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전설을 재구성하여 예술적인 아름다운 탑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그린 현진건의 장편 역사 소설. 신라 시대 불국사 ‘석가탑’의 건립을 중심으로 한 '영지 전설'을 바탕으로, 백제 석공 아사달과 그의 아내 아사녀의 비극적 사랑의 전설을 그려낸 작품이다. 신라 예술의 최고작품인 석가탑을 건축하려는 한 석공의 예술혼과 남녀 간의 사랑을 결합시킨 애절한 이야기다.
당시 지배이념을 대표하는 세속화된 승려들과 오직 탑의 완성만을 위하여 정성을 다하고 있는 고독한 장인과의 갈등, 신라 귀족의 딸 주만과 부여에 두고 온 아사녀와의 사이에서 번민하는 아사달의 내면적 갈등, 아사달에게 사랑이 빠져 있는 주만을 차지하기 위해 폭력으로 아사달을 제거하려는 금성의 음모, 주만을 가운데 두고 경신과 금성이 벌리는 정치적 갈등, 경신과 아사달 중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하는 주만의 갈등 등이 이 소설의 핵심이다.
작가는 1930년대 말이라는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소재를 현대 사회생활에서 구할 수 없게 되자 과거로 회귀한 것이었다. ‘일장기 말살 사건’으로 동아일보 사회부장 자리에서 쫓겨나기까지 했던 그의 민족주의적 의식, 일제 강점시대 지식인들의 일제 강점에 대처하는 모습, 그 당시 혼란스러운 정치 체제에서 사회의 지배 이념과 맞서 싸우면서 새로운 사회를 추구하는 저항 민족주의 상황들을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