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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점] 서가 단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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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 전집' 6권. 장편 '쓰가루'와 '석별'을 포함한 1943년 10월부터 1945년 9월에 걸쳐 발표된 작품 및 1940년 6월에 발표된 '맹인독소' 등 총 여덟 편이 실렸다. 태평양 전쟁이 막바지로 치달아가던 시기,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 속에도 전쟁의 그림자는 한층 더 짙어진다.
특히 '작가 수첩', '산화', '동경 소식' 등의 단편에는 전쟁 속의 삶을 어떻게든 낙관적으로 바라보고자 하는 일본인 다자이의 면모가 뚜렷이 나타나 있으며, 중국의 고전 '요재지이'를 패러디한 작품인 '지쿠세이'에는 전쟁 속에서도 이전과 다름없이 삶에 대한 고뇌를 안고 살던 문학자 다자이의 유쾌하고도 냉철한 시선이 담겨 있다. 표제작 '쓰가루'는 전쟁의 광풍 속에서 자신의 존재 기반을 확인하려는 목적으로 고향인 쓰가루 지방을 여행한 이야기를 담은 소설로 중기 다자이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쓰가루 지방의 역사와 풍물 등을 다루면서도 다자이의 어린 시절 이야기, 유모를 포함한 지인들의 이야기 등이 객관적 필치로 담담하게 쓰여 있어 소설이라기보다는 에세이의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소설이다. 한국에는 이미 소개된 바가 있는 작품이지만, 이 작품이 온전한 에세이가 아닌 '소설'로 쓰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물은 역자 해설을 참고한다면 더욱 새로운 감동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수첩 7 : 좋아하는 작가는 여러 명 있지만 그중에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저는 주저 없이 다자이 오사무를 들 것입니다. 열네 살 때 <만년>을 접한 이래 중고등학교 시절 전집을 즐겨 읽었고 그 후로도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고 있지만, 그때마다 새로운 무언가가 가슴에 와 닿습니다. 제게 다자이의 소설은 크리스트교 신자들의 성서와도 같아서, 책을 펼칠 때마다 작고 아름다운 기적이 일어나곤 합니다. : 다자이 오사무의 작품은 읽는 나이나 그때그때의 기분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재미가 있습니다. 자신의 변화에 따라 다자이의 문학도 달리 보입니다. 그것은 역시, 그의 작품들이 헤아릴 수 없는 깊이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다자이는 홍역 같은 작가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결코 그렇게 한번 읽고 말 작가가 아니라, 평생 꾸준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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