려면 마을과 너무 떨어져서는 곤란하겠지요.”
“성직자들은 끊임없이 스스로를 깨야 해요. 매순간 깨어짐을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죠. 자신의 지위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말이지요. 그렇게 깨어져야, 자신을 깨고 나와야, 성직자로서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지요.”
-우희종 교수
“우리나라 불교는 대승불교(大乘佛敎)를 표방하지 않습니까? 대승불교는 속세를 떠나는 것과는 정반대에 서 있죠. 중생과 함께 하는 것이 바로 대승불교입니다. 그러니까 중생과 더불어 그들의 삶 속에서 같이 하면서 고통과 힘듦을 없애도록 하는 것을 지향으로 삼는 것이지요. 저는 이것이 지극히 사회 참여적이고 능동적인 가르침이라고 생각합니다.”
“불교는 신자유주의의 금융 자본주의와 가장 반대되는 가치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사회 속에 실천하고 구현하는 노력이 승속을 막론하고 모든 불자들 사이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원불교*
-박대성 교무
“원불교는 군더더기가 없어요. 이성적으로 설득적이죠. 현실을 바로 인식하도록 만든다는 측면에서 냉정하다고 할 수도 있어요. 기도를 많이 한다고, 불공을 많이 드린다고 자기가 지은 업(業)이 줄어든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진심으로 신을 믿으면 사후에 구원을 받는다고 말하지도 않습니다. 죄는 죄대로 받고 복은 복대로 받는다고 말하죠. 말하자면 상당히 실존적이라고나 할까요. 이런 실존적인 가치가 사람을 진정으로 위로할 수 있습니다. 원불교 법문에는 “네가 지은 죄복도 안심하고 받으라”고 합니다. 자신이 알지 못한 채 지은 죄에 대해서 말하지 않고, 두려움을 자극시키지도 않지요. ‘네가 지은 것만큼의 죄와 복’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두죠. 그게 오히려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듭니다. 대책 없는 힐링을 주지도 않고, 아프니까 청춘이라며 현실을 속이려 들지도 않습니다.”
“고기 먹어도 돼?” 라는 질문을 받으면 원불교인들은 당황합니다. “글쎄, 먹어도 되지 않나?” 애초에 고기를 먹지 말라고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왜 그렇게 질문하는지 뜨악한 거죠. 원불교는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의 단련을 강조하지만 금기를 세우지 않는 종교입니다.”
-이태옥 신자
“사실 새로 시작하는 기분이에요. 원불교는 정신개벽을 표방한 종교에요. 처음에 ‘개벽’을 접하면서 "이런 어마어마한 실천이 한국사회에서 가능할까?"에 대한 의문이 있었어요. 개교 표어가 ‘물질이 개벽하니 정신을 개벽하자’인데 같이 활동하는 소수의 교무님들을 빼고는 협소한 개념의 마음공부에 묶여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종교 내부의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3년여 동안 교헌 개정 위원회를 구성해서 교단 개혁 방안을 논의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최종 단계에서 교단 개혁 방안이 최고 지도자에 의해 거부되고 말았죠. 교단이 혼란스러워진다는 이유로 권력 이원화 방안 논의가 중단되었어요. 그리고 교단 개혁의 희망과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죠. 개인적으로는 신흥 종교니까 아무래도 말랑말랑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유연하게 개혁의 흐름을 받아들이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했는데, 안타까운 일입니다.“
*천주교*
-박종인 신부
“우리 신앙의 정점에 그리스도가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우리에게 보여준 삶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볼까요? 삶은 절망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걸 그리스도의 삶이 보여주었죠. 반드시 그 절망으로부터 부활하는 어떤 삶이 있다는 걸 믿도록 만들잖아요. 어마어마한 반전이 우리 신앙체계 안에서 유효하다는 사실 하나를 믿고 포기하지 않는 겁니다. 끝내 이루면 되잖아요.”
“교황님의 태도는 기본적으로는 가난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데서 오는 것 같아요. 이 양반께서는 “가난해지면 어때? 교회가 가난을 지향하는 게 옳은 건데?” 이렇게 생각하시죠. 그러므로 이분은 거칠 것이 없어요.”
“예수는 희망의 표징이죠. 그분의 삶은 주류 사회에서 배척된 사람들을 끌어안으려는 노력으로 채워져 있어요. 선배 신부님이 잘 하는 얘기 중 하나가 컴패션(compassion)이에요. 연민과 동정, 공감! 그런데 이 단어는 패션(passion), 그러니까 수난과 고통을 함께 할 때 완성되죠. 돌아가신 신영복 선생님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이다." 예수님은 자신의 생애를 통해 고통받는 사람의 아픔을 공감하고 함께 있어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요. 저는 언제나 그걸 잊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 김근수
“천주교는 장점이 많은 종교에요. 기본적으로 천주교는 예수의 메시지를 충실히 따르려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모임이죠. 예수는 불의에 저항하다가 목숨을 잃었던 정치범이었거든요. 천주교는 정치 권력을 획득하기 위해 애쓰지 않지만, 현실 정치가 백성에게 주는 영향력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정치에 대한 저항과 비판은 천주교의 의무입니다. 불평등, 억압으로 가득한 세상을 바꾸려고 애쓰는 사람에게 천주교는 아주 매력적인 종교가 될 수 있습니다. 인생의 의미를 깊이 묵상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천주교는 풍부한 사색과 역사와 경험을 제공하죠. 삶에 있어서 좋은 동반자가 될 겁니다.”
“성직자는 사목자 본연의 임무에만 몰두하면 어떨까요? 그리고 돈, 행정, 조직 관리는 모두 평신도가 맡으면 어떨까요? 이렇게 되면 평신도 중심의 가톨릭이라는 새로운 실험과 역사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