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배수아의 '몸'에 관한 수필집. 군데군데 삽입되어 있는 만 레이의 사진들과 함께, 얼핏 보기에 꽤 자극적인 제목들을 달고 있지만('여자에게 왜 가슴이 있는 걸까', '관음증에 관하여', '친구에게 성욕을 느낄 때' 등) 에로틱한 어떤 것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것이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왜 차에서 하는 것일까'라는 글. 지은이는 그것이 택시를 타기 싫은 이유와도 같다고 한다. 택시를 타기 위해서는 손을 들어 차를 세우고, 행선지를 말하고, 돈을 건네야 하는데, 이러한 여러가지 인간 관계의 접촉('contact')을 감수하는 일이 싫을 때가 있다. 즉 오히려 극단적인 체면 의식 때문에 차에서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지금 이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성(性)과 몸에 대한 관념들을 하나씩 집어내면서 그런 생각들, 현상들이 어떤 사회적 함의를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성찰한다. 그리고 왜 우리들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지 못하는지, 좀더 자유로워질 수는 없는지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