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몸, 자화상, 정물처럼 미술과 근접한 주제에서 시작해 천사, 광기와 같은 변주된 주제, 페티시즘(물신숭배), 정신분석, 의학과 같은 거리가 멀어보이는 듯한 주제까지를 테마로 잡아 미술과의 접목을 시도한 책. 서로 별 관계가 없어 보이는 열한개의 주제들이지만 읽다보면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히 그림 자체를 감상하는 것에서 벗어나 그림을 통해 세상을 읽게 하는 흥미로운 책이다. 월간 <행복이 가득한 집>에 '아트 오디세이'라는 칼럼으로 연재했던 글들을 기초로 했다.
미술과 패션 - 유혹의 기술, 로코코의 황당한 패션
미술과 몸 - 몸을 통해 본 시대정신, 비너스에서 오달리스크까지
미술과 자화상 - 나는 나를 그린다, 고로 존재한다
미술과 정물 - 말을 걸어오는 그림, 섬찟한 것의 아름다움
미술과 페티시즘 - 나는 사물과 섹스한다
미술과 정신분석 - 누가 마리아의 치맛자락을 보았다 하는가?
미술과 의학 - 명화 속에 숨어 있는 의학적 수수께끼
미술과 축제 - 금기와 일탈 그리고 폭력과 성스러움
미술과 천사 - 천사, 인간의 욕망을 욕망하다
미술과 후원 - 세기의 스폰서, 그대의 이름은 메디치
미술과 광기 - 천상과 지상 사이에서, 천재는 살아간다
유경희 (지은이)의 말
나의 이런 엄살과 변명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재미있다. 약간 철면피로 말한다면 감히 그렇다. 이 책은 처음부터 읽어도 되지만 구미에 당기는 대로 읽어도 좋다. 이 책은 본격적인 미술비평도, 정전의 미술사도 아니며 더욱이 학술논문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미술에세이에 가깝지만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다. 사실 이런 글은 예술 뿐만 아니라 타 분야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인문학적 배경과 다면적인 지식을 요구한다. 바로 학제간의 넘나듦과 스며듦이 필수적인 것이다. 예컨대 깊으면 넓을 수 있고, 넓으면 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 또한 이런 종류의 글쓰기를 통해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