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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1997년부터 3년 여간 한국일보에 연재했던 소설을 5권의 책을 묶어냈다. 진정한 상인정신이란 무엇인가. 富에 대한 관념과 가치는 무엇인가. <상도> 는 이런 물음들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경영자들에게 임상옥이라는 조선 후기의 무역상인의 이야기를 통해 답을 제시해 주고 있다.

임상옥은 200년 전인 19세기, 상업이 사농공상의 맨 아래에서 천대 받던 시대에 상업의 도(商道)를 이루었던 조선 최고의 거상이다.

국경 지방인 의주에서 보따리장사를 하는 비천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불가의 정신으로 뜻을 세우고, 자신의 인삼을 스스로 불태워버림으로써 중국 상계를 굴복시켰던 인삼왕, `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ㆍ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며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던 의인이자, 말년에는 시를 지으며 여생을 보낸 시인이기도 했다.

지은이는 또한 임상옥의 일대기를 통해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돈의 노예가 되다시피 한 장사꾼들에게 따끔한 경고의 말을 전하기도 한다.

조선시대 상인 임상옥이 가졌던 부는 신용에서부터 출발하였고, 신용을 중시했던 그 전통은 경제발전의 초창기에 우리 경제의 도약에 큰 기여를 했다. 자신에게 빚진 사람에게 오히려 금괴를 나누어 주는 모습에서는 불교에서 말하는 무소유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나아가 꼭 돈 뿐만이 아니라 인생에 대한 철학에까지도 이야기하고 있다.

기평그룹의 총수 김기섭 회장이 불의의 교통사고로 죽은 후 그의 지갑에서 나온 '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 이란 문장의 출처를 밝혀 달라는 회사측의 요청에 나는 그 문장을 쓴 사람이 조선 중기의 무역왕 임상옥 임을 알아낸다.

임상옥은 의주 태생으로 스무 살 무렵 중국 연경에 들어가 처음으로 큰 돈을 벌었으나 이 돈으로 유곽에 팔려 온 장미령을 사서 자유의 몸으로 만들어주고 자신은 공금을 유용한 죄로 상계에서 파문을 당한다. 할 수 없이 승려가 된 임상옥은 고관대작의 첩이 된 장미령이 자신을 찾고 있다는 말을 듣고 환속하여 재기하기 시작한다.

하산할 무렵 석숭 스님이 내려준 세 가지의 비결, 즉 죽을 사 자와 솥 정 자와 계영배의 술잔을 통해 임상옥은 일생일대의 위기를 벗어나게 된다. 첫 번째로는 베이징 상인들의 인삼불매동맹을 스스로 인삼을 태우는 방법으로 물리칠 수 있었으며, 두 번째는 풍운아 홍경래의 유혹을 솥 정 자의 비의를 타파함으로써 그 혁명의 와중에도 온전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가득 채우면 다 없어져 버리고 오직 팔 할쯤 채워야만 온전한 계영배의 비의를 통해 스스로 만족하는 자족이야 말로 최고의 상도임을 깨달은 임상옥은 사랑하는 여인 송이를 떠나 보내고 스스로 물러나 은둔생활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마당에서 모이를 쪼고 있는 닭 한 마리를 솔개가 채어가는 모습을 본 순간, 자신의 명운이 다하였음을 직감한 임상옥은 자신에게 빚진 상인들을 모두 불러 일일이 빚을 탕감해 주는 한편 오히려 금덩이까지 들려 보내는 것이 아닌가. 이를 못마땅히 여긴 개성상인 박종일이 그 이유를 따져 묻자 임상옥은 이렇게 말한다.

'어차피 빚이란 것도 물에 불과한 것.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주었다고 해서 그것이 어찌 받을 빚이요, 갚을 빚이라 하겠는가. 또한 빚을 탕감하고 상인들에게 금덩어리를 들려보낸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들이 없었더라면 나 또한 상인으로 성공을 거둘 수가 없었을 것이다. 애초부터 내 것이 아닌 물건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것에 불과한 일이다."

박종일은 임상옥의 명령으로 한양에 있는 봉은사로 출장을 떠난다. 그곳에서 추사 김정희를 만나 임상옥이 보낸 산삼을 전하고 추사로부터 상업지도란 그림을 받아 오게 된다. 한편 임상옥의 사랑하는 여인 송이는 천주교인이 되어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대세를 주며 천주학을 전파하다가 포졸들에게 붙잡혀 황새바위에서 돌에 맞아 죽는 석투살로 처형당한다.

그 이후 임상옥도 건강이 급속도로 쇠약해지고 박종일에게 '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 는 유언을 남기고 죽는다. 끝으로 나는 김기섭 회장의 호를 딴 '여수기념관' 의 개관식에 참석, 추사가 임상옥을 위해 쓴 발문의 내용을 천천히 훈독한다. 그리고 지난 일년동안 우연치 않게 뛰어들어 임상옥의 생애를 추적해 오고 있던 일련의 작업이 추사의 발문으로 대단원의 종지부를...

수상 :2011년 동리문학상, 2003년 현대불교문학상, 1999년 가톨릭문학상, 1982년 이상문학상, 1972년 현대문학상
최근작 :<겨울나그네 2>,<겨울나그네 1>,<최인호의 인생 꽃밭> … 총 224종 (모두보기)
소개 :

최인호 (지은이)의 말
소설 <상도>는 오래 전부터 갖고 있었던 소재였다. 내가 이 소설을 처음으로 구상하기 시작한 것은 수많은 기업인을 만났을 때 우리나라에는 본받을 만한 역사적인 상인이 없다는 자조적인 탄식을 듣기 시작하였을 때부터였다. 역사적으로도 '사농공상' 이라 하여 상업을 가장 낮은 가치로 인식해 왔던 우리 민족은 이처럼 이윤을 추구하는 상업을 '가장 떳떳치 못한 천한 일' 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고 있다. 이데올로기도 사라지고 국경도 사라진 21세기, 밀레니엄의 새로운 미래가 열리는 바로 지금이야말로 경제의 세기이며 이에 따른 경제에 대한 신철학이 생겨나야 한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경제의 신철학' 그것이 내가 쓰는 상도의 주제였다. 2백여 년 전에 실재하였던 의주 상인 '임상옥' . 우리나라가 낳은 최대의 무역왕이자 거상이었던 임상옥의 발견은 우리나라에도 상업에 도를 이룬 성인이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게 하였으며, 그렇다면 오늘을 사는 기업인들에게도 자랑할 만한 사표로서 임상옥을 부각시키는 것이 올바른 도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