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주일의 복음을 읽고 또 읽어 가슴에 새기고 깊이 묵상하지 않고는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저는 너무 늦게 깨달은 거였습니다. 가짜 글로 남을 속일 수는 있어도 자신은 속일 수 없다는 게 가장 겁나고 뼈아팠습니다. 결국은 겉핥기로 읽고 다 알아버린 것처럼 여기고 있던 성서를 곰곰이 마음에 새겨 가며 읽고 또 읽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삼 년 동안 그러고 나니, 전에는 도무지 확신이 안 서던, 자신이 크리스천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기쁘고 떳떳하게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그건 굉장한 소득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봉사를 한 게 아니라 이 난이 저에게 봉사를 해준 거였습니다. 제가 봉사를 할 수 있으리라고 여긴 것조차 저의 교만이었음을 이제야 알겠습니다.