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문학의 거인'이라고 불리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걸작 단편 컬렉션. 보편적인 테마로 인간을 그리고, 역사와 사회의 어둠을 파헤치려 했던 그의 창작영역은 사회파 미스터리로 대표되는 픽션과 함께 논픽션, 평전, 고대사, 현대사 등 무궁무진했다. 특히 장편보다 단편에서 보다 더 탁월한 솜씨를 발휘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쓰모토 세이초가 남긴 1,000여 편의 작품 중 걸작만을 뽑아 기획한 작품집으로, 일본에서는 2004년에 출간되었다. 특별히 이 작품집은 미야베 미유키가 책임 편집을 받아, 직접 상·중·하권으로 각 장의 구성과 주제를 기획하고 작품을 선택했으며, 짧고 명쾌한 해제와 함께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달았다.
이다혜 (씨네21 기자, 에세이스트, 북칼럼니스트) : 유혹하는 서문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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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 :1952년 아쿠타가와상 최근작 :<아직 늦지 않았다> ,<현란한 유리> ,<어느 「고쿠라 일기」전> … 총 248종 (모두보기) 소개 :사회파 미스터리의 거장
트릭이나 범죄 자체에 매달리기보다는 범죄의 사회적 동기를 드러내서 인간성의 문제를 파고드는 ‘사회파 추리소설’의 붐을 일으킨 마쓰모토 세이초는, 오늘날 일본 미스터리 소설 작가들의 문학적 뿌리이자 영원한 스승으로 존경받고 있다. 41세 늦은 나이로 데뷔해서 숨을 거둔 82세까지 그는 “내용은 시대를 반영하고, 사상의 빛을 받아 변모해간다”는 신념을 지니고 전력투구의 필치로 천여 편의 작품을 남겼다.
궁핍과 학력차별을 뛰어넘어, 41세에 작가가 된 늦깎이
1909년 기타큐슈의 작은 도시 고쿠라에서 태어난 세이초는, 40세가 될 때까지 작가가 될 어떠한 희망도 보이지 않을 만큼 궁핍한 환경에서 열악한 세월을 보냈다. 작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역사는 1950년부터 마침내 극적으로 펼쳐졌다. <주간 아사히> 공모전에 그의 데뷔작 ?사이고사쓰?가 당선되었고, 이후 비록 재능은 있지만 고단한 인생을 보낼 수밖에 없는 비극적인 주인공을 그린 ?어느 <고쿠라 일기> 전?으로, 대중적 인기를 반영하는 나오키 상에 후보로 올랐다가 도리어 아쿠타가와 상에 당선되는 행운을 거머쥔다. 대중문학과 순문학의 경계가 무너지는 실로 파천황 같은 대반전이었다.
일분일초도 허비하지 않고 작품을 쓴 전력투구의 자세
이후 전업작가로 나선 세이초는 창작력에 불이 붙으면서 “공부하면서 쓰고, 쓰면서 공부한다”는 각오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1955년에 발표한 ?잠복?부터 장편소설 <점과 선>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고, 연이어 <제로의 초점>, <눈동자의 벽>, <모래그릇> 등을 내면서 세이초는 베스트셀러 작가로서 부동의 지위를 쌓는다. 그는 마치 중년에 데뷔한 한을 풀기 위해 일분일초도 헛되이 낭비하지 않으려는 사람처럼, 그의 모든 생애를 창작활동에 쏟아 부었다. 작가 생활 40년 동안에 쓴 장편이 약 100편이고, 중단편 등을 포함한 편수로는 거의 1,000편, 단행본으로는 700여 권에 이른다. 많이 썼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난 양이다.
추리소설에서 논픽션까지, 시대와 정면으로 대치하다
소설가로 자리를 잡자마자, 세이초가 다음으로 파고든 것은 논픽션이었다. 1961년 51세에 문제작 <일본의 검은 안개>를 발표해서 일본 사회를 뒤흔들었다. 이때부터 일본에서는 사회나 조직의 불투명한 비리를 표현할 때 ‘검은 안개’라는 말이 대유행처럼 쓰였다. 이어서 1964년부터 7년간에 걸쳐 집필한 <쇼와사 발굴>은 그의 작품 가운데 혼신의 대작이라고 할 만한 것이다. 끊임없는 자기공부와 불굴의 정신력으로 자신을 채찍질했던 세이초였기 때문에 픽션, 논픽션, 평전, 고대사, 현대사 등으로 창작 세계를 무한히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세이초는 평생 온갖 규범을 넘어선 작가였고, 전쟁과 조직과 권력에 반대한 사람이었다. 그로 인해 문단과 학계에서는 한 번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1976년부터 실시한 전국 독서 여론조사(마이니치 신문 주최)에서 10년 동안 ‘좋아하는 작가’ 1위에 선정되면서 명실상부하게 국민작가의 지위를 얻었지만, 관에서 받은 훈장은 평생 동안 단 하나도 없었다.
최근작 :<청과 부동명왕> ,<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 ,<삼가 이와 같이 아뢰옵니다> … 총 534종 (모두보기) 소개 :1960년 일본 도쿄, 후카가와에서 태어났다. 스물세 살 때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해, 이 년 동안 고단샤 페이머스 스쿨 엔터테인먼트 소설 교실에서 수학했다. 1987년에 올 요미모노 추리소설 신인상을 받은 단편《우리 이웃의 범죄》로 데뷔했다. 그 후《마술은 속삭인다》(1989)로 일본추리서스펜스대상, 《용은 잠들다》(1991)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화차》(1993)로 제6회 야마모토슈고로상, 《가모우 저택 사건》(1997)으로 일본 SF대상을, 《이유》(1999)로 나오키상, 《모방범》(2001)으로 마이니치 출판대상 특별상, 《이름 없는 독》(2006)으로 요시카와에이지문학상을 수상하며, 명실 공히 일본을 대표하는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로 군림한다.
어렸을 때부터 시대 소설과 대하드라마를 좋아했던 아버지 덕에 많은 작품을 접하고, 시대물에 대한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에도에 사는 사람들의 인정을 그려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을 수상한《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1991)를 시작으로, 초능력자가 등장하거나 괴담과 미스터리를 접목한 작품들, 또는 하급 관리 주인공이 괴이한 사건을 수사하는 시대 미스터리를 썼다. 저자 자신의 고향이기도 한 후카가와를 배경으로 한 작품과 더불어 봉건 사회를 사는 서민의 고통에 주목한 사회파 시대 미스터리《외딴집》(2005)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미스터리와 접목한 작품을 속속 발표해 기존 시대 소설 독자뿐 아니라 시대 소설을 읽기 어려워하는 독자들까지 동시에 사로잡았다.
그 밖의 작품으로 《벚꽃 다시 벚꽃》《세상의 봄》 《안주》 《낙원》 《희망장》 등이 있고, 2012년 국내에서 영화화된 《화차》 외에도 《대답은 필요 없어》 《스나크 사냥》 《모방범》 《이유》《고구레 사진관》 《솔로몬의 위증》 등 다수 작품이 영화화되거나 드라마화되었다.
현재 하드보일드 작가 오사와 아리마사(大澤在昌), 미스터리 작가 교고쿠 나쓰히코(京極夏彦), 미야베 미유키(宮部みゆき), 이렇게 세 사람의 성을 딴 사무실 '다이쿄쿠구大極宮'를 만들어 함께 활동하고 있다.
Photo ⓒ Satoshi Toge
최근작 : … 총 175종 (모두보기) 소개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일본어를 전공했다. 문학, 인문, 역사, 과학 등 여러 분야의 책을 기획하고 번역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중이다.
옮긴 책으로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 『얼간이』, 『하루살이』, 『미인』, 『진상』, 『피리술사』, 『괴수전』, 『신이 없는 달』, 『기타기타 사건부』, 『인내상자』, 덴도 아라타의 『가족 사냥』, 마쓰모토 세이초의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10만 분의 1의 우연』, 『범죄자의 탄생』, 『현란한 유리』, 우부카타 도우의 『천지명찰』, 구마가이 다쓰야의 『어느 포수 이야기』, ...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일본어를 전공했다. 문학, 인문, 역사, 과학 등 여러 분야의 책을 기획하고 번역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중이다.
옮긴 책으로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 『얼간이』, 『하루살이』, 『미인』, 『진상』, 『피리술사』, 『괴수전』, 『신이 없는 달』, 『기타기타 사건부』, 『인내상자』, 덴도 아라타의 『가족 사냥』, 마쓰모토 세이초의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10만 분의 1의 우연』, 『범죄자의 탄생』, 『현란한 유리』, 우부카타 도우의 『천지명찰』, 구마가이 다쓰야의 『어느 포수 이야기』, 모리 히로시의 『작가의 수지』, 하세 사토시의 『당신을 위한 소설』, 가지야마 도시유키의 『고서 수집가의 기이한 책 이야기』, 도바시 아키히로의 『굴하지 말고 달려라』, 사이조 나카의 『오늘은 뭘 만들까 과자점』, 『마음을 조종하는 고양이』, 하타케나카 메구미의 『요괴를 빌려드립니다』, 아사이 마카테의 『야채에 미쳐서』, 『연가』, 미나미 교코의 『사일런트 브레스』, 기리노 나쓰오의 『일몰의 저편』, 하라다 마하의 『총리의 남편』, 안도 유스케의 『책의 엔딩 크레딧』, 고이케 마리코의 『이형의 것들』, 오타니 아키라의 『바바야가의 밤』, 미치오 슈스케의 『N』, 아라키 아카네의 『세상 끝의 살인』등이 있다.
미야베 미유키 (엮은이)의 말
'책임 편집'이라는 중책을 맡았지만 저에게 이 작업은 꽃밭을 노니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마쓰모토 세이초라는 거인의 커다란 발자국들 가운데 하나로 깡충 뛰어들고 보니 제 키만큼이나 깊은 발자취 안에는 색색가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습니다.
“거장의 출발점부터 종착점까지, 100년의 발자취를 더듬는 대작업!”
글쓰기 훈련을 받아 본 적이 없는 나는, 앞으로 어떤 소설을 쓸 것인지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남들이 가는 길은 걷고 싶지 않았다.
(1963년 11월, 마쓰모토 세이초)
‘일본 문학의 거인’마쓰모토 세이초를 제대로 수식할 만한 어휘는 찾기 힘들다. 보편적인 테마로 인간을 그리고, 역사와 사회의 어둠을 파헤치려 했던 세이초의 창작 영역은 사회파 미스터리로 대표되는 픽션과 함께 논픽션, 평전, 고대사, 현대사 등으로 무궁무진했다. 41세 늦은 나이로 문단에 들어서 숨을 거둔 82세까지 그는 ‘(작품의) 내용은 시대의 반영이나 사상의 빛을 받아 변모를 이루어 간다’는 변함없는 신념을 가지고 현역으로 글을 썼다.
세이초는 장편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고 있지만, 단편에서는 보다 더 탁월한 솜씨를 발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 단편의 명수 아토다 다카시(<시소게임>, <나폴레옹광>의 작가. 나오키 상 수상)는 이렇게 말한다.
“마쓰모토 세이초는 단편의 명수였다. 장편 미스터리로 많은 독자를 매료하고 갖가지 베스트셀러를 발표했지만 정말로―대단하다―고 혀를 두르는 것은 단편이다. 이것은 거의 정설이라 말해도 좋은 평가이리라.
조금 불가사의한…… 어째선지 의심스런 배후에 어마어마한 사건이 숨어 있다, 인간의 야심이며 질투가 꿈틀거린다, 바로 거기에 서민의 살아 있는 인생이 있다, 그것을 파헤쳐 맛깔나는 문장과 솜씨 좋게 이야기를 진행하는 작풍이 단편과 잘 어울린다.”
일본에서 2004년 출간된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은 그가 남긴 1,000여 편의 작품 중 걸작만을 뽑아 기획한 작품집으로, 마쓰모토 세이초의 정수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특별히 이 컬렉션은 일본의 최고 대중문학 작가 미야베 미유키가 책임 편집을 맡아, 직접 상·중·하권의 각 장의 구성과 주제를 기획하고 작품을 선택하고 해제까지 실었다. 미야베 미유키의 책임 편집은 그저 책의 가치를 높이는 차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마쓰모토 세이초 월드를 새롭게 재구성하고 있다. ‘세이초의 장녀’라 불릴 만큼 그의 작업을 계승하고 있는 미야베 미유키는 사회파 미스터리의 창시자로서의 거장의 모습뿐 아니라 역사와 사회의 어둠을 직시한 사상가이자 역사가로서 모습 등 진정한 거장의 모습을 밝히는 데 성공했다.
미야베 미유키는 문단에서 ‘마쓰모토 세이초의 장녀’로 알려져 있으며, 스스로도 “마쓰모토 세이초야말로 자신의 고향이자 뿌리”라고 말할 정도. 트릭을 중시하는 본격 미스터리와 달리 범죄의 사회적 동기와 배경을 파헤치는 그의 장기 역시 세이초에게 물려받은 것이다. 또한 시대 소설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여 현대물을 넘어서는 역량을 과시하고 있는데, 이는 픽션과 논픽션, 평전, 현대사와 고대사를 넘나들었던 스승 마쓰모토 세이초와 비견할 만하다.
미야베 미유키는 “저에게 이 작업은 꽃밭을 노니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마쓰모토 세이초라는 거인의 커다란 발자국들 가운데 하나로 깡충 뛰어들고 보니 제 키만큼이나 깊은 발자취 안에는 색색가지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고 말한다.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은 그렇게, 픽션과 논픽션, 역사/시대 소설과 미스터리를 구분하지 않고 미야베 미유키의 손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각 장의 문을 여는 미야베 미유키의 해제는 짧고 명쾌하며 거장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는데다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어, 컬렉션을 읽는 쏠쏠한 재미 가운데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물리적 트릭을 심리적인 작업으로 고칠 것, 특이한 환경이 아니라 일상에서 설정을 찾을 것, 우리와 똑같은 평범한 사람일 것, 누구나 경험할 만하거나 어디서나 일어날 것 같은 서스펜스를 추구할 것. 나는 환상이 아닌 그러한 리얼리즘 안에서 미스터리를 쓰고 싶다.”
마쓰모토 세이초는 사회파 미스터리의 효시로 불린다. ‘사회파 미스터리’란 범인를 쫓아 사건을 해결하고 범죄에 쓰인 트릭을 푸는 오락적인 추리 소설(현실에서 벌어질 법하지 않은)을 넘어, 곁에서 언제든 볼 수 있는 인물들을 등장시켜 현실 속 어느 곳에서든 벌어질 수 있는 일을 다룬다. 사회파 미스터리에서는 범죄를 해결하는 것만큼 사회적 배경과 동기가 중요하게 여겨진다. 미야베 미유키뿐 아니라 현대의 기리노 나쓰오, 다카무라 가오루, 히가시노 게이고 등 유수의 작가들을 비롯하여 그의 영향을 받지 않은 추리 소설가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본격적으로 추리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은 1955년부터인데 단편집 <얼굴>이 제10회 일본 탐정 작가 클럽상을 받으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곧 첫 장편 추리 소설 <점과 선>에 이어 발간된 <눈의 벽>과 함께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되며 사회파 미스터리의 붐을 일으킨다. 탐정 소설의 틀을 부수고 동기를 중시한 ‘세이초 미스터리’는 거짓말로 점철된 탐정 소설과 일반 독자에게서 유리된 문예 살롱 소설에 진력이 난 독자들에게 신선한 문화적 충격이었다. 미스터리는 <점과 선>이 출간된 시점을 기준으로 <점과 선> 이전의 미스터리와 <점과 선> 이후의 미스터리로 구분하게 되었다.
여행을 좋아하는 세이초 자신이 반영된 작풍이 고도 성장기에 찾아온 관광 열풍을 자극하기도 했는데 <점과 선>의 후쿠오카의 가시 해안, <제로의 초점>의 이시카와 노토콘고, <모래 그릇>의 가메다케 등 세이초의 화제작들은 새로운 관광지까지 만들어 냈다.
“역사와 사회의 어둠을 좇다”
마쓰모토 세이초는 논픽션에도 도전을 했다. 작품은 “시대의 반영이나 사상의 빛을 받아 변모”한다는 그의 신념에 비추어 보면 이상한 일도 아니다.
그리하여 탄생한 것이 마쓰모토 세이초 최대의 문제작 <일본의 검은 안개>이다. 세이초는 패전 후 미국에 의한 점령 통치하에 일어난 열두 가지 사건의 비밀을 정면으로 부딪쳐, 자신이 살아온 시대의 어두운 부분을 파헤치고자 했다. ‘로맨틱한 추리’라는 비평도 있었으나 ‘일련의 괴사건 속에 미국 정령군의 정책 변동이나 모략을 끌어 들이 것은 획기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높은 평가도 동시에 얻은 <일본의 검은 안개>는 발표 즉시 ‘검은 안개’란 말은 유행어를 만들었다. 이 작품으로 세이초는 1963년 제5회 일본 저널리스트 회의상을 받는다.
질적으로 높은 작품을 병행해서 대량으로 쓰는 세이초를 보고 어떤 이는 ‘세이초 공방’을 조직해 다수의 스태프가 제작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보내기도 했다. 그에 대해 마쓰모토 세이초의 최고의 편집자로 일컬어지는 후지이 야스에(전 <분게이슌주> 편집자, 현재 기타큐슈 시립 마쓰모토 세이초 기념관 관장)는 세이초가 수정한 <쇼와사 발굴> 교정쇄를 보관해 의문이 제기될 때마다 증거자료로 내놓았다. <쇼와사 발굴> 집필 당시 세이초가 담당 편집자 후지이 야스에에게 ‘타인이 썼던 자료론 쓰고 싶지 않다’, ‘1급 자료가 필요하다’는 의뢰를 받고 그녀가 동분서주해 자료를 모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담당자 한 사람을 가지고 ‘세이초 공방’이라 부르긴 무리가 있다. 훗날 마쓰모토 세이초는 <2·26 사건=연구자료(전3권)>를 후지이와 공저로 발표하며 그녀의 공적을 칭송했다.
현대사와 고대사, 픽션과 논픽션을 거리낌 없이 오가며 정력적인 작가 활동을 한 세이초는 1967년부터 약 10년간 전국 독서 여론조사(마이니치 신문)에서 ‘좋아하는 작가’ 1위로 뽑혔다. 명실공이 국민적 작가였다. 그러나 민중에게는 위대한 작가였으나 정부나 문단(아카데미즘)에 있어 달가운 작가는 아니었다. 1990년 폭 넓은 작가 활동으로 제62회 아사히 상을 받았지만 그의 40년 질풍 같은 작가 생애를 돌아보면 너무나 늦은 수상이었다. 정부에서 주는 문화 훈장은 끝내 받지 못했다.
문화 훈장은 없지만 그래서 더욱 그는 빛난다. 그것이 정부가 아닌 대다수의 가난하고 억울한 이들 편에 세이초가 서 있었던 증거이기 때문이다. 마쓰모토 세이초는 반권력을 주장한 진정한 ‘무관의 제왕’이었다.
“일단 추리 소설의 세계에 발을 디디면,
하늘을 보면 언제나 태양이며 달을 볼 수 있듯이 거기엔 ‘마쓰모토 세이초 작품’이 있었습니다. 그의 세례를 받지 않고 추리 소설을 쓰는 젊은 작가는 한 사람도 없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있습니다.”
(1992년 마쓰모토 세이초 타계 후, 잡지에 실린 미야베 미유키의 글 중에서)
1992년 4월 20일 뇌출혈로 쓰러진 세이초는 수술을 성공적으로 받고 재활 훈련중이던 7월, 병세가 악화되어 검사 결과 간암 진단을 받았다. 8월 4일 향년 82세의 나이로 숨을 거둔다. 연재하던 작품도 자연스레 절필이 되었다. 그가 파헤치려 했던 쇼와 시대(1920년대~1980년대)도 막을 내렸다.
그러나 ‘권위라는 것, 선입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을 먼저 의심하는’ 그의 삶과 한계를 알 수 없는 다채로운 작품들이 우리에게 남아 있다. 그의 사후 <마쓰모토 세이초 전집>이 완성되었고, 일본문학진흥회에선 ‘마쓰코토 세이초 상’을 재정했다. 7주기를 맞아 그의 고향 기타큐슈에는 마쓰모토 세이초 기념관이 문을 열었다.
……장례식장에서 열린 세이초 선생의 ‘송별회’에 참석하려고 택시를 탔다. 차가 식장에 거의 다다랐을 때 택시 기사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손님, 세이초 선생 장례식에 가십니까?” 상복과 장례식장 이름만으로 어째서 알았을까 이상히 여겼지만 “네, 그런데요” 하고 대답했다. 한참 침묵이 흐른 후 택시 기사는 이렇게 말했다.
“전 세이초 선생의 작품이 정말 좋았어요. 거의 다 읽었습니다.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차는 묘지에 가까워져 있었다. 택시 기사의 절절한 말은 오랜 갈등을 넘어 결실을 맺은 마쓰모토 세이초의 문학적인 업적에 대한 가장 좋은 전별처럼 느껴졌다. (한 칼럼니스트의 글 중에서)
2009년은 마쓰모토 세이초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일본에서는 국민 작가의 100주년을 맞이하여 각종 심포지엄 및 전시 행사 일정이 예정되어 있다. 2008년 8월에 열린 교고쿠 나쓰히코/미야베 미유키/오사와 아리마사의 토크쇼를 비롯하여 올해는 다카무라 가오루가 강사로 나서는 심포지엄(3월 말)과 전국 5개 도시 문학관 순회전(‘마쓰모토 세이초 전─세이초 문학과의 새로운 해후’)이 열린다.
지금까지도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은 많았는데, 100주년을 맞이하여 영상화 작업은 더욱 활발해졌다. 아사히TV의 <점과 선>, <야광의 계단>, 후지TV의 <역로(?路)>, 니혼TV의 <검은 회랑>, <귀축> 등이 드라마가 방영되거나 방영될 예정이며 영화로는 <제로의 초점>, 연극에서는 <검은 가죽 수첩> 등이 예정되어 있어 2009년은 가히 ‘마쓰모토 세이초의 해’라 불릴 만하다. 한국에서도 마쓰모토 세이초에 대한 새로운 평가와 함께 관심 또한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점과 선>을 비롯한 대표 장편들이 소개될 예정이며 영상화 작업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