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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구조에 대한 실증적 연구에 치중해온 기존의 문화 산업·정책 연구 경향을 비판하며, 문화의 ‘생산’과 ‘조절’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여러 나라들에서 진행되고 있는 ‘문화적 전환’의 조건들에 대해 탐구한다. 총 2부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다.1부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국적이고 권역적인 차원에서의 문화 조절 양상을 국가-사회 관계 및 산업-시장 관계에서 분석한다. 2부는 1부에서의 연구와 연동하여, 국가정책, 산업, 시장, 권역적 문화 정보 생산 레짐 등의 동아시아 문화조절 과정에 조응하는 문화생산 과정을 다룬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는 한국만이 아니라 일본, 중국/홍콩, 타이완 등 이른바 동아시아권에 속하는 나라들에서도 급속히 진행 중에 있는 ‘문화적 전환’(혹은 혼돈)을 포착해내고, 그것이 배태한 여러 조건들에 대한 탐구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선도적이다. 무엇보다 1990년대 말 이후 아시아에 찾아온 경제위기를 주요 화두로 ‘위기의 주범은 신자유주의’라는 상투적인 비판을 넘어서서, 아시아 각국이 위기를 거치는 가운데 어떤 새로운 주체와 행위자들이 출현하고 있는지를 검토하였다는 점에서 뛰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