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일상의 모든 것을 파괴하며, 그 대상을 구분하지 않는다. 그것이 가해자인지 피해자인지, 어른인지 아이인지... 이미 애니메이션을 통해 널리 알려진 <반딧불이의 무덤>은, 2차 대전 이후 부모를 잃고 버려진 일본인 남매의 이야기를 통해, 전쟁의 참혹함과 비정함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는 소설이다.
병든 엄마는 공습 와중에 죽어버리고 아버지는 전쟁에 나가 소식을 알 수 없다. 하루아침에 고아가 되어버린 어린 남매 앞에 놓인 현실은, 굶주림과 질병, 사람들의 멸시와 무관심 뿐이다. 어머니의 유품을 팔아 하루하루 연명하는 남매에게 희망의 불빛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밤마다 반딧불이를 잡아 어두운 방공호 안을 조금이라도 밝혀보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아침이 되면 아이들은, 어김없이 죽어있는 반딧불이들을 발견한다. 그렇게 스러져간 반딧불이들은 어린 남매의 모습과 사뭇 닮아있다.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선한 빛을 지녔지만, 너무나 작고 연약하여 금방이라도 꺼져 버릴듯한 그 모습이 서로 겹쳐 보이는 것.
결국 남매는 어른이 되지 못한다. 전후의 비참한 현실 속에서 차갑게 죽어간 아이들. 그 아이들의 죽음은 과연 누구의 탓일까? 1998년 '반딧불의 묘'라는 제목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다.
* 2002년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된 바 있다. 저작권 계약을 통해 출간된 이번 책에서는 차별화를 위해 재생지를 사용하고 애니메이션 스틸 컷 100여장을 함께 담았다. 깔끔한 편집에 맑은 느낌의 그림들이 잘 어울린다.
세이타의 죽음
석달 보름 전, 공습
어머니의 죽음
친척집에서
굴 속에서
굶주림
세츠코의 죽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