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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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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차>, <하루살이>, <명탐견 마사의 사건 일지>의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단편집. 표제작인 '홀로 남겨져'를 포함해 전부 일곱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 단편집의 독특한 점은 유령이나 생령 등 비현실적인 존재들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나에게만 들려오는 어린아이의 발소리, 칼에 찔려 이승과 저승의 사이 '중간계'를 떠돌게 된 야구 선수, 한이 남아 지박령이 된 아름다운 여인…. 유령이나 원혼 같은 존재가 등장한다고 하면 단순하게 공포물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단편집은 그런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모든 작품들이 결국 인간의 마음과 상처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중한 사람을 잃고 큰 상처를 받았지만 가해자에게 마땅한 처벌을 내릴 수는 없다. 과거에 저지른 행동이 발목을 붙잡고 결국에는 미래까지 산산조각 부서져 버리기도 한다. 법이나 사회가 나를 상처 입힌 사람을 처벌해 주지 않는다. 이 불공평한 상황이 너무나 억울한데, 이 마음을 어디에 털어놓아야 할지조차 모르겠다. 미야베 미유키는 그때의 절망과 분노를 다루고 있다. 홀로 남겨져 : 눈에 보이는 풍경을 묘사하는 일이야 쉽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묘사해 내기란 참으로 어렵다. 사실 미야베 미유키가 타고난 미덕은 바로 이것이다. 주인공의 생각이나 소소한 풍경 등을 선명하게 그려내는 재능.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미야베 미유키의 미덕이 특별히 눈에 띄는 작품집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초자연 현상을 다룬 7편의 단편이 감탄할 만큼 절묘하게 배열되어 있고, 섬뜩한 이야기부터 조금은 유머러스한 소설까지 양념도 풍부하게 뿌려져 있다. 그야말로 작가의 실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견본이라고 할까. 미야베 미유키야 작품들의 완성도로는 정평이 나 있지만, 대작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 작가의 맨 얼굴은 이런 작품집에서 드러나게 마련이다. 알갱이는 작아도 톡 하고 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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