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산 (프리랜서 디자이너, 지리산닷컴 운영자) : 시골은 원래 바람이 소식을 전하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에 누가 이사 왔고 누가 떠났다는 말들이 허공을 날아다닌다. 내가 사는 전라도 땅 구례 하고도 용방면에 신문기자 또는 사진기자 하던 사람이 ‘사표를 내고’ 또는 ‘직장에서 잘리고’ 내려와서 산다는 소리가 들판을 가로질러 날아다녔다. (……) 그의 첫 인상은 3대째 구례군 용방면에 터 잡고 살고 있는 농부였다. 평소 자연 경관을 보면 마음 속 감동을 진솔하게 표현하는 월인정원내 마누라의 닉네임이 내가 말릴 틈도 없이 감상문을 발표했다. “어머, 완전 노안이세요!” (……) “직장은 왜 관뒀습니까?” “자본주의 부적응, 도시 부적응, 조직 부적응. 저는 그런 사람인 것 같습니다.” (……) 그의 말 속에서 나는 미래를 개척하는 무한대의 능력을 가진 영웅보다는 어쩔 수 없이 산꼭대기로 큰 바위를 밀어 올리는 시지프스의 노가다를 보았다. 그리고 그가 앞서 한 말, “인간이 잘해서 잘된 일은 별로 없습니다.”의 연장선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