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다 히데오의 데뷔작. 소설의 주인공은 광팬의 총에 맞아 허망하게 사망한 비운의 팝스타이자 비틀즈 멤버인 존 레논. 그러나 소설 속 존 레논은 전설적인 팝스타도, 팝 역사의 신화적인 존재로도 그려지지도 않는다. <공중그네>로 유명한 이라부 의사, 마유미 간호사의 전 단계의 캐릭터들과 함께 하는 존 레논. 소설속에서 그는 유쾌한 판타지의 주인공으로 그려진다.
1979년, 존 레논은 일본에서 평화로운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일본의 오봉 명절을 며칠 앞두고 빵집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우연히 자신의 어머니와 닮은 여인을 발견한다. 그로 인해 잠시 패닉상태에 빠진 존. 그에게 어머니란 평생 짊어지고 갈 상처와도 같다. 그리고 그날부터 결혼 후 꾸지 않았던 악몽이 다시 찾아온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수많은 과거의 일들과 함께 그를 괴롭히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변비다. 온갖 약을 써도 낫지 않고 게다가 명절 중이라 대부분의 병원들이 문을 닫아버렸다. 그런데 유일하게 문을 연 병원이 있었으니 바로 ‘아네모네 병원’이다.
안개로 자욱한 숲속 한가운데에 위치한 이상하고도 신비한 분위기를 가진 ‘아네모네 병원’. 존은 거기에서 뭔가 이상한 치료를 받고 나오고 숲에서 기이한 일을 겪게 된다. 바로 자신의 악몽을 있게 한 과거의 인물들을 차례차례 만난 것이다. 존은 죽은 이들과의 조우로 과거의 상처를 털어내지만 아네모네 병원의 치료는 뭔가 의심스럽기만 하다. 게다가 열흘째의 변비는 낫지 않은 채 명절이 끝나가고 있다.
오쿠다 히데오 (지은이)의 말
30대 중반까지 그는 분명 고슴도치 같은 인물이었다. 늘 뭔가에 조바심을 내며 가시를 세웠고, 스치는 것마다 상처를 냈다. 그런데 마흔이 되자 가시를 가라앉히고 싸움을 그친 것이다.
4년간의 공백 기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의 마음을 치유해주는 사건 같은 게 있지 않았을까.
이 작품은 나의 그런 흥미에서 시작되었다.
요컨대 나는 픽션으로 그의 전기의 공백 부분ㅇ르 메워 보고 싶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